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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내 얼굴 맘대로 광고에 써놓고 위자료는 고작 300만 원?"

* 대담 : 임제혁 변호사 (법무법인 메리트)

▷ 한수진/사회자: 

뉴스에 나오는 법률 이야기, 쉽게 풀어드립니다. <법은 이렇습니다> 법무법인 메리트, 임제혁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어서오세요!

▶ 임제혁 변호사: 

네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최근 들어 스마트폰으로 뭐든지 쉽게 찍어서 SNS에 올리면서 심심찮게 초상권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면서요?

▶ 임제혁 변호사: 

예, 그렇습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등등 SNS계정 없는 사람이 없잖아요. 그리고 대부분 거기에 사진을 올리거든요. 그런데, 내가 찍은 사진에 남의 얼굴이 담길 때, 과연 촬영을 해도 되는지, 특정 또는 불특정 다수인을 상대로 공개를 해도 되는지, 그리고 남의 얼굴 등을 영리적 목적으로 사용해도 되는지가 요즘 문제되는 것 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초상권이라고 하면 연예인이나 유명인들의 전유물로 생각했는데 이제는 일반인들도 초상권 침해 문제로 소송을 거는 분들이 늘고 있다죠?

▶ 임제혁 변호사: 

예, 최근에도 대법원까지 이어진 사건도 있었구요, 그렇게 법원으로 가는 경우 말고도 사소한 시비들도 종종 있습니다. 사실 저도 한 번 겪었구요. 제가 사진찍는 거 좋아해서 하루는 북적거리는 시장을 사진으로 담고 싶었는데요, 찍고 나니 어느 여성분이 갑자기 오더니 빨리 보여달라고 하더군요. 그리고는 자기 얼굴이 나온걸 보고 신경질적으로 왜 찍었냐면서 지워달라고 하더군요...

▷ 한수진/사회자: 

최근 화제가 된 사건이 하나 있는데 축제 포스터에 자신의 얼굴이 사용됐다면서 소송을 제기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된 일인가요?

▶ 임제혁 변호사: 

예, 사건의 주인공은 보령머드축제에 몇차례 참여한 적이 있던 여성분입니다. 축제 주최측은 축제홍보 및 활성화를 위해서 포스터 공모전이 열렸는데, 어떤 분이 이 여성이 얼굴에 진흙을 묻힌채 즐거워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찍어서 공모전에 제출한 것입니다. 물론 찍을 당시 이 여성분의 허락을 구한 적이 없구요, 마찬가지로 출품 등에 대한 동의를 구한 적도 없습니다. 그리고 축제 주최측 역시 이 포스터를 대상으로 선정하고 각 언론사 및 주최측 홈페이지 등에 게재했습니다. 나중에 사진에 찍힌 여성분은 주위에 아는 사람들로부터 그거 너 아니니 등으로 자신이 찍힌 포스터가 퍼진 사실을 알게 된 거죠. 
 
▷ 한수진/사회자: 

법원의 판결은 어떻게 나왔나요?

▶ 임제혁 변호사: 

먼저 1심 법원은 이 여성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2심, 항소심에서는 법원이 초상권 침해를 인정해서 사진을 찍은 사람과 행사주최측에 대해 손해배상을 할 것을 판결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1심에서는 패소를 했지만 2심에서는 승소를 했네요. 1심에서 패소한 이유가 뭔가요?

▶ 임제혁 변호사: 

사실 1심에서 패소한 이유는 판결을 내린 법관만 압니다. 소액사건이라는 말 들어보셨을 거에요. 2,000만원 미만을 청구하는 사건을 소액사건으로 분류하는 데요, 소액사건심판법은 소액사건의 경우에는 판결의 이유를 기재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소액사건까지 다 이유를 쓰면 법원의 업무가 너무 많아진다는 이율 수도 있는데요, 사실 판단을 받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답답한거죠. 암튼 그래서 이 사건 1심도 사진찍힌 여성분이 패소했는데, 그 이유는 모릅니다. 짐작컨대, 손해가 생길만한 침해행위가 없다고 본 것이겠죠. 

