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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국정원의 "묻지 마" 버스




기자들이 가까이 가기 가장 어려운 기관. 대한민국 최고의 정보기관 국가정보원입니다.

그런 국정원이 1년에 딱 한 번. 국정감사 때 기자들에게 문을 엽니다.

국정원에서 국정감사가 열리기 때문에 국정감사를 취재하는 제한된 숫자의 기자들에게 제한된 구역을 공개하는 겁니다.

그게 바로 어제(20일)였습니다.

국정원은 사전에 허가된 기자들을 국정원으로 데려오기 위해 버스를 국회로 보냈습니다.

그런데 국정원 요원들과 기자들을 태운 버스가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멈췄습니다.

경찰 때문이었습니다.

버스 앞에는 경찰관 1명이 서 있었습니다.

차를 한쪽으로 세우게 한 경찰은 버스에 다가와 지정된 차로로 달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리고, 운전자에게 운전면허증을 제시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국정원 직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국정원 직원 : 면허증은 제시할 수 없습니다.]

약간 당황한 듯한 경찰관. 그러나 법을 위반했으니 단속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밝혔습니다.

그러자 운전자 옆의 국정원 직원이 국정원 신분증을 내밀었습니다.

[국정원 직원 : 이래도 안 되겠습니까?]

이 버스가 국정원 소속으로 긴급차량이라는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경찰관은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경찰관 : (규정상) 긴급 차량이라도 목적 외에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긴급한 운행 목적이 무엇입니까?]

국정원 직원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국정원 직원 : 목적은 말할 수 없습니다.]

단지 국정감사를 취재하는 기자들을 태웠을 뿐인데, 국정원 국정감사라는 이유로 대외비가 되어버린 겁니다.

자리에 앉아 이 장면을 지켜보던 기자들은 어이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정원 직원들은 버스에서 내려 교통경찰관과 계속 대화를 이어갔고, 한참을 얘기하던 경찰관은 불쾌한 표정으로 돌아갔습니다. 

돌아가는 경찰관에게 국정원 직원은 말했습니다.

[국정원 직원 : 연락처를 주십시오. 조치하겠습니다.]

[경찰관 : 신분도 제대로 밝히지 않는 사람에게 내 연락처를 왜 줍니까?]

그리고 국정원 버스는 다시 달리기 시작해 내곡동 국정원 청사로 들어갔습니다.

국가 안보를 위해 음지에서 활동해야 하는 국정원.

정보기관의 특성상 목적을 숨기고 일해야 하는 때가 많은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교통 딱지를 모면하기 위해 대외비를 남발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감히 경찰 따위가 국정원 직원을 단속해?'라는 권위주의적인 발상에서 그런 식으로 대응했던 건 아닌지 의심스럽기도 했습니다. 

경찰관에게 면허증을 제시하고, 긴급 차량의 사용 목적을 말하는 것은 운전자의 기본 의무입니다. 

작은 해프닝에 불과하지만 어쩌면 국정원 조직 문화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은 아닐까요?

취재: SBS 김수형 기자
그래픽: 이윤주
(SBS 뉴미디어부)  

▶ [취재파일] 면허증도 운행 목적도 "묻지 마"…막강 '국정원 버스' 탑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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