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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서울대·성공·남성' 국회의원의 자화상

역대 국회의원 프로필 전수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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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난이도가 필요한 예술, 바로 정치의 예술이라고 했다. ‘정치’가 예술이면, ‘국회의원’은 예술가다. 예술가라는 표현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민주 사회에서 의회의 기능, 의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구구절절 얘기할 필요가 없다. 다만 중요성은 알고 있지만, 정치인을 향한 시선은 따갑다. 때문에 정치의 가치를 알면서도, 정치인을 꿈꾸면 주변에서 말리는 게 현실이다. 정치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생긴 부작용이 아닐까. 정치의 효능감이 떨어지면서 “투표 해봤자 뭐하냐”며 정치적 무관심을 합리화한다. 그러나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라고 했다. 최선을 선택할 수 없더라도 최악은 피하기 위해 해야 하는 게 선거이고 투표다.

그리고 이런 선거에서 당선되고자 건곤일척의 승부를 하는 사람, 늦은 나이에 출마를 한 사람, 오랜 직장을 떠나 여의도로 향하는 사람들이 있다. 속칭 ‘금배지’를 달기 위해 출마한 이들이다. 만 25세 이상이면 누구나 출마 가능하고, 수백 수천 대 일보다 낮은 경쟁률, 토익 성적이나 자격증도 필요 없다. 이렇게 놓고 보면 대기업 취업보다 쉬워 보인다. 그러나 당선을 위해선 수만 명의 면접관에게 호감을 얻어야 하기에 그 어떤 직업보다 ‘합격’이 어렵다. 누군가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직업, 누군가의 염원을 대신해야 하는 직업, 바로 국회의원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시민들은 어떤 이들을 국회의원으로 채용했을까. SBS데이터저널리즘팀이 1대(1948) 총선부터 19대(2012) 총선까지 시민의 손으로 직접 뽑은 국회의원(지역구)의 프로필을 분석했다. 비례대표와 재보궐 당선자를 제외한 역대 지역구 의원 전체 3.837명을 대상으로 했다. 이중 다선 의원 등 중복된 의원을 1명으로 계산하며 모두 2,119명이다. 역대 최초로 이들의 성별, 연령, 직업(초선 당선 전), 학력을 전수 분석했다.

● 국민 중 50% 여성…의원 중 2% 여성

군인, 법조인 등 많은 직업군에서 여성의 진출이 늘었다. ‘금녀의 벽’은 붕괴됐다며 사회 다방면에서 양성평등이 실현됐다고 말하지만, 현실의 유리벽은 여전히 존재한다. 특히, 국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2015년 12월 기준으로 전체 인구 중 남성은 2,575만 명,  여성은 2,577만 명으로 여성의 숫자가 약간 많다. 전체 국민 중 투표권을 가진 ‘선거인’에서도 여성이 상대적으로 많다. 성별 선거인을 조사한 11대 총선부터 19대 총선까지 선거인 중 여성 비율은 남성보다 1%p~2%p 높았다. 19대 총선 선거인 중 남성은 49.4%, 여성은 50.6%(2,091,754명)이었다. 여성이 행사할 수 있는 투표권이 더 많았다는 뜻이다.
[마부작침] 제19대 여성 선거인수 / 의원 비중 비교
하지만, 유권자 중 여성은 많았지만, 여성 의원은 극소수였다. 표심이 여성 의원으로 향하지 않은 것이고, 향하지 못한 것이기도 하다. 역대(1~19대) 총선 지역구 당선자 2,119명 중 여성은 모두 43명으로 전체의 2%에 불과했다. 98%에 달하는 남성 의원에 비해 절대적으로 낮은 수치다. 우선 여성 출마자가 적은 탓이 크고, 유권자들이 여성 후보자보다 남성 후보자에게 표를 던진 게 주요 원인이었다. 최초 여성 의원은 제헌국회(1대 총선) 이듬해인 1949년 보궐 선거로 당선된 임영신 의원이다. 2대 총선(1950)에서 여성 지역구 의원 2명이 당선된 이후로 아예 아무도 없거나 최대 2명 정도가 초선으로 당선되다가 17대 총선(2004)에서 여성 의원 10명(초선8명) 당선을 변곡점으로 늘어났다. 19대 총선(2012)에선 여성 의원 19명(초선 15명)이 지역구에서 당선되면서 역대 최대를 기록하며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남성이 여성보다 압도적으로 많이 당선되고 있다.

