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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北 트랙터 방사포…"조롱이 아니라 공포의 대상"

"9.9절 열병식 등장 트랙터-방사포, 위력적이다"

[취재파일] 北 트랙터 방사포…"조롱이 아니라 공포의 대상"
작년 북한의 정권 수립일인 9.9절 기념식 사진입니다. 김정은이 김일성 광장 주석단에서 바라보는 가운데 노농적위군이 열병식을 거행했습니다. 노농적위군의 행렬 가운데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무기가 보입니다. 농기계인 트랙터가 포대를 견인하는 장면입니다. 포는 북한 전방에 배치돼 남쪽을 겨냥하고 있는 바로 그 방사포입니다. 굳이 이름 붙이자면 트랙터 견인 방사포입니다. 논밭에서 농사짓는 트랙터, 그것도 빨간 트랙터가 보무도 당당하게 공포의 방사포, 다연장 로켓포를 끌고 있는 것입니다.

9.9절 열병식이면 정권 수립일을 자축하는 엄격한 행사이기 때문에 북한이 일부러 코미디를 할 까닭도 없습니다. 사진의 장면은 장난도 아니고 조작도 아닙니다. 트랙터 방사포의 특장점이 있기 때문에 북한은 실제로 방사포를 트랙터에 묶어 끌고 다니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확립된 전술입니다. 방사포 견인용 별도 차량을 사들이면 되는데도 굳이 트랙터를 쓰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 만만한 상대가 아닙니다.

● 험로 이동에는 트랙터가 제격

김태훈 취재파일
사진 속 열병식은 북한 정규군이 아니라 우리 식으로 치면 예비군이나 민방위쯤 되는 노농적위군의 행렬입니다. 노농적위군은 평시에는 생업에 종사하다가 전시가 되면 전사로 변신합니다. 트랙터 방사포의 트랙터도 군 훈련시에는 방사포 견인 차량이 됐다가 평시에는 그저 평범한 농기계로 되돌아 옵니다. 트랙터가 워낙 힘이 좋아서 방사포를 끌고 다니는 것은 일도 아닙니다. 적격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전쟁이 벌어지면 눈에 띄는 도로란 도로는 폭격받아 부서지기 일쑤입니다. 구불구불 오솔길이나 산길 정도라도 무사하면 다행입니다. 6.25 전쟁 때 미군 전폭기의 무차별 폭격으로 강토가 쑥밭이 됐던 경험이 있는 북한은 ‘도로 부재’가 전략 전술적으로 얼마나 큰 손실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때 트랙터는 최고의 견인 차량이 됩니다. 길이라도 좋고 아니라도 좋습니다. 길이 없어도 방사포 정도는 어렵지 않게 산등성이까지 올려놓을 수 있습니다. 폭격 지역을 안이한 마음으로 진입하던 상대 진영을 손쉽게 공격할 수 있습니다. 트랙터 견인 방사포, 조롱할 대상이 아닙니다.

● 노농적위군과 방사포

작년 9.9절 열병식 사진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또 있습니다. 흔히 북한의 전방에 배치돼 우리 수도권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만 알려진 방사포를 예비군인 노농적위군이 운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방사포는 122mm의 경우 사거리가 20km 정도이고 신형인 240mm는 사거리가 70km에 달합니다. 우리 예비군이 보유하지 못한 위협적인 포를 북한 예비군은 갖추고 있는 셈입니다. 북한은 전국 곳곳에 방사포를 배치해서 북한의 적, 그러니까 우리 군과 미군의 침투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노농적위군의 제식 수준도 놀랍습니다. 대한민군 예비군이나 민방위군이 열병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보기 민망할 겁니다. 노농적위군의 행렬은 정규군에 비해 전혀 손색없이 오와 열이 맞고 손짓발짓이 힘찹니다. 제식훈련이 잘돼있다는 뜻인데 함의가 큽니다. 제식 수준이 높다는 것은 명령이 통한다는 것이고 조직이 잘 돼있다는 뜻입니다. 제식의 수준은 곧바로 전투력을 말해줍니다. 노농적위군은 전국 곳곳에 산재하고 있어 게릴라전에도 능합니다. 무장도 간단치 않고 전투력도 뛰어난 게릴라, 미군이 제일 겁내는 대상입니다.

노농적위군은 500만명으로 추산됩니다. 전쟁이 발발하면 노농적위군 500만명은 북한 정규군에 고스란히 흡수돼 절정의 전투력을 발휘할 것입니다. 그때는 지금 우리가 조롱하는 트랙터도 공포의 대상이 될 것입니다. 북한을 바로 알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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