▷ 한수진/사회자: 

그러게요, 법원의 입장에서는 소액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국민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답답한 경우가 생기는군요. 그럼 2심에서는 판단이 뒤집힌 이유가 무엇인가요?

▶ 임제혁 변호사: 

2심법원은 이 사건이 초상권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본 것입니다. 사실 초상권, 민법이나 다른 법에‘초상권’이라는 제목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에요. 오히려 법원은 헌법에서 그 근거를 찾습니다. 인간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을 정한 헌법 10조에서 사람은 누구나 자기 얼굴이나 기타 누구인지를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을 함부로 촬영, 그림 묘사되거나 공표되지 않고, 영리적으로 이용당하지 않을 권리를 갖는다고 보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2심 법원은 이 여성분이 사진을 찍힐 당시 허락을 한 사실이 있는지, 이 사진을 공모전에 제출하는 데 동의를 해준 적이 있는지, 주최측이 이 사진을 포스터로 만들어 배포하는데 초상권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적절한 조치를 했는지를 살핀 것인데, 그 어느 것도 이루어진 적이 없었던 것이죠. 

▷ 한수진/사회자: 

초상권이라는 말을 자주 쓰긴 하지만 사실 어느 정도까지를 초상권 침해라고 봐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초상권 침해기준, 어떻게 정해져 있나요?

▶ 임제혁 변호사: 

쉽게 내가 누구인지 알수 있는 특징을 맘대로 찍지도, 여기저기 뿌리지도, 돈벌 목적으로도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고, 그런 일이 생기면 이를 거절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촬영/작성 거절권, 공표거절권, 초상영리권 또는 퍼블리시티로 구성된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침해가 되는 행위는 누군가의 이러한 권리를 해하는 것이 되겠죠. 남의 얼굴을 허락 없이 찍고, 마음대로 SNS에 올리고, 심지어 그것으로 마케팅까지 하는 경우를 들수 있겠죠.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이 머드축제 포스터 사건, 이 여성분을 이상하게 보이게 하거나, 창피를 주려는 의도도 없었고, 어떻게 보면 지역축제 활성화라는 공익도 있는데, 이 부분은 고려가 안 됐나요?

▶ 임제혁 변호사: 

물론 됐죠, 당연히 피고측에서 항변한 내용입니다. 그런데 법원은 사진 찍힌 여성이 입는 피해와 침해를 통해 달성하려는 이익 즉 공익 사이의 가치를 저울질 해본 끝에, 꼭 이 여성의 얼굴이 들어가야만 하는 필요성이 있다거나 이 여성에 대한 초상권 보호절차를 배제할 정도로 긴급한 사정이 없는 대신 이 여성은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촬영되고 만천하에 공개되어 머드축제를 홍보하는데 쓰인 거잖아요. 정신적 고통이 따르는 권리침해를 입었기에, 단순히 공익적 이유라고 해서 위법성이 없어지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렇군요, 그런데 이번 사건에도 이 여성분이 판결도 받은 위자료의 액수가 크지는 않았죠?

▶ 임제혁 변호사: 

네 맞습니다. 전에도 한번 얘기한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우리 나라에서 시급한 것 중의 하나가 위자료 현실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포스터 실린 여성분은 ‘품행이 단정치 못한 여자라는 이미지’를 사람들에게 줄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상당한 당혹감과 수치심을 느꼈다는 이유로 소송에 임하게 된 겁니다. 그리고 상당기간 동안 이 포스터를 사용이 되었구요. 그런데도 인정된 위자료는 고작 300만원이었습니다. 이건 좀 아닌 것 같아요. 권리를 인정했으면, 그 권리가 현실적으로 보호될 수 있도록 해야겠죠. 그리고 이를 위해 지금의 위자료 수준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 여성분 얼굴이 나온 포스터가 신문에도 게재되었다죠. 그 포스터가 실린 언론사를 상대로도 손해배상 청구를 냈지만 인정이 안 되었어요. 똑같은 포스터 사진인데 왜 그런 거죠?