'국회 남초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여성은 여성을 뽑지 않는다"는 '여성의 적(敵)은 여성'이라는 식의 접근법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김민전 교수는 "기본적으로 정치를 하는 여성 수가 적다는 점부터 주목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사회 전반에 여성의 유리벽이 존재하고 있고, 특히 우리 국회는 '성공한 사람들의 종착지'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어 여성의 정치 진출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편견과 유리벽 때문에  여성의 사회적 성공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런 성공이 전제돼야 하는 '국회' 입성은 더 힘들다는 뜻이다. 다만, 김 교수는 "지금의 대학을 보면 여성 학생회장이 많고, 사회 진출도 활발하기 때문에 이들이 사회에서 자리를 잡게 되면 여성 정치인이 더 많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 40~50대…'중년'을 향한 표심

의원들의 연령을 분석해보면, 특정 연령대에 당선자들이 집중돼 있다. 역대 지역구 의원 2,119명 중 40대(40~49세)가 전체의 43.6%인 924명이었다. 50대는 686명(32.4%)으로 40~50대의 비중을 합치면 76%에 달한다. 4,50대가 초선 의원으로 가장 많이 당선됐다는 것으로, 표심이 40대와 50대로 향했다는 뜻이다. 반면 20대와 70대 초선 당선자는 각각 0.5%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했고, 30대가 16%(342명), 60대가 6.9%(146명)로 집계됐다.
[마부작침] 역대 초선의원 당선 연령
역대 지역구 의원 2,119명의 초선 당선 연령은 47.6세로, 역대 총선을 종합했을 땐 40대 당선자가 가장 많았지만, 이런 추세는 변화하고 있다. 단적으로 19대 총선에서 최다 당선 연령은 ‘50대’로 지역구 의원 246명 가운데 118명을 차지했다. [대한민국 국회는 환갑이 코앞] 기사에서 보도했듯 시민들의 표심은 보다 높은 연령대로 향하고 있다. 국회의원의 평균연령이 제헌국회 47.1세에서 19대 총선 54.5세로 높아진 것도 이런 추세가 반영된 결과다. 당선자 전체 연령과 더불어 ‘초선 평균 연령’도 1대 총선(1948) 47.1세에서 19대(2012)에선 53세로 올라갔다. 이는 연령대별 투표율, 평균 연령 상승 등 복합적인 요인에 기인한 건데, 무엇보다 정치 입문의 현실적 조건을 살펴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 이숙현 연구위원은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선 돈, 인맥, 세력이 필요한데, 이런 요건을 갖출 수 있는 연령대가 50대"라며 "20대 후반에 기업이든 법조계든 특정 영역에서 일을 시작해 20년 간 생활하며 현실적 요건을 갖춘 뒤에야 정치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바꿔 말하면, 20~30대는 정치를 할 수 있는 여건, 즉 돈이나 세력을 형성하기 어렵고, 출마를 위한 현실적 조건을 자체적으로 조성한 4,50대가 많이 출마한다는 뜻이다. 

