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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모든 버스 출입문에는 센서가 있을까?

[취재파일] 모든 버스 출입문에는 센서가 있을까?
지난달 5일 저녁, 학원 수업을 마친 중학생 강 모 군이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을 찾았습니다. 때마침 기다리던 시내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했고, 강군은 버스를 잡기 위해 닫히는 출입문 사이로 발을 내밀었습니다. 센서가 작동하면서 문이 열릴 거란 생각에서였습니다. 지하철에서도, 버스에서도, 닫히는 출입문 사이에 무언가가 끼면 '삐-'라는 알림음과 함께 문이 열리곤 했으니까요. 강 군 입장에선 '합리적 기대'에 따른 행동을 한 겁니다.

그런데 강 군의 기대와는 달리 문은 다시 열리지 않았습니다. 버스는 그 상태로 출발해버렸고, 강 군은 버스에 발이 끼인 채 50m 가까이 끌려갔습니다. 뒷문으로 내렸던 승객이 강 군을 발견하고 다급하게 차를 두드리며 뒤따랐습니다. 운전기사가 뒤늦게 이상한 낌새를 알아채고 버스를 세웠지만 이미 강 군이 크게 다친 뒤였습니다. 왼쪽 무릎이 땅에 닿은 채 버스에 매달려 끌려다닌 강 군은 전치 8주의 부상을 당했습니다. (▶ 타려는 순간 출발하는 버스, 50m 끌려간 중학생)

이쯤 되면 궁금한 점이 생깁니다. 문은 왜 다시 열리지 않고 그대로 닫혀 버린 걸까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규칙 별표4 <운송사업자 및 운수종사자의 준수사항>에 따르면, '하차 문이 있는 노선버스(시외직행, 시외고속 및 시외우등고속은 제외)는 문이 닫힘으로써 승객에게 상해를 줄 수 있는 경우 문의 동작이 멈추거나 열리도록 하는 압력감지기 또는 전자감응장치를 설치해야' 합니다. 쉽게 말하자면 출입문에 센서를 달아야 한다는 건데요.

버스 출입문 센서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습니다. 내리는 문이 계단식으로 된 일반 버스의 경우 발판 위에 승객이나 물체가 있으면 문이 아예 닫히지 않습니다. 만원 버스에서 사람들의 등쌀에 밀린 누군가 계단으로 내려가 발판을 밟고 서면 '삐-'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는 모습 본 적 있으실 겁니다. 나머지 하나는 출입문 자체에 가해지는 압력을 감지하는 센서입니다. 문 사이에 무언가 끼는 걸 방지하는 겁니다. 문이 닫히는 부분에 검은 고무로 만들어진 진공튜브가 붙어 있는데 여기에 압력이 가해지면 자동으로 문이 열리게 됩니다.

다시 궁금해집니다. 이런 규정이 있는데도 강 군은 왜 버스에 끼인 걸까요?

답은 앞서 언급한 규정에 숨어 있습니다. 센서를 설치해야 한다는 규정이 '하차 문'(뒷문)에만 해당되고 '승차 문'(앞문)에는 적용되지 않는 겁니다. 법에서 따로 정해놓지 않았으니 버스를 만들 때 굳이 돈 들여 앞문까지 센서를 달 필요가 없겠죠. 승객들이 타는 앞문은 운전기사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센서가 없어도 된다는 입법자들의 판단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마을버스도, 시내버스도, 뒷문에는 센서가 있지만 앞문에는 센서가 없습니다.
센서 없는 버스 앞

앞문을 살피는 건 운전자의 의무이기 때문에 이번 사고의 책임은 100% 운전기사에게 있습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승객의 추락을 방지할 의무'를 다하지 못한 혐의로 버스기사를 불구속 입건했고 조만간 기소의견으로 송치할 예정입니다.

법적 책임은 이렇듯 운전기사에게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사고가 난 다음의 이야기입니다. 일단은 강 군이 겪은 것처럼 아찔하고 끔찍한 사고가 다신 일어나지 않도록 방지하는 게 최우선이겠죠. 그래서 이 취재파일의 메시지는 단 하나입니다.

여러분 생각과 달리 버스 앞문에는 센서가 없습니다. 절대, 닫히는 문 사이로 무리하게 몸을 던지거나 가방 밀어 넣지 마세요. 아무리 급해도 자칫하면 크게 다칠 수 있습니다.


▶ 다리 끼인 채 버스 출발…센서 없는 앞문이 문제
▶ 타려는 순간 출발하는 버스, 50m 끌려간 중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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