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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칼럼] 한국 ODA의 현실과 과제 ②

[논설위원칼럼] 한국 ODA의 현실과 과제 ②
ODA 사업의 첨병으로 나선 곳이 코이카입니다. 미국의 USAID, 일본의 JICA 같이 대외 원조를 위해 1991년 만들어졌습니다. 한국의 ODA는 87년에 시작됐는데, 그 해 ODA 규모는 2,351만 달러, 정말 보잘 것 없었습니다. 코이카가 창설되던 해에는 5,747만 달러였습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규모가 커지기 시작해서 93년에 1억 달러를 넘었고, 2010년에는 10억 달러를 넘었습니다. 2013년에는 17억 5,500만 달러가 지원됐습니다.

이 돈을 바탕으로 코이카 등 각 기관들이 해외 원조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ODA 규모는 적정할까요? 정부가 2005년에 2015년 까지는 ODA 규모를 국민순생산 GNI의 0.25% 까지 올리겠다는 약속을 했습니다. 그 사이에 금융위기가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규모가 줄어들더니 약속한 2015년이 됐지만 올해 예산은 0.16%에 그쳤습니다.

OECD 산하에 DAC(대외원조위원회)라는 기구가 있습니다. 23개국으로 구성돼 있는 데, 대외 원조나 차관을 제공하는 나라들입니다. 수출입은행 자료에 따르면 2012년 현재 DAC 국가의 ODA 규모는 GNI 대비 0.29%입니다. 룩셈부르크가 1%, 스웨덴 0.97%, 노르웨이 0.93% 순으로 높습니다. 액수로 보면 미국 306억 달러, 영국 138억 달러, 독일 129억 달러, 프랑스 120억 달러, 일본이 106억 달러를 제공했습니다.

1인당 ODA 규모를 보면 한국이 32달러, 가장 많은 노르웨이는 1인당 무려 941달러를 제공했습니다. 룩셈부르크가 767달러, 스웨덴이 548달러로 뒤를 이었고, 100달러 넘는 나라도 16개국이나 됩니다. 한국은 23개국 중 18위에 머물렀습니다. 이것이 현실입니다.

물론 우리 내부도 어려운 데 남 도울 여유가 있느냐는 반론도 가능합니다. 1편에서 지적했듯이 이제 ODA는 의무입니다. 아일랜드는 금융위기로 2010년 구제 금융 까지 받았습니다. 이 정도라면 우리 상식으로는 대외 원조는 없애거나 대폭 줄여야 하는 데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아일랜드의 ODA 규모는 2009년 10억 달러(0.54%), 2010년 8억 9천만 달러(0.52%), 2011년 9억 1천만 달러(0.51%), 2012년 8억 달러(0.47%)로 조금 줄었습니다. 특히 2011년과 2012년은 구제 금융으로 긴축 정책을 펴는 상황이었습니다. 비슷한 상황을 겪은 스페인이 2009년 65억 달러(0.46%)에서 2012년 20억 달러(0.16%)로 급격히 감소한 데 비하면 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웃 일본의 경우 이미 1954년부터 대외 원조를 시작했습니다. 74년에는 일본 국제협력단인 JICA가 창설돼 ODA 사업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2014년 현재 JICA는 13만 6,500명의 전문가를 파견하고 있고, 4만 6천명의 자원봉사자를 96개국에 보냈습니다. 특히 전문가 중에는 한 나라에 20년 이상 근무하는 사람들도 있어 그 나라 정부나 업계에 인맥이 막강하다고 합니다. 원조 공여국 간에도 회의체가 있는 데, 실무협의 단계부터 이런 전문가들이 참여하니 사업 추진도 유리하다고 합니다. 우리는 아직 이 단계에 이르기에는 멀었다고 현장에서는 입을 모읍니다.

그래도 마냥 절망적인 상황만은 아닙니다. 대규모 건설, 건축, 또는 환경 관련 사업을 하니까 ODA의 특성상 사업에 관여하려면 상당한 정도의 전문성이 필요합니다. 일본처럼 지역 전문가로서 파견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도 사업에 앞서 각계의 전문가들을 초청하는 형식으로 사업을 검토하고 추진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이를 뒷받침할 인력이 필요한 데요, 코이카가 이 부분을 책임져야 합니다. 코이카 필리핀 사무소의 서동성 과장은 “(문과 출신인 데도) 입사한 지 10년 쯤 지나니까 이제 설계도도 읽을 수 있는 정도의 반전문가가 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서 과장에 따르면 입사 이후 각자 자기 분야를 계발하기 때문에 웬만큼은 전문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왜 전문가가 필요할까? 코이카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 사무소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 중 자카르타 대방조제 기술 협력 사업이 있습니다. 올해부터 2018년 까지 950만 달러가 투입됩니다. 자카르타 북부 해안지역이 매년 침하되고 있어서 대책을 마련하려는 사업입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침하된다는 사실만 경험적으로 알고 있지 구체적인 자료가 없었습니다. 코이카가 처음으로 측량을 실시해 이 지역의 해안이 매년 11-13cm씩 침하되고 있다는 심각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현장을 가보면 이미 민가가 해수면 아래에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건너편 부촌에서는 방책을 세우는 등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바로 맞은 편 빈민가에는 물이 새는 콘크리트 방벽이 위태롭게 서 있을 뿐입니다.
[논설위원칼럼] 한

김인기 논설위원 대
인도네시아 정부는 다각도로 대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가 대규모 매립을 해서 신도시를 만드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엄청난 재원이 필요한 사업입니다. 이런 사업의 경우 우리가 처음 측량을 해 준 것처럼 사업 초기부터 관여하면 장기적으로 사업 자체가 우리에게 돌아올 공산이 큽니다. 그러니까 ODA 사업이 일방적으로 퍼 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고 장기적으로는 우리 기업들이 진출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일본이나 미국은 오래 전부터 이런 방식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JICA의 경우 베트남 공항의 85%, 태국 공항의 76%, 말레이시아 공항의 62%를 지었습니다. 필리핀 철도의 51%를 깔아 주었고, 인도네시아 발전소의 62%를 건설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일본 기업들이 이런 대형 프로젝트를 수행했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ODA 프로젝트의 처음부터 우리 기업의 전문가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인식이 아직 조금 부족하다고 현장에서는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결국 우리 사회에 ODA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데에서 나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ODA의 방향은 정부와 추진 주체, 그리고 기업 등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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