● 국회의원의 직업…‘기업인 금융 상공업’ 출신 最多

국회의원들은 여의도 입성 전 어떤 일을 했을까. 대다수 시민들은 집으로 배송된 홍보물을 보면서 후보자들의 이력부터 살펴본다. 소속 정당, 정책만큼이나 후보자들의 직업은 표심에 영향을 준다. 때문에 어떤 이들은 자신의 직업을 적극 광고하기도 한다. ‘기업 CEO’출신, ‘공명정대한 법관’ 출신 등 과거 직업을 바탕으로 향후 국회의원 직무 수행 능력을 평가해달라고 호소한다. 이런 호소가 통한 것일까. 지역구 의원의 직업을 전수로 살펴보면, 특정 직업군에 당선자가 집중됐다는 걸 파악할 수 있다.
[마부작침] 역대 국회의원 직업분석
‘기업인/금융/상공업’, ‘공무원/공공기관’, ‘정당/정치인’, 법조인, 언론계 등 직업군을 13개로 나눠 지역구 당선자 2,119명 전체를 분석했다. 그 결과 ‘기업인 금융 상공업’ 출신이 353명으로 전체의 16.7%를 차지했다.  ‘기업인/금융/상공업’은 제조업 또는 서비스업 종사자 또는 기업 대표나 임원, 은행 증권사, 자영업자 출신 등이다.  KT전무 출신의 새누리당 권은희 의원, 쌍용그룹 임원 출신의 더불어 민주당 정세균 의원이 대표적이다.

대한주택공사, 지식경제부 관료 등 정부 부처 또는 공기업 출신인 ‘공무원/공공기관’이 다음 순으로 전체의 16.1%인 341명이었다. 3위는 ‘전문 정치인’이라고 할 수 있는 ‘정당/정치인’ 출신으로 307명(14.5%)을 차지했다. 4위는 교수, 학교 이사장 등 ‘교육/학계’ 출신(297명/14%), 5위는 판사·검사·변호사 등 법조인(211명/10%), 6위는 기자, 아나운서 등 언론인(198명/9.3%) 순이다. 이들 직업군이 전체 당선자의 80.6%를 차지하고 있어 상위 6개 직업군이 선거에서 특히 강세를 보였다는 걸 알 수 있다.


● 실질적 최다 '법조인', 뜨는 '시민단체', 반짝 '군인'

역대 종합 기준으로는 ‘기업인/금융/상공업’ 출신 초선 의원이 가장 많았지만, 시대가 지나면서 이런 추세는 변했다. 특히 역대 총선에서 꾸준히 선출됐고, 또 최근에 더욱 강세를 보이는 ‘직업군’이 있다. 바로 ‘법조인’이다. 판사·검사·변호사로 구성된 법조인은 역대 비율에선 10%를 차지했지만, 19대 국회 지역구 초선 의원 96명 중 15.6%(15명)가 법조인이다. 특히 판사·검사·변호사를 합쳐도 2만2천여 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기타 직업군에 비해 국회의원 숫자는 과대 대표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법조인'이 되면 여의도 입성의 '징검다리'에 올라섰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역대 법조인 출신 의원 211명 가운데 변호사 비중이 가장 컸다. 77명(36%)가 변호사 출신이고, 검사 출신이 70명(31.5%), 판사 출신이 62명(30%), 수사관 및 법무사 출신이 2명(1%)이었다. 판사·검사·변호사  ‘법조3륜’이 골고루 국회에 입성했지만, 시기적으로 나눠보면 특색이 나타난다.
[마부작침]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 분포
제헌국회(1948) 때부터 5대 국회(1960)까진 판사 출신이 20명으로 가장 많았고, 검사 출신 11명, 변호사 출신 14명이었다. 이후 검사 출신이 가장 많이 당선되던 시기를 거쳐 16대(2000)~19대(2012) 총선에선 변호사 출신이 45명, 검사 출신이 23명, 판사 출신 12명이 초선으로 당선됐다. 즉, 최근 4회 총선에선 법관 또는 검사 등 공직을 거치지 않은 순수 변호사 출신이 가장 많이 당선됐다는 뜻이다.   

언론인 출신도 꾸준히 강세를 보이는 직업군 중 하나다. 1948년 제헌국회에서 전체 지역구 의원 중 11%에 해당하는 21명이 당선됐고 매 총선에서 10명 안팎의 초선 의원이 나왔지만, 군사정권 초기 시절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후 11대 총선(1981)에선 19명이 초선 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15대~18대 총선에서 매회 10명 이상 초선 의원을 배출했고, 19대 총선에선 9명이 초선으로 당선됐다.  

