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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대한항공 '오너 리스크', 터질 게 터졌다"

전문가들 "대한항공 '오너 리스크', 터질 게 터졌다"
대한항공 오너일가의 권위주의적이고 폐쇄적인 리더십이 조현아 전 부사장 사건을 초래했으며 위기대응 시스템도 작동하지 못하게 했다는 전문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경영학회장인 이장우 경북대 교수는 14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일은 리스크 매니지먼트 차원에서보다는 본질적 측면에서 봐야 한다"면서 "터질 것이 터진 것이다. (대한항공은)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고 말했다.

"가족주의적이며 전근대적인 경영스타일로 인한 오너 리스크"가 결국 터지고 말았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 재벌의 문제는 무혈 입성한 견제 없는 권력이라는 점"이라면서 "이 문제가 대한항공에서는 유독 심한 것은 항공산업이 독과점인데다 외부에 노출이 덜 되기 때문이다. 또 가정교육 문제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대한항공에서는 리더십 있는 전문경영인이 눈에 띄지 않는다"면서 "오너도 전문경영인과 경쟁하고 협력하는 거버넌스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삼성그룹은 오너경영이지만 능력 있는 전문 경영인과 협업하는 형태라고 그는 덧붙였다.

경제개혁연대 소장인 김상조 한성대 교수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일에 대해 "개인적 사건이 아니다"고 잘라 말하면서 국내 재벌 3세들의 인성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김 교수는 "국내 재벌이 3세로 넘어가는 과도기인데 한진그룹에서는 가풍이나 기업문화 때문에 3세들의 문제점이 더 강하게 나타난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런 문제는 재벌 3세의 공통적 특징"이라고 말했다.

그는 "창업자나 2세는 많은 것이 부족한 조건에서 다양한 계층의 사람을 만나면서 뭔가 일궈왔는데 이미 다 이뤄진 온실 속에서 자란 3세는 자신과 환경이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결핍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각 그룹의 우열을 가늠하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가 리스크 매니지먼트"라면서 대한항공의 사건 대응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기획하거나 예측한 대로 안 됐을 때 어떻게 하는지가 기업의 성장과 존속에 중요한데 한진그룹은 항공업이라는 위험요소가 있는 사업을 하면서도 이 정도로 위기관리 능력이나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것이 어처구니없다"고 말했다.

그는 "극도로 권위주의적이고 가부장적이며 폐쇄적인 사주일가의 가풍이 그룹 전체의 위기관리 능력을 심각하게 마비시켰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한항공 측은 사건 보도 이후 사태를 덮으려는데 태도로 일관했다는 비판을 받았으며 특히 사무장에 책임을 돌린 사과문으로 논란을 키운 것으로 평가된다.

김 교수는 또 "한국의 기업지배구조 관련 제도는 짧은 기간에 개선됐지만 사회적 책임감 등이 부족한 문제는 아직 바뀌지 않았다"면서 대한항공의 문제점이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기업 컨설팅업체인 휴먼솔루션그룹의 최철규 대표는 "대한항공이 쉽게 끝낼 수 있는 문제를 더 키웠다는 것이 핵심"이라면서 "오너가 비행기 타면 페인트 벗겨진 곳에 펜으로 덧칠까지 했다는데 기업 문화가 이렇게 합리적이지 않고 수직적이고 경직적인 곳에서 임원이 오너한테 '직접 사과해야 한다', '물러나야 한다' 이런 말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위기 상황이 오면 회사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판단력이 중요하다"면서 "삼성 같은 곳은 내부가 아닌 외부그룹에 물어보는 시스템이 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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