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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년 만에 베일 벗은 '패물폐지부인회'…발기인 이름 찾았다

108년 만에 베일 벗은 '패물폐지부인회'…발기인 이름 찾았다
구한말 국채보상운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했으나 남성 활동에 가려져 있던 '패물폐지부인회' 발기인들이 108년 만에 베일을 벗고 실체를 드러냈습니다.

대구여성가족재단은 대구 남일동을 중심으로 활약한 '7부인회'에 참여한 7명 중 6명의 이름을 찾아냈습니다.

7부인회는 1907년 2월23일 '나라 위하는 마음과 백성된 도리는 남녀가 다르지 않다'는 내용의 취지문을 발표하고 은반지, 은장도 등 8돈쭝의 패물을 내놨습니다.

여성이 귀하게 여기는 패물로 나라의 위급함을 구하겠다는 뜻을 담은 것입니다.

이는 여성이 조직적으로 국채보상운동에 참여한 첫 사례로, 근대 여성운동의 효시로 여겨집니다.

남성 중심이던 국채보상운동을 여성 영역으로 넓힌 동시에 여성과 남성을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가진 주체로 규정한 파격적인 선언이었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수개월 만에 전국 곳곳에 국채보상운동 여성단체 30여 개가 생겼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이름 대신 취지문에 적은 정운갑 모 서 씨, 서병규 처 정 씨, 정운화 처 김 씨, 서학균 처 정 씨, 서석균 처 최 씨, 서덕균 처 리 씨, 김수원 처 배 씨 등으로 불렸습니다.

대구여성가족재단은 지난 8월 이들의 이름 찾기에 나섰습니다.

108년 전 이름, 그것도 여성 이름을 찾는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재단은 취지문에 나타난 남편의 성에 서 씨가 많고, 당시 남일동에 달성 서 씨가 많이 살았던 점에 착안해 달성 서 씨 학유공파 족보에서 서병규, 서학균, 서철균(서석균), 서덕균을 발견했습니다.

족보에는 부인들의 이름이 나오지 않아 소문중 족보인 '보철'을 확인한 끝에 정경주, 정말경, 최실경, 이덕수의 이름을 확인했습니다.

재단 측은 시어머니 정경주가 세 며느리와 뜻을 모아 취지문 발표에 나선 것으로 봤습니다.

다시 정운갑, 정운화를 수소문해 연일 정 씨 감무공파 족보에서 이들을 찾아냈지만, 부인 이름이 없어 직계후손을 찾아 제적등본을 통해 이름을 확인하기로 했습니다.

마침 추석 전이라 족보에 나와 있는 주소대로 감무공파 산소를 찾아가 '남일동 패물폐지부인회 이름을 찾는다'는 내용의 홍보문을 남겨 정운갑 직계후손과 연락이 닿았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서채봉, 김달준이란 이름을 확인했지만, '김수원의 처 배 씨'는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대구여성가족재단은 이들의 이름을 찾아나선 여정과 이들의 관계 등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스토리북을 발간할 예정입니다.

정일선 대구여성가족재단 대표는 "역사적으로 큰 역할을 했지만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았던 남일동 패물폐지부인회 주역들을 찾아냈다"며 "남은 한 명의 이름을 밝히려면 시민의 제보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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