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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표류하는 '평창 동계올림픽'…이대로 주저앉나?

[취재파일] 표류하는 '평창 동계올림픽'…이대로 주저앉나?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가 표류하고 있습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가 일부 종목(썰매 종목)의 분산 개최를 제안한 상태에서 3축인 문화체육관광부, 강원도, 평창조직위회는 물론 이들을 총 지휘해야할 청와대마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총체적 난국에 빠진 것은 2011년 7월 개최에 성공한 이후 처음인 것 같습니다.

1. ‘사면초가’ 문화체육관광부

문체부는 이런저런 문제로 부처 창설 이래 최대 위기에 빠져 있습니다. 수장인 김종덕 현 장관은 스포츠 관련 경력이 전혀 없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게 약점입니다. 게다가 이른바 ‘승마 파문’으로 경질된 것으로 알려진 노태강 전 체육국장, 진재수 전 체육정책과장에 대해 ‘무능하다’고 말한 것으로 일부 언론에 보도돼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김 장관을 대신해 평창 문제에 깊숙이 관여해온 김종 차관도 자신이 모시던 유진룡 전 장관과의 볼썽 사나운 ‘진실 공방’에 휩싸였습니다. 직속 부하인 우상일 체육국장(체육정책관)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여·야 싸움으로 몰고 가야’라는 메모를 김종 차관에게 보여주는 엄청난 파문을 일으켜 중징계를 받게 됐습니다.

김종 차관과 우상일 체육국장은 평창 동계올림픽 4개 빙상장 예산 삭감을 밀어붙인 주역으로 강원도민의 집중적인 비판을 받은 인물입니다. 이래저래 평창 올림픽 준비에 관련된 문체부 넘버1부터 넘버3까지 ‘말발’이 제대로 서지 않는 상황이 됐습니다.
2018평창동계올림
2. ‘소탐대실’ 강원도

 정부와 조직위 사람들은 “모든 문제의 시작과 끝은 강원도”라고 말합니다. 강원도는 올림픽을 치를 권리도 있지만 의무도 당연히 있습니다. 그 의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강원도의 돈을 올림픽에 쓰는 것입니다. 지금 최대 현안은 개폐회식장 건설비 분담 문제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25% 부담에 합의했습니다. 그런데 강원도의회가 이를 정면으로 거부했습니다. 총 건설비 1,300억원의 25%는 325억원입니다. 강원도가 올림픽을 치르면서 중앙정부로부터 지원받는 예산은 아무리 적게 잡아도 5조원이 넘습니다.

강원도의회는 재정 사정이 열악해 325억원을 낼 수 없고 만약 이를 정부가 강행한다면 올림픽 반납까지 불사하겠다는 것입니다.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개폐회식장 건설비 25%도 부담하지 못할 능력이라면 왜 올림픽을 3수까지 하면서 유치했느냐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유치해놓으면 중앙정부가 알아서 하겠지”라는 생각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조현아 대한항공 부
3. ‘땅콩 리턴’ 에 묶인 평창 조직위

정부와 강원도의 갈등을 중간에서 조정해야 할 평창 조직위원회도 합격점을 받기는 어렵습니다. 조직위의 최대 약점은 자체 재원이 없다는 것. 이 때문에 어떤 문제를 주도적으로 나서 해결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여기에 중앙 공무원, 강원도 공무원, 대한체육회 직원, 민간 전문가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섞여 있어 응집력이 약합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이른바 ‘땅콩 리턴’까지 터져 완전히 패닉 상태입니다. 조양호 조직위원장은 12일 예정돼 있던 ‘분산개최’ 관련 기자회견을 무기한 연기했습니다. 조직위는 ‘긴급한 현안’을 연기 사유로 적시했습니다. ‘긴급한 현안’이란 바로 조 위원장의 장녀 조현아씨의 ‘땅콩 리턴’ 파문입니다.

조현아씨가 국민의 공분을 사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상황에서 아버지가 기자회견에 나설 경우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공세를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 판단한 것 같습니다. 평창 조직위원회 주변에서는 조양호 위원장이 장녀 문제에서 완전히 벗어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며 향후 업무 차질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래픽_청와대
4. ‘비선 실세’에 빠진 청와대

 평창 조직위원회를 오랫동안 취재해온 저로서는 가장 아쉬운 대목이 청와대입니다. 문체부와 야당 출신의 강원도지사는 한국 정치의 속성상 충돌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비서진뿐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청와대가 평창 동계올림픽 문제를 ‘내일’처럼 챙긴다는 인상을 주지 못했습니다. 평창 준비를 전담하는 보좌관도 없는 상태입니다. 최근에는 이른바 ‘정윤회 비선 실세’ 수렁에 빠져 평창 올림픽에는 관심을 쓸 겨를조차 없습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단순히 강원도의 이벤트가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 재임 중 가장 중요한 행사라는 인식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자동차에는 바퀴가 4개 있습니다. 한개가 펑크 날 경우 속도를 낮추면 근근이 달릴 수 있습니다. 두 바퀴가 펑크 나면 사실상 운전이 쉽지 않습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는 현재 4바퀴가 모두 고장이 난 상태입니다. 경기장 건설도 지지부진하고 개폐회식장은 아예 착공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스폰서와의 계약도 진척이 별로 없습니다. 이런 상황이 6개월만 더 가면 강원도에서 말하는 ‘올림픽 반납’이 아니라 IOC로부터 올림픽 개최권을 박탈당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습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잘못을 범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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