▶ 임제혁 변호사: 

예, 파급력으로 따지면 신문에 실은 것이 더 클텐데, 언론은 봐준거냐? 이렇게 생각하실 분들도 있는데요, 일단 법원의 논리는,  신문사의 경우 이 포스터를 실을지 안 실을지에 대한 결정권한 외에는 여기에 손을 대거나 고칠 권한이 없다는 점, 그리고 이 포스터가 만들어진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있었는지까지 조사할 의무가 없다는 점을 인정했구요, 그래서 신문사는 주최측으로부터 보도자료와 함께 이 포스터를 받아 게재한 것에 불과해서 별도로 공표, 복제, 영리목적 사용은 아니라고 본 것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래도 남의 얼굴이 떡하니 나오면, 이 사람 얼굴 실어도 되는 거 아닌지 살펴야 하는 거 아닌가요?

▶ 임제혁 변호사: 

네, 개인적으로는 “언론사니까 남의 저작물을 그대로 받아서 실을 수 밖에 없다”는 논리는 좀 부족한 거 같아요. 사실 좀 애매한 경우기는 하지만, 그래도 개인의 권리 보호를 위해서는, 특히 대중매체가 가지는 파급력 때문이라도 점차 언론사에서 누군가로부터 기사 내용과 사진 등을 받아서 싣는 경우라 하더라도 어느정도의 주의의무를 부과해야되지 않나 싶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번 사건의 경우 얼굴에 진흙이 묻어서 얼굴을 잘 알 수가 없는데 만약에 눈을 가렸거나 모자이크 처리를 해서 사용했다면 초상권 침해가 될 수 있는 건가요?

▶ 임제혁 변호사: 

이거는 정말 ‘케이스 바이 케이스’일텐데요, 그래도 하나의 기준이 있다면, 사진 등에 보이는 대상이 누구인지 식별가능하냐가 될 것 같습니다. 모자이크 처리를 해도 금방, “아 누군지 다 알겠네” 라고 할 수 있으면 이건 초상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주의의무를 다 한 거라고 볼 수는 없겠죠. 머드축제 포스터 사건에서도 법원은 “진흙이 묻어있기는 하나 지인이라면 누구인지 식별하는 것이 용이했다”라고 판결하고 있습니다. 

만일 진흙이 너무 두껍게 묻어서 본인 아닌다음에는 알아볼 수가 없다고 한다면, 사건이 되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 한수진/사회자: 

앞으로 이런 일반인들의 초상권 침해가 급증할 것 같은데 만약에요. 자신의 초상권이 침해되고 있는 사실을 알았다. 그러면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을까요?


▶ 임제혁 변호사: 

먼저 자기도 모르게 동의도 없이 누군가 나를 찍은 것 같다. 제가 당한 것 처럼 촬영자를 찾아가서 정중히 지워줄 것을 요청하면 됩니다. 초상권의 내용중에는 촬영거절권이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누군가 이런 부탁을 하러 오면, 내가 자유럽게 사진을 찍을 권리가 남을 불쾌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하시고 응해주시는 성숙함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보니 내 얼굴이 SNS에, 지역사회에, 신문등에 돌고 있다. 그리고 내 사진, 내 얼굴이 게시되는데 동의를 한 사실이 없다. 그리고 그것이 상당히 불쾌하다. 일단 해당 단체, 업체, 회사에 더 이상 사용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법적으로는 게재, 배포 금지가처분을 통해 더 이상 퍼지지 않게 하고, 이번 머드축제 건과 같이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네, 오늘 설명 잘 들었습니다. <법은 이렇습니다> 법무법인 메리트, 임제혁 변호사와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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