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남아공 월드컵과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조별 예선에서 3전 전패로 탈락의 수모를 당했고, 2012년과 13년에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본선에도 오르지 못하며 ‘종이 사자’로 전락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만신창이가 된 듯 했던 카메룬은 2017년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무려 15년 만에 아프리카 정상에 복귀한 겁니다.
스타플레이어 한 명 없던 카메룬이 정상에 오르자 축구계에서는 “믿을 수 없다"(incredible)는 탄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카메룬의 부활‘을 더욱 극적으로 만든 동화 같은 뒷얘기들을 소개합니다.
카메룬축구협회는 지난 2015년 트위터를 통해 감독 공개모집에 나섰습니다. 카메룬축구협회 트위터 공식계정에는 “인성이 좋고 건강하며 강인한 지도자. 경험이 풍부하고 아프리카 축구를 잘 아는 지도자. 카메룬 거주가 가능한 지도자를 찾는다.”는 모집 광고가 떴습니다. 마치 ‘알바생’을 구하는 듯한 카메룬 협회의 무성의한 태도는 세계 축구계에서 큰 화제가 되면서 많은 비난과 조롱거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40대 때는 우승컵도 들어 올리며 차세대 명장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갈 수록 별다른 성과 없이 잊혀져 가던 감독이었습니다. 트위터로 지원할 만큼 절실했던 휴고 부르스는 카메룬을 맡아 '마법같은 지도력'을 발휘합니다.
●주전 선수들의 잇단 차출 거부…시작된 모험
지금 카메룬에 음보마, 사무엘 에투 같은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는 없지만, 리버풀의 마티프를 비롯한 많은 주전 선수들은 유럽 1부 리그에서 뛰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주전급 선수 7명이 카메룬 축구협회의 차출을 거부하면서 비상이 걸립니다. 한창 유럽리그가 계속되고 있는 기간이어서 가능성도 없는 네이션스컵에 출전할 수 없다는 거였겠죠.
여기서부터 카메룬의 모험이 시작됩니다.
●신예들의 대활약…드라마틱한 반전
휴고 감독의 초점은 ‘수비 강화’였습니다. 베테랑 수비수가 어느 때보다 필요했지만, 휴고 브루스 감독은 어린 무명 선수들을 믿고 기용했습니다. 아약스의 주전 골키퍼 안드레 오나나가 차출을 거부한 가운데 기회를 잡은 21살 신예 파브리체 온도아 골키퍼의 역할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온도아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B팀에 소속돼 있지만, 아직 단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한 무명 중의 무명 선수였습니다. 하지만 온도아는 이번 대회에서 두 번의 무실점 경기를 펼쳤고, 세네갈과 8강전에서는 승부차기를 막아내며 골문을 지켰습니다.
●‘반복되는 포상금 논란‘에도 굴하지 않다!
카메룬은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 포상금 문제로 홍역을 앓았습니다. 협회에서 포상금을 지급하지 않자 카메룬 선수단은 출전을 거부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협회가 어르고 달래며 포상금을 일부 지급하고 뛰게 했지만, 이미 팀이 아니었습니다. 선수들끼리 경기 도중 싸우는가 하면 지고도 죄책감 없는 표정으로 세계적인 비난을 받았습니다.
이번에도 포상금 문제는 반복됐습니다. 협회가 8강에 오른 뒤부터 지급하기로 한 포상금 약속을 지키지 않자 선수들이 술렁이기 시작한 겁니다. 이 때 휴고 브루스 감독은 선수들을 강하게 독려했습니다. “우리가 여기까지 온 건 포상금 때문이 아니라 우리의 능력 때문이다. 우리는 돈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라를 위해서 싸우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포상금 문제는 경기력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고, 카메룬은 정상까지 쭉쭉 뻗어 나갔습니다.
카메룬은 현재 FIFA랭킹 62위까지 떨어져 있습니다. 이번 네이션스컵 출전 16개국 가운데 랭킹으로만 보면 11위입니다. 그나마 주전급들이 대거 빠졌으니 출전국 가운데 전력은 최약체로 꼽혔습니다. 하지만 카메룬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정상에 올랐습니다.
조 2위로 힘겹게 8강에 진출해 FIFA랭킹 33위 세네갈을 승부차기 끝에 눌렀고, 4강에서는 가나(54위)를 2대 0으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습니다. 그리고 네이션스컵 7회 우승에 빛나는 이집트(35위)에 2대 1 역전승을 거두고 정상에 올랐습니다.
추락하던 '카메룬 축구'는 이렇게 다시 날아 오르며 네이션스컵 통산 5회 우승의 금자탑을 쌓았습니다. '감독의 믿음'과 '선수들의 용기'로 만든 동화 같은 반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