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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칼럼] 한국 ODA의 현실과 과제 ③

[논설위원칼럼] 한국 ODA의 현실과 과제 ③
앞 편에서 코이카 얘기만 하니까 ODA 사업이 코이카의 전유물이라고 보시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의 ODA 사업은 30여개 기관에서 행하고 있습니다. 물론 코이카가 대표적인 기관이기는 하지만 ODA 사업에 대한 종합 통계는 수출입은행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또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 외교부 등도 각각 다른 사업에 관여하고 있습니다.

민간단체인 ODA 와치는 30여개의 중앙부처와 산하기관들이 저마다 해외사무소를 만들고 800개가 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ODA 와치는 비용 낭비 뿐 아니라 난맥상이 심각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예컨대 지금 정부가 중점 추진하고 있는 새마을 ODA는 지방자치단체까지 가세해 모든 농촌개발사업과 지역개발사업을 새마을 운동으로 포장해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입니다.(ODA 와치 2014.10.8)

감사원도 2010년에 ODA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감사를 벌인 적이 있습니다. 감사원은 유.무상 원조간 연계가 미흡해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유무상 원조 주관기관이 기재부와 외교부로 나뉘어져 있고 개별 부처도 각각의 예산으로 ODA를 집행하고 있어 원조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이때 벌써 원조기관의 정책,집행 단일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습니다. 그런데 이 부분은 아직도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코이카가 변신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한국 ODA 사업의 주체로서 존재를 과시하려는 것입니다. 창설된 지 24년, 이제 성년이 된 만큼 충분히 경험도 축적됐고, 전문가 집단으로서도 위상을 확립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ODA의 첨병으로서 역할을 다하겠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김영목 이사장은 연초 인터뷰에서 민간 협력을 강화하고 국제사회와 개발 경험을 공유하겠다고 밝혔습니다.(연합뉴스 2015.1.9.)

코이카의 위상은 예산에서도 확인됩니다. 올해 예산이 6,476억원, 지난 해 보다 6,8% 늘었습니다. 2013년에 5천억원, 2014년에 6천억원 대였으니까 지속적으로 예산이 늘고 있는 것입니다. 코이카 예산은 앞으로도 늘었으면 늘었지 줄 수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만큼 한국 ODA사업의 대표로서 위상을 확립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코이카
ODA 사업의 대표 주자라면 주문도 많고 감시도 따라 올 수 밖에 없습니다. 코이카의 과제는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한국 ODA 사업의 과제이기도 합니다. 먼저 원조 자체를 면밀히 따져봐야 합니다. 대상국, 대상 인원, 대상 지역, 모두가 꼼꼼히 따질 일입니다. 2차 대전 이후 아프리카에 그렇게 많은 각국의 원조가 쏟아졌지만 아직도 많은 나라가 빈곤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두고 일부 전문가들은 구조적인 부패 등의 문제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들의 세금이 엉뚱한 입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요모조모 따지고 이후에도 철저한 관리를 하는 것, 아마도 첫 번째 과제일 것입니다. 또 하나 스스로의 문제입니다. 원조를 제공하는 기관인 만큼 상대방에게 ‘갑’의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위치를 착각해서 그야말로 ‘갑질’을 하거나 또는 자칫 부패라도 저지른다면 본인은 물론 기관 자체에도 쉽게 극복할 수 없는 위기를 가져올 것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기관도 개인도 철저한 윤리의식으로 무장해야 할 것입니다. 또 하나 주문한다면 사업의 투명성도 필요합니다. ODA 와치에 따르면 코이카는 지난 해 국제원조기구들의 투명성 조사에서 조사 대상 68개 기관 중 34위로 평가됐습니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코이카만 평가 대상인 데, 지난 해 경우 코이카는 원조투명성이 낮은 하위 그룹에 속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절대적인 평가는 아니겠지만 국제적인 기준에 맞춘 자료 공개 등이 바로 바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반증입니다.

코이카는 매년 감사원 감사를 받습니다. 2013년 감사 결과를 보면 4가지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리모델링 공사를 부당하게 추진해 관련자 문책 요구를 받았고, 사무소 운영 경비 부당 집행으로 해당 금액 회수 및 시정 조치를 받았습니다. 또 공사비 환수 방안을 마련하라는 통보를 받았고, 마지막으로 사업예산 배정 업무 철저 및 관련자 주의 조치가 내려졌습니다. 지적이 나오지 않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이만하면 코이카의 크기에 비해 심한 지적은 나오지 않았다는 판단이 듭니다.

김인기 논설위원 대
이제 ODA에 관한 한 코이카는 국내에서는 독보적인 존재가 됐습니다. 그래도 올해 전체 ODA 예산이 2조 3,682억원인 데, 코이카 예산은 6,476억원이니까 아직도 갈 길은 멉니다. 각 부처가 부처이기주의를 포기하고 ODA 사업에 관한 한 코이카를 중심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5년 전 감사원 지적사항입니다. 국민들의 세금을 남의 나라에 유상 또는 무상으로 주는 ODA 사업인 만큼 더 철저한 감시가 필요하고, 더 효율적인 집행이 뒤따라야 합니다. 지금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ODA예산이 지난 해 보다 4.9% 증액된 이유를 해당 ODA 관련 기관들은 곱씹어야 할 것입니다.

한국은 20세기에 수원국에서 원조 공여국으로 바뀐 거의 유일한 나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원국들도 한국을 보는 눈이 다르다고 느꼈습니다. 이제 수원국들에게 우리의 경험을 나눠줘야 합니다. 우리가 받았기 때문에 더 돌려줘야 하고, 다른 나라에 없는 우리만의 경험을 그들에게 들려주면 장기적으로 한국의 국격이 올라갈 것입니다. 선진국이 돈만 많다고 되는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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