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류사회'는 각자의 욕망으로 얼룩진 부부가 아름답고도 추악한 상류사회로 들어가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상류사회 진입을 꿈꾸는 두 인물의 이야기를 다룬 만큼 상류층 라이프와 그 중심에 선 사람들의 이면 묘사에 집중했다.
특히 하마사키 마오는 극 중, 후반부 상류층 점정에 있는 한 회장(윤제문)의 은밀한 19금 라이프를 보여주는 장면에서 과감한 연기를 보여줬다. 감독이 굳이 AV 배우까지 출연시킨 것에 고개가 갸우뚱할 수도 있지만 성애 장면의 노출 수위와 행위 묘사의 강도를 본다면 이 선택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문제는 '상류사회'의 노출이 이야기의 흐름 안에서 자연스레 녹아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극을 위한 자극이나 육체를 전시하는 듯한 느낌이 강하다. 신체 부위의 클로즈업과 현장녹음분을 그대로 사용한 신음소리도 쓸데없이 길다. 영화를 본 관객들 사이에서 '굳이 이렇게까지 보여줘야 하나'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도 그 이유다.
반면 영화의 주요한 이야기가 되어야 할 상류층의 위선과 폐부 묘사는 그 층위가 얕다. 재벌가들의 상상을 초월한 만행과 도덕적 해이는 이미 뉴스를 통해 많이 소비해왔다. 올해만 하더라도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충격적인 소식을 연이어 접하지 않았던가.
무엇보다 태준(박해일)과 수연(수애)은 무엇을 위해 그렇게 상류사회 진입을 꿈꾸는 것일까.
이미 안정된 기반, 사회적 지위(대학교수, 미술관 부관장)를 가진 것처럼 보이는 그들이 간과 쓸개를 다 내어 보이면서까지 집착하는 것은 '끝을 가늠할 수 없는 인간의 욕망'이라는 측면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배우들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고군분투는 공허한 메아리처럼 여겨진다.
(SBS funE 김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