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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인사가 망사'된 평창조직위

[취재파일] '인사가 망사'된 평창조직위
흔히 ‘인사가 만사’라고 합니다. 그런데 인사(人事)를 잘못하면 ‘망사’(亡事)가 됩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가 난항에 빠진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인사 문제입니다. 김진선 전 조직위원장 시절에 문동후 사무총장이 2인자로 활동했습니다. 문총장은 1988서울올림픽조직위원회, 2002한일월드컵조직위원회,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조직위원회를 모두 진두지휘한 한국 스포츠사의 살아 있는 전설입니다.     

문총장은 2013년 5월 평창조직위 경기운영부장으로 Z씨를 선임했습니다. 공모라는 형식을 거치기는 했지만 사실상 문총장이 뽑은 사람이었습니다. Z씨는 운동선수 출신으로 문총장과 함께 서울올림픽조직위, 대구세계육상선수권조직위에서 근무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일부 사람은 그에 대해 ‘문동후의 낙하산 인사’라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낙하산 인사’라고 단정하기에는 좀 애매한 측면이 있었습니다. Z씨는 대학에서 체육을 전공했고 미국 유학도 다녀왔고 국제대회를 치른 경험도 적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정작 문제가 된 것은 그의 업무 능력이었습니다. Z씨와 함께 조직위에서 일했던 여러 사람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렇습니다. “일은 열심히 했지만 전체적인 기획력과 조정 능력이 부족했다. 미국에서 공부해 영어회화도 웬만큼 했지만 오히려 그게 화근이 됐다. IOC나 국제연맹 관계자와 중요한 문제를 논의할 때 의사소통이 정확하지 못해 혼선이 빚어진 경우가 꽤 있다. 무능하다고 한마디로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핵심 요직인 경기운영부장을 맡기에는 벅찼다고 볼 수 있다. 대한체육회에 인적 네트워크와 국제경험이 많은 유능한 인사가 있는데도 문동후 총장이 결국 자기가 아는 사람을 심다보니 본인과 조직위 모두에게 불행한 결과로 이어졌다.”

Z씨의 업무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1년 전부터 평창조직위 안팎에서 계속 흘러나왔습니다. 그런데도 조직위는 아무 인사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경기운영부와 경기기획부를 통합한 경기부장 자리에 그를 임명했습니다. 경기부장은 휘하에 동계올림픽 전 종목 국제연맹을 담당하는 스포츠매니저를 비롯해 모두 40명의 직원을 두고 있습니다. 직원 수가 조직위 모든 부서 가운데 가장 많을 뿐만 아니라 역할상 조직위에서 가장 중요한 부서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전체 경기운영을 경기부가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픽_평창동계올림
부서 규모가 확대되자 Z씨의 부담은 더 커졌습니다. 그를 둘러싼 말은 더 많아졌습니다. 그런데도 조직위는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조직위 실세인 문동후 총장이 버티고 있어 보직 교체를 거론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2014년 5월에 문총장, 7월에 김진선 조직위원장이 자진 사퇴 형식으로 정부에 의해 사실상 전격 경질되면서 흐름이 바뀌었습니다. 지난해 8월 조양호 현 위원장이 부임한 지 석 달 뒤에 결국 Z씨를 보직 해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Z씨는 총무부로 대기발령이 나자 병가를 낸 채 두달 이상 출근을 하지 않았고 조직위는 지난 5일에야 해고를 최종 결정했다고 합니다. 저는 Z씨에게 혹시 밝히지 못한 억울한 사정이 있지 않은지,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Z씨는 외부와 접촉을 일절 끊고 있습니다.       

평창조직위는 결과적으로 잘못된 인사로 많은 후유증을 낳았습니다. 첫째: 조직위 내부의 업무 성과와 효율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습니다. 둘째: 조직위에 대한 국제적 신뢰도를 떨어뜨렸습니다. 셋째: Z씨 본인에게도 많은 고통과 불명예를 안겼습니다. 넷째: Z씨가 1년6개월 동안 나름대로 쌓은 인적 네트워크와 경험이 아무 쓸모가 없게 됐습니다. 

평창조직위는 지난해 11월 신임 경기부장 공모 절차에 들어갔지만 적임자가 없다는 이유로 아직까지 뽑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평창조직위 전체 부서 가운데 부서장이 공백인 부서는 경기부 1개뿐입니다. 평창올림픽의 성패를 가를 핵심 요직인 경기부장 자리를 장기간 비워놓고 무슨 대회 준비를 하겠다는 것인지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평창조직위는 지난 2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테스트 이벤트를 위해 경기운영 전문 인력을 영입하는 등 내년까지 조직위 인원을 800명까지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800명도 좋지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경기부장 1명입니다. 더 이상 '인사가 망사'가 돼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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