재야단체 또는 노조 등 시민사회계 출신은 최근 들어 다수의 초선 의원을 배출하는 직업군이다. 제헌 국회(1948) 이후 매 총선마다 한 자릿수에 그치던 시민단체 출신은 민주화 이후에 조금씩 늘어나 16대~19대 총선에선 44명이 당선됐다. 17대 총선(2004)에서 한꺼번에 13명이 당선되는 등 강세를 보였다. 19대 총선에선 15명이 당선되면서 19대 지역구 초선 의원 96명 중 15명(15.6%)를 차지, '정당/정치인', '공무원/공공기관', 다음으로 ‘법조인’과 함께 공동 3위를 기록했다.

소나기처럼 쏟아지다 금방 멈춘 직업도 있다. ‘군인’이다. 역대 지역구 의원 2,119명 중 군인 출신은 138명으로 6.5%를 차지했다. 군사 정권 시절인 6대(1963)~12대 국회(1985)까지는 88명의 군인 출신 초선 의원이 국회에 입성하는 등 많게는 22명이 한 번에 당선되기도 했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엔 급격히 줄어들었고, 17대 총선(2004)에선 군인 출신 초선 의원이 단 1명에 그치는 등 역대 최저를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 4회 총선(16~19대)에선 10명의 군인 출신 초선 의원이 나왔는데, 19대 총선에서만 6명이 당선되면서 14대 총선(1992) 이후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정 직업 쏠림 현상을 두고 전문가들은 유권자의 선호도 보단 특정 직업군에서 선거에 출마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한다. 김민전 교수는 "단일 직업으로 볼 때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이 가장 많다"며 "이는 유권자가 법조인이라서 선택한 것이 아니라 국회 입성을 꿈꾸고 시도하는 법조인들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다른 직업군에선 선거에 나갔다 떨어지면 리스크가 크지만, 법조인의 경우 여의도 입성에 실패해도 '변호사'를 계속 하면서 다시 생활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기타 직업군의 경우 선거에 실패하면 경력 관리에 문제가 발생하는데, 법조인의 경우 낙선하더라도 손실이 적다는 뜻이다.

국회에 법조인 출신이 많아지면서 도리어 정치의 고유 역할이 축소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숙현 연구위원은 "정치는 사회적 문제를 법대로 해결하는 게 아니라, 타협을 통해서, 토론을 통해서, 또 민심을 살펴서 빵을 나누는 행위"라며 "국회에 법조인들이 가득 차면 의회 고유의 역할은 축소되고 또 하나의 사법부를 만드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꼬집었다.

● '압도적 대졸' 국회…'서울대' 34% 등 SKY 편중

국회의원 출마엔 학력 제한은 없다. '25세 이상'이라는 나이 제한만 있을 뿐, 우리 국민이면 중졸이든, 고졸이든 누구든 출마 가능하다. 하지만, 역대 의원의 학력을 분석해보면, 대졸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역대 지역구 의원 2.119명(의석수 기준 3,837명에서 중복 제외) 중 대학 졸업 이상은 1,731명으로 전체 의원 중 81.7%에 달하고, 나머지 의원 388명(18.3%)은 고졸 이하였다.
[마부작침] 역대 국회의원 학력분포
초기부터 '대학 졸업자‘로 국회가 가득 찼던 건 아니다.  제헌국회(1948) 당시 고졸 이하 의원이 89명이 당선되는 등 전체 의원 중 40% 이상이 고졸 이하인 적도 있었다. 물론 당시는 건국 초기라 대학은 물론 고등학교 교육조차 보편적이지 않은 시절이었다. 교육 인프라가 미비했던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제헌국회~5대(1960) 국회까지 고졸 이하 초선 의원 323명이 당선되는 등 대졸 이상 당선자(437명)와 격차가 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6대 총선까지 두 자릿수에 머물던 고졸 이하 초선 의원은 7대(1967) 총선부터 8명으로 한 자릿수로 떨어지더니 이후 총선부턴 급격히 감소했다. 18대 총선에선 고졸 이하 초선 당선자가 1명에 그치는 등 최근 4개 총선(16대~19대)에선 13명에 불과했다.

