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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도핑 적발' 쑨양의 변명, 중국의 궤변

[취재파일] '도핑 적발' 쑨양의 변명, 중국의 궤변
 중국 수영스타 쑨양이 금지약물 검사에 걸려 자격정지 3개월 징계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이런 사실은 중국 신화통신의 마시앙페이 기자가 중국 반도핑기구(CHINADA) 부소장인 자오지엔을 취재하면서 밝혀졌습니다.

 쑨양은 왜 금지약물인 트리메타지딘을 복용했고 중국 반도핑기구는 왜 이제 와서 발표했는지, 그리고 자격정지 3개월의 가벼운 징계를 내린 이유는 무엇인지 의문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쑨양은 어젯밤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사과의 뜻을 나타냈습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쑨양 사과문
"중국 반도핑기구의 결정을 전적으로 수용한다.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 심각하게 반성하고 있다. 장기간 고강도 훈련을 하면서 심장이 늘 좋지 않았다. 병원 진단 결과 '심근 빈혈'이란 판정을 받았다. 의사의 처방에 따라 '완슈앙리'를 복용했는데 심장병 치료에 먹는 상용약이다. 부작용이 적고 선수가 먹을 수 있는 약이다.

 그런데 '완슈앙리'에 포함된 '트리메타지딘'이란 성분이 올해 1월부터 금지약물 리스트에 올라있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 지난 5월 수영대회때 심장이 좋지 않아 복용했는데 이것이 후회막급한 결과로 이어졌다.나는 각종 국내외 대회에 출전해 무수히 많은 도핑 테스트를 받았지만 한번도 걸리지 않았다. 수영은 나의 생명과 같다. 수영 덕분에 명예를 얻었고 내가 추구해야 할 가치이기도 하다. 앞으로 더 엄격히 자기 관리를 하고 뼈를 깎는 훈련을 해 나를 성원해주는 사람들에게 빼어난 성적으로 보답하겠다."    

 충격적인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가 중국 언론들은 앞다퉈 쑨양 파문을 집중 보도하고 있습니다. 중국 반도핑기구의 자오지엔 부소장은 신화통신에 이어 중국 CCTV와 전화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다음은 자오지엔 부소장이 중국 언론에 해명한 내용입니다.

1. 쑨양은 왜 금지약물을 복용했나?
 쑨양은 자신이 최근 몇 년 동안 급성 ‘심근 빈혈’ 증세로 고생해왔다고 말했다. 그래서 ‘완슈앙리’(염산 트리메타지딘)란 약을 계속 복용해 왔다는 것이다. 트리메타지딘은 심근 세포의 능력과 심근 기능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을 준다. 또 협심증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일반 약품에서 쉽게 발견되는 성분으로 흥분제로 남용되는 사례가 많지 않다. 다만 대량으로 복용했을 때는 경기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 양성반응 결과를 왜 6개월이 지난 뒤에 발표했나?
 반도핑 규정에 따르면 A샘플에서 양성 반응이 나오면, 선수는 B샘플 테스트 결과를 갖고 청문회에 참석해 소명할 권리가 있다. 이 과정이 길게는 40일 걸린다. 만약 선수가 증거 수집 등의 이유로 청문회 연기를 신청하면 또 3개월이 걸린다. 중국 수영협회가 쑨양 징계건을 결정할 때 하필 난징 유스올림픽(8월16일-28일)이 열렸다. 바로 이어 인천 아시안게임이 이어졌다. 중국 반도핑기구는 이 양대 대형 이벤트에 참여해 도핑 테스트를 했을 뿐만 아니라 전국 각 성(구,시)체육회의 위탁 검사도 도맡아 했다.

 2-3분기 도핑테스트 샘플 건수가 9,900개나 된다. 검사 결과를 확인하고 데이터 통계를 최근에야 완성했다. 중국 반도핑기구는 어떤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바로 발표를 하지 않는다. 분기별로 발표를 한다. 이는 그동안의 관례와 세계 반도핑기구의 규정에 부합되는 것이다. 최근에 말레이시아 배드민턴 스타 리총웨이(세계랭킹 1위)의 금지약물 복용 사실이 보도됐다. A샘플 테스트 결과만 나온 상태에서 현지 반도핑기구가 이런 사실을 언론에 공개한 것은 규정 위반뿐만 아니라 선수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한 것이다."     

 3. 쑨양의 과실은 무엇인가? 
 선수는 도핑테스트를 받을 때 현재 자신이 사용하는 치료약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야 한다. 그래야 양성 결과가 나온 뒤에 ‘오판’을 막을 수 있다. 그런데 쑨양은 물론 중국 수영대표팀 주치의 빠전도 약물 검사시 복용하는 약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

4. 자격 정지가 3개월인 이유는 무엇인가?
 쑨양이 청문회에서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증거를 제시했다. 2008년 부터 심장이 좋지 않았다는 자료와 저장성(쑨양 출신지) 여러 병원의 진단서와 병력 기록을 제출했다. 염산 트리메타지딘을 먹어야 했던 이유가 적시돼 있다. 결론적으로 그가 경기력 향상이 아니라 치료 목적으로 약을 복용했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이다. 이것은 세계 반도핑기구의 처벌 감면 조항에 부합하는 것이다. 쑨양이 주의 의무를 다하지 못해 양성 결과가 발생하는 과실이 있었지만 결코 중대한 과실은 아니다. 그래서 자격 정지 3개월이 비교적 합리적이라 판단했다.
 
 쑨양의 해명과 중국 반도핑기구의 설명은 한마디로 설득력이 약합니다. 쑨양은 자신이 몇 년 동안 심근 빈혈로 고생해왔다고 주장했는데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내용입니다. 실제로 그가 그 증세를 갖고 있었는지 아니면 변명 차원에서 한 말인지는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중국 반도핑기구가 발표를 6개월이나 늦춘 것에 대한 해명은 군색하기 짝이 없습니다.

  쑨양은 B샘플 테스트를 포기했는데 이것 때문에 40일이 걸린다는 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유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이 겹친 것과 징계 발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시점도 맞지 않습니다. 중국 각 지역 체육회가 위탁한 도핑 검사 때문에 발표가 미뤄졌다는 것, 관례적으로 분기별로 발표한다는 것도 한낱 핑계에 지나지 않습니다.     

  자격 정지 3개월이란 솜방망이 징계에 대한 변명도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입니다. 결국 ‘제 식구 감싸기’란 비난을 피하기 위해 '견강부회'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중국 네티즌들의 반응도 싸늘합니다. 우리 돈으로 100만원이 채 안되는 벌금과 3개월 자격정지가 너무 가벼운 징계라는 비판이 많습니다.

 선수의 혐의를 규명해야 할 중국 반도핑기구가 오히려 혐의를 감싸줬다는 지적과 함께 '쑨양은 리총웨이에 비해 행운아'라는 비아냥도 있습니다. 지난 20여 년 동안 중국 수영 선수들이 눈부신 성적을 낼 때마다 ‘금지 약물 복용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그때마다 중국은 ‘서방 언론의 시기심에서 나온 악의적인 보도’라며 관련 사실을 일축했습니다. 중국 스포츠계가 남들로부터 공연한 의심을 받지 않으려면 앞으로 자국 선수를 대상으로 한 ‘도핑테스트’를 보다 철저히 하고 그 결과를 즉시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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