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상황을 요약해보면, 경찰은 2차례 롯데건설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돈의 흐름을 파악했는데, 80억 원에 이르는 돈이 롯데건설 경영지원본부에서 나와 롯데건설 주택사업본부를 거쳐 3개의 홍보대행업체로 흘러갔습니다. 이들 홍보대행업체들은 홍보용역비 명목으로 받은 이 돈으로 조합원들에게 과일상자, 현금 다발, 상품권 및 숙박권, 가전제품 등의 금품을 제공하며 롯데건설이 시공사가 될 수 있도록 조합원들을 설득했습니다. 결국 경찰은 이들 용역업체 대표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홍보대행’이라는 탈을 쓰고 있지만, 이들 3개 대행업체는 현장에서 ‘OS'라 불리는 직원 100여 명과 관리자, 대표 등으로 구성된 제법 규모를 갖춘 용역업체들입니다. 전국을 돌며 재건축 시공사 발표를 앞두고 있는 사업장에 나타나 조합원들에게 특정 건설사에게 투표하도록 온갖 술수를 사용하고 건설사로부터 대가를 받아 챙겨왔습니다. 건설사 입장에선 이들이 너무나 고마운 존재입니다. 조합원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위법한 일을 하는데 있어서 굳이 자신들의 손을 더럽히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죠. 이런 이유로 경찰 수사의 칼날은 홍보 용역업체에서 그치지 않고 롯데건설을 향하고 있습니다. 롯데건설이 ’머리‘라는 겁니다.
조합원들에게 제공되는 이 금품들은 당장은 ‘달콤한 서비스’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형 건설사들은 이 금액들을 홍보비용으로 산정하고 나중에 분양가를 책정할 때 반영해 결과적으론 조합원들로부터 돈을 회수한다는 것이 수사당국의 설명입니다. 대형 건설사들이 조합원들에게 금품을 살포하는 것을 막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는 불공정한 것일뿐더러 조합원에게 비용을 전가하며 기만하는 행위인 겁니다. 돈 잔치가 끝나고 영수증이 조합원들에게 날아오면 때는 이미 늦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경찰의 수사가 금품을 살포한 머리를 겨냥하는 것은 물론 대형 건설사가 조합원들에게 비용을 전가하며 농락하는 관행까지도 바로잡을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