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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돈 보관해라" 보이스피싱 절도로 7천만 원 털어

"집에 돈 보관해라" 보이스피싱 절도로 7천만 원 털어
부산의 한 아파트에 사는 박모(76·여)씨는 지난해 12월 16일 오전 집으로 걸려온 전화를 받고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금융감독원 직원이라는 상대는 "인감이 위조돼 2억원까지 인출될 수 있으니 최대한 많은 돈을 집에 보관하세요"라고 말했습니다.

박씨는 이런 말을 믿고 상대가 시키는 대로 은행으로 향했습니다.

휴대전화 통화가 이어져 누구와 상의할 겨를도 없었습니다.

박씨는 통장에 든 현금 3천500만원을 인출해 안방 옷장에 보관한 뒤 한숨을 놓았습니다.

안도의 한숨도 잠시.

상대는 인감이 위조됐기 때문에 아파트를 담보로 미리 대출을 받아야 한다며 박씨에게 다시 은행에 갈 것을 지시했습니다.

외출한 사이에 형사가 집에 찾아올 수도 있다는 말에 아파트 현관문 비밀번호도 알려줘야 했습니다.

아파트를 담보로 3천500만원을 대출받아 집에 돌아왔더니 상대는 또 외출해야 한다고 지시했습니다.

"00공원에 가면 형사가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돈은 가방에 넣어 거실에 두면 다른 형사가 찾으러 갈 겁니다." 박씨는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공원으로 향했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형사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발신번호로 다시 전화를 걸어도 연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설마설마하는 마음에 서둘러 집에 온 박씨는 안방 옷장과 거실 가방에 보관한 전 재산 7천만원이 사라진 것을 알고 넋을 잃었습니다.

경찰 조사결과 박씨에게 전화를 건 여성은 중국에 있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총책 함모(35·여)씨였습니다.

함씨가 박씨의 외출을 유도하면 다른 조직원이 박씨의 집에 들어가 현금을 훔쳐 달아났습니다.

경찰은 약 11개월에 가까운 추적 끝에 박씨 집에서 돈을 훔친 정모(33)씨를 절도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피해금을 중국으로 송금한 다른 일당 이모(36·여)씨 등 7명을 외환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또 총책 함씨 등 다른 일당 3명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국내 조직원들이 송금 수수료 등으로 보관한 1천400만원만 겨우 회수했다"고 말했습니다.

박씨는 이번 사건 이후 모르는 사람의 전화를 받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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