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논설위원칼럼] 한국 ODA의 현실과 과제 ①

[논설위원칼럼] 한국 ODA의 현실과 과제 ①

사례 1 찔리웅강 복원 시범사업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를 관통하는 찔리웅강은 심하게 오염돼 있습니다. 게다가 비가 많이 오면 넘치기 일쑤여서 심지어 대통령궁이 침수되기도 한다고 합니다. 이 강이 바다로 나가기 직전 대통령궁과 인도네시아 최대 사원인 이스티클랄(독립) 사원이 소재한 지역의 찔리웅강의 일부 400m 구간을 복원하는 사업을 코이카가 추진하고 있습니다. 2013년부터 올해 까지 5백만 달러를 투입해 일부에 보를 설치하고 하수처리장을 건설해 수질을 정화한다는 계획입니다. 또 부근에는 공원을 조성하고 이 공원에 환경교육센터를 만들어 시민들에게 환경의 중요성을 알린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정부도 상당한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코이카 방문단으로 이스티클랄 사원을 방문했을 때에는 인도네시아 뿐 아니라 동남아 최대의 사원(20만명 수용 가능)으로 꼽히는 이 사원의 최고지도자가 직접 안내할 정도로 우리를 환대했습니다. 게다가 부근에는 대통령궁이 위치해 있어서 특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코이카 인도네시아 사무소의 김병관 소장은 밝혔습니다.

계획대로라면 내년에는 이스티클랄 사원 부근에 공원이 조성되고 공원에 있는 환경교육센터에 들른 자카르타 시민들은 깨끗해진 찔리웅강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과연 시민들은 만족할 수 있을까요?
마곡처리장

사례 2 필리핀 미곡종합처리장 건립 사업

코이카는 2005년부터 필리핀 각지에 미곡종합처리장을 건립해 왔습니다. 미곡종합처리장은 쌀 생산에서 판매 까지 효율적인 생산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농민들의 소득을 증대시키는 사업입니다. 첫 사업에 230만 달러가 들어갔고, 이어서 2009년부터 12년 사이에 1,300만 달러를 들여 2차 사업을 벌였습니다. 총 5개소의 미곡종합처리장이 완공돼 가동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은 쌀 수입국으로 전락한 필리핀에서 수확 후 처리과정에서 손실률을 최소화함으로써 쌀 생산을 늘린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실제로 다바오 종합처리장은 부근 도시의 농민들 까지 애용하고 있습니다. 생산된 쌀을 먼 거리 까지 이동할 수 없기 때문에 처리장은 생산지 부근에 있어야 합니다.

필리핀 정부는 모두 40개의 처리장을 지어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코이카는 예산 문제 등으로 망설이고 있습니다. 게다가 대지주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혜택이 꼭 농민들에게 돌아가느냐는 의문이 제기됩니다. 코이카가 처리장을 짓겠다고 했을 때에도 필리핀 정부에서 가능하면 여러 곳으로 분산해주기를 원해 응할 수밖에 없었던 경험도 있습니다. 완공된 뒤 운영은 주정부와 주민들에게 맡기고 있는 데, 처리장의 사정에 따라 운영 실태는 차이가 난다고 코이카는 밝혔습니다.

우리에게 해외봉사단으로 흔히 인식되고 있는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가 실제로 하고 있는 ODA 사업들입니다. 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는 공적 개발원조라고 번역됩니다. 해외봉사는 ODA 사업의 일부일 뿐입니다. 실제로는 이런 ODA 사업이 훨씬 규모가 크고, 또 원조를 받는 당사국들에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우리 정부도 적극적으로 ODA 사업에 나서겠다고 공언했습니다.

2월 초에 코이카의 ODA 사업 현장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우리 ODA 사업의 현실을 보기 위해서입니다. 왜 우리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까요? 필리핀에서 그 답의 일단을 봤습니다. 1966년 박정희 대통령이 필리핀을 방문합니다. 마르코스 대통령을 만난 박 대통령은 "우리도 필리핀만큼 잘 살았으면 얼마나 좋겠냐?"고 한탄합니다. 당시 필리핀은 GDP 규모 세계 19위였습니다.

6.25의 참화, 그리고 계속된 세계 최빈국의 위치, 한국은 오랫동안 외국의 원조를 받았습니다. 50대 이상 세대들에게는 지금도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PL 480, 미국의 식량원조 계획에 따라 원조한 밀가루입니다. 밀가루 봉투에는 미국 기를 배경으로 양손을 맞잡은 그림이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옥수수 빵을 나눠줬습니다. 아직도 그 맛을 기억합니다. 지금 젊은 세대에게는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이렇게 개개인 까지 구체적인 원조를 받고 한국인들은 살았습니다.

이제 우리는 세계 8, 9위권의 무역대국입니다.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필리핀은 2013년 현재 1인당 GDP가 2,792 달러, 우리의 1/10에 불과합니다. 선진국들의 도움을 많이 받은 만큼 이제 한국은 후진국들을 도와야 합니다. 우리와 아무 관련도 없는 나라를 돕는 것도 좋지만 과거 우리가 어려울 때 우리를 도와준 이웃들을 도울 수 있다면 의미가 더할 것입니다. 이제 ODA는 우리에게 의무가 됐습니다.

다시 위에 예를 든 사례로 돌아갑니다. 왜 의문 부호를 넣었을까요? 이제 원조라고 해서 그냥 받기만 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찔리웅강 보전 사업 현장 사진을 다시 보겠습니다.
논설위원칼럼

사업을 추진하는 코이카가 가장 곤혹스러워 하는 부분입니다. 인도네시아의 사업 담당자들이 서울의 청계천 복원 현장을 찾았습니다. 우리를 안내한 사원 관계자만 해도 찔리웅강 복원 사업이 마무리되면 청계천처럼 변신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5백만 달러의 예산으로는 어림도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상황이면 오히려 완공된 뒤 기대에 못 미쳤다는 비난을 살 수도 있다는 데 코이카의 고민이 있습니다.

김인기 논설위원 대
필리핀 미곡처리장 사업도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건설과 자재, 기계이지, 운영은 현지인들이 맡아야 합니다. 그런데 일일이 감독할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완공된 다음에는 필리핀 측에서 알아서 해야 한다는 것이 코이카의 생각입니다. 과연 제대로 운영될 지는 누구도 자신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이렇게 우리는 돈을 들여서 후진국에 기여한다고 하고 있지만 수원국 측에서는 또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는 측면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한 사업에 마구 돈을 쏟아 부을 수만도 없는 한계도 있습니다. 우리가 하고 싶다고 상대방의 의사를 무시할 수도 없습니다. 원조도 양측의 의사가 적절히 조화된 가운데 이뤄져야 부드럽게 추진됩니다. 우리 ODA의 방향은 무엇일까요?         


▶ [논설위원칼럼] 한국 ODA의 현실과 과제 ②
▶ [논설위원칼럼] 한국 ODA의 현실과 과제 ③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