역대 지역구 의원(2,119명) 가운데 대졸 이상은 1731명으로, 이 중 출신 대학까지 확인 가능한 의원은 1,170명이다. 이들의 대학을 분석해보면 서울대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33.9%에 해당하는 397명이 서울대 출신이고, 고려대 출신이 170명(14.5%), 연세대 출신이 101명(8.6%)이다. 이른바 SKY출신이 절반을 훌쩍 넘는 57.1%에 달한다. 특정 대학 편중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부작침] 역대 국회의원 출신대학 상위 Top5
대학 졸업 이상 의원 중 출신 학과가 확인 가능한 의원은 1598명이다. 이를 분석해보면, 법학계열 출신 의원이 554명으로 34.6%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정치외교학과 등 정치계열 출신이 256명(16%), 경제,경영학과 등 상경계열 235명(14%), 사관학교 97명(6%), 신문방송학과 등 사회과학계열 73명(4.5%) 순이었다. 법학계열 출신이 가장 많이 당선된 것으로, 문과 출신이 국회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과에선 의약계열이 67명(4.1%), 공학계열이 46명(2.8%)으로 집계됐는데, 문과 출신과 비교할 땐 미미한 수치다.
[마부작침] 역대 국회의원 출신 학과 분포
● '서울대 출신 성공한 중년 남성'…한정된 메뉴판

표심은 예민하고, 유권자는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선거를 두고 ‘움직이는 생물’이라고 비유하는 것도 이런 탓이다. 때문에 국회의원의 전형이 있다고 단정해서 말하기도 힘들다. 그러나 지금까지 역대 지역구 의원의 성별, 연령, 직업, 학력을 구분해 분석해 보면 어느 정도의 성향을 발견할 수 있다. 특정 연령대, 특정 직업, 특정 대학 출신 의원이 집중적으로 당선됐기 때문이다.
[마부작침] 역대 국회의원 프로필 대표 특징
성별은 남성, 연령대는 50대, 직업은 법조인과 기업인, 학력은 대졸 이상, 대학은 서울대. 이를 연결하면 '서울대를 졸업해 성공한 중년 남성' 정도가 될 것이다. 즉, 이런 '틀' 또는 '경력'을 가진 후보자가 지금까지 많이 당선됐다는 말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고학력의 성공한 중년 남성이 유권자가 신뢰하고, 표를 받을 수 있는 후보자의 모습"이라고 평가한다. 유권자가 바라는 국회의원이 바로 이런 모습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는 선후 관계를 잘못 파악하고, 핵심을 놓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김민전 교수는 "정당의 공천이 당선을 좌우하는 우리 정치 현실에서 주요 정당은 비슷한 인물만 공천해왔다"며 공천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애당초 유권자에게 선택지가 적었다는 말이다. 김 교수는 이어 "중앙당에 공천권이 집중돼 있어 주로 서울에서 이름을 알리고, 유명세를 얻은 사람들을 공천 대상으로 삼다보니, 비슷한 경력을 지닌 명문대 출신 고학력의 성공한 사람들로 국회가 채워졌다"고 덧붙였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중앙 집중적 공천권의 분산이 선행돼야 한다는 말한다. 

김 교수는 "미국의 경우 공천은 각 지역에서 이뤄진다"며 "상하원 의원들 중엔 지역 주립대 출신이 많은데, 이는 지역에서 생활하고 봉사하며 명성을 쌓은 뒤에야 연방의회로 나갈 수 있는 시스템이 형성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구조 덕분에 다양한 인물이 미국 국회를 구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천편일률적 국회 구성으로 사회의 건강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크다.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 이숙현 연구위원은 "메뉴가 다양하지 못하면 선택의 폭도 좁을 수밖에 없고, 결국 영양 섭취도 골고루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국회는 민심을 읽고, 공감하고, 공유하는 공간이기에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되는 게 절실하다"며 "특정 부류, 특정계층, 특정 성별만으로 국회가 채워지면, 민심이 아닌 특정 세력의 이익만 대변할 수밖에 없다"며 국회의 다양성을 주문했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분석: 한창진·안혜민(인턴)
디자인: 임송이

※ 마부작침(磨斧作針) :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으로, 방대한 데이터와 정보 속에서 송곳 같은 팩트를 찾는 저널리즘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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