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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에서 자수까지…경찰 수사로 본 '크림빵 뺑소니'

범행에서 자수까지…경찰 수사로 본 '크림빵 뺑소니'
'크림빵 아빠' 강 모(29)씨를 차량으로 치어 숨지게 한 허 모(37)씨는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부서진 차량을 수리업체에 맡기지 않고 부품을 구입해 직접 수리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러나 이때 신용카드를 사용하면서 경찰에 덜미를 잡혔고, 수사망이 좁혀지자 자살을 시도하려다 부인과 함께 경찰서를 찾아 자수했습니다.

허 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죄책감을 많이 느꼈다"고 말했지만 자신의 차량을 부모 집에 감춰놓고 수리도 이곳에서 하는 등 범행 은폐를 시도한 정황도 나오고 있습니다.

허 씨는 경찰에 자수했다고 하지만 사실상 수사망이 좁혀지자 심리적 압박감을 견디다 못해 '투항'한 셈이 됐습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청주 흥덕경찰서가 가해 차종을 파악한 것은 지난 27일 오후 11시쯤입니다.

윈스톰 부품을 취급하는 충북 지역의 차량 부품대리점을 모두 조사한 경찰은 어제(29일) 충남 천안으로까지 수사망을 넓혔습니다.

어제 오후 1시 40분 천안의 한 부품대리점에서 윈스톰 부품이 출고된 사실을 파악했고, 부품을 구입한 허 씨의 신원도 확인했습니다.

허 씨가 지난 24일 이 대리점에서 차량 수리에 필요한 안개등 덮개 등 부품 3개를 구입하며 신용카드를 쓴 게 단초를 제공했습니다.

경찰은 신용카드사에 요청, 허 씨의 신원을 파악했고, 해당 신용카드사는 오후 3시 경찰의 확인 요청이 있었다는 점을 허 씨에게 통보했습니다.

이 사실을 전해들은 허 씨는 술과 수면제를 사들고 인근 산에 올라가 자살을 시도하려 했으나 부인의 설득에 마음을 돌려 자수를 결심하게 됐다고 합니다.

경찰에 마지막으로 자신의 심경이나 털어놓아야겠다며 꺼 놓았던 휴대전화의 전원을 켠 직후 부인이 전화했고, 계속된 자수 권유에 마음을 돌려 경찰서를 찾았다고 허 씨는 밝혔습니다.

허 씨는 뺑소니 사건을 저지른 후 나흘만인 지난 14일 언론 매체에 난 기사를 보고 자신이 사람을 죽였다는 것을 알았다고 경찰에서 진술했습니다.

그는 긴급체포된 직후에도 "사고 직후에는 자루나 조형물을 친 것 같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정황상 허 씨는 사고 당시 인명사고를 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개연성이 큽니다.

허 씨가 '크림빵 아빠' 강 씨를 치어 숨지게 하고 집에 들어간 지난 10일 새벽 그의 부인에게 횡설수설하며 사람을 치었다는 것을 털어놓았던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습니다.

허 씨 역시 술에 취해 하루종일 잠을 잔 뒤 이튿날 오전 자신의 차량이 부서진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는 경찰 수사의 추이를 지켜보다 사고 열나흘 뒤인 지난 24일 사고 은폐 시도에 나섰습니다.

천안의 부품대리점에서 부품을 구입한 후 음성의 부모 집에서 차량을 수리했고, 그 이후에도 차량을 이곳에 감춰 놓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뺑소니 사건이 발생한 지난 10일 이후 경찰은 용의 차종을 BMW로 봤습니다.

사고 현장에서 700m 떨어진 곳을 BMW가 지나가는 CCTV 영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경찰은 좀 더 정확한 차종을 확인하겠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검사를 의뢰하는 호들갑을 떨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수사본부를 차린 지난 27일 또 다른 CCTV 영상이 확보되면서 경찰 수사는 급변했습니다.

강 씨의 시신이 충돌 지점에서 34m나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것은 직진·과속 차량에 변을 당했다는 것인데, 추가 확보된 CCTV 영상에 직진하는 윈스톰이 찍힌 것입니다.

결국 경찰은 가해 차량의 차종을 윈스톰으로 급히 변경하면서 수사를 확대했고, 이런 사실을 언론 보도를 통해 알게 된 허 씨는 심적 부담을 느낀 끝에 결국 경찰에 자수했습니다.

경찰이 CCTV 영상을 일찍 확보했더라면 허 씨 검거 시기를 좀 더 앞당길 수 있었던 것입니다.

박세호 흥덕경찰서장은 CCTV를 뒤늦게 확보한 데 대해 "저희의 불찰"이라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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