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호주 골드코스트에서 열린 ASQ 시상식의 주인공도 단연 인천공항이었다. 인천공항은 글로벌 랭킹 뿐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최고 공항과 여객 4천만 명 이상을 수용하는 대형 공항 부문 등 3개 부문을 함께 석권하는 잔치판을 벌였다. 정일영 사장을 비롯한 인천공항 관계자들은 인천공항이 호명될 때마다 번갈아 무대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좌중에서 '다른 공항에 미안하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10년 연속 1위라며 축포를 쐈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시상식에서는 축제 분위기였을지 몰라도 적어도 공항 현장에서는 웃음기를 찾아보기 힘든 게 사실이다. 당장 내년부터 수상이 어려울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인천공항의 내부 용량은 포화에 다다른 반면, 외국의 경쟁 공항들은 턱밑까지 쫓아왔다. 경쟁 공항들을 여유롭게 따돌린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는 싱가포르 창이 공항과 공동 1위로 옆자리를 내준 것도 하나의 신호다. 여기에다 올해 초 이어진 '악재'까지 겹치면서 인천공항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기까지 하다.
앞으로 인천공항의 앞길도 당연히 이전보다는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한 정부 관계자의 표현을 빌자면 "전교 1등은 뭘 해도 예뻐 보이지만 한번 낙제를 하고 나면 (대우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당장 내부 인사 때 피바람이 분 것은 당연지사, 감사, 예산 등 다방면에 먹구름이 드리웠다는 게 공항 안팎의 평가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수상은 인천공항에 있어선 나름 소중한 ‘호재’라고 할만하다. 예전에 내정된 상이기는 하지만 연초부터 (본의 아니게) 쉼 없이 달려온 공사 임직원들에게는 한숨 돌릴 수 있는 이벤트가 됐다. 그도 그럴 것이, 수하물 대란과 밀입국 사태 직후인 2월 2일 ‘구원투수’로 취임한 정일영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취임 81일이 지난 오늘까지 단 하루도 쉬지 않는 강행군을 펼쳤다. 심지어는 ASQ 시상식 출장을 마치고 호주에서 돌아온 21일에도 임원들과 미팅 겸 식사를 함께하고 현장을 시찰했다. 사장이 쉬지 않으니 임직원들도 ‘상시 비상 체제’였던 것은 물론이다. 직원들은 무슨 고생이냐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지난 수하물 대란과 밀입국 사태 당시의 배경을 고려하면 그럴 만도 했다. 두 사건 모두 공교롭게 전임 박완수 사장이 총선 출마를 위해 중도 하차했을 때 터졌다. 해이해질 대로 해이해진 근무 기강도 사고의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 그 뒤로 좀처럼 허리를 펴지 못했던 인천공항 직원들이다. 이제는 한숨을 좀 돌릴 수 있을 만한 시점에 적절한 ‘터닝 포인트’가 생긴 셈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의지와 역량이 필요한 시점이다. 11년 연속 1위라는 경사를 자축만 할 게 아니라 자성의 계기로 삼을 때다.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도 산적(散積)해 있다. 여전히 높은 비정규직 및 외주업체 비율과 기관 간 소통 부족은 앞으로도 인천공항에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이번에라도 그 민낯을 스스로 확인한 건 참 다행이다. 그동안 너무 취해만 있었다.
국민들의 관심은 인천공항이 어디에 나가서 상을 받아왔다는 데 있지 않다. 편리하고 쾌적하며 무엇보다 안전한 공항을 국민들은 바란다. 전 국민이 한 번쯤은 인천공항을 거쳐 가는 시대에서는 더욱 그렇다. 세계 최고의 공항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내실을 차곡차곡 채워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