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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대사 인사·원조금 손댄 최순실…대통령은 몰랐을까?

[리포트+] 대사 인사·원조금 손댄 최순실…대통령은 몰랐을까?
突不燃不生煙(돌불연불생연)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굴뚝에 불을 지피지 않으면 연기가 나지 않는다는 뜻으로, 흔히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라는 속담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탄핵정국에 들어선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는 여전히 국정농단 의혹이 근거 없는 모함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은 "거짓말로 쌓아 올린 커다란 산"이라고까지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국정농단의 근거로 보이는 정황이 또 포착됐습니다.

최 씨가 외교부 대사 인사에도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특검 수사 결과 확인되고 있습니다.

정부 내 아무런 직책도, 권한도 없는 민간인 최 씨가 유재경 주 미얀마 대사를 뽑는데 직접 면접을 보고 추천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 미얀마 대사였을까요? 대사의 임명권자는 대통령인데, 박 대통령은 이 사실을 전혀 몰랐던 걸까요?

오늘 '리포트+'에서는 최순실 씨가 '미얀마 대사 인사'에 개입한 이유와 이 과정에서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 최순실이 직접 면접 본 미얀마 대사?

박영수 특별검사팀(이하 특검)이 확보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에는 "삼성 아그레망"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아그레망(agrément)’은 프랑스어로, 영어로는 agreement 즉 '동의'라는 뜻입니다. 신임 대사를 파견할 때, 상대국에 사전에 외교사절의 부임에 '동의'하는지를 관례적으로 묻는 것을 의미합니다.
삼성 아그레망
안 전 수석은 수첩의 문구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삼성 출신 임원을 미얀마 대사로 보내라고 지시한 내용을 적은 것"이라고 진술했습니다.

수첩에 등장하는 미얀마 대사는 지난해 5월 부임한 유재경 대사입니다. 유 대사는 삼성전기 전무 출신으로 외교관 경력은 전혀 없었습니다.

대기업 임원이 대사로 임명된 건 외교부 인사에서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특검은 삼성이 최 씨 측을 지원해 온 정황으로 미뤄 볼 때, 유 대사 임명에 최 씨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SBS 취재 결과, 특검은 최 씨의 측근이 "최 씨가 지난해 초 유재경 대사를 직접 만나 면접을 본 뒤 청와대에 추천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상태입니다.

외교부 인사에 최 씨가 개입한 정황이 새롭게 드러난 것으로, 대통령과 최 씨의 특별한 관계를 입증할 또 하나의 '결정적 증거'가 되는 셈입니다.

■ 최순실에게 '충성 맹세'한 유재경

어제(31일) 귀국한 유재경 미얀마 대사는 특검 조사 직전까지도 최순실 씨의 추천을 받아 대사로 임명됐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유 대사는 지난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최순실 씨와는 일면식도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유재경 / 미얀마 대사]
"만일 최순실 씨가 저를 추천해서 (미얀마 대사) 자리에 앉혔다면 사람을 굉장히 잘 못 본 거겠죠. 저는 지금도 누가 저를 대사에 추천했는지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특검이 파악한 내용은 달랐습니다. 누가 추천했는지 모른다던 유 대사는 특검 조사 3시간도 지나지 않아 사실을 털어놨습니다.

유 대사는 지난해 초 최 씨와 고영태 씨 그리고 미얀마에서 최 씨의 사업 파트너였던 인 모 씨를 함께 만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최 씨가 미얀마 대사로 추천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직후로, 지난해 5월 미얀마로 부임하기 전이었습니다.

SBS 취재 결과, 최 씨는 유 대사에게 "미얀마에 가서 잘해달라"는 말을 건넸고 유 대사는 "잘 도와드리겠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미얀마에서 잘해달라
최 씨가 측근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유 대사로부터 사실상 '충성 맹세'를 받았다는 게 특검의 판단입니다.

특검은 미얀마 원조사업의 이권을 노리고 외교관 인사에 개입한 혐의로 최 씨에 대해 두 번째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발부했습니다.

■ 최순실이 대사 인사에 개입한 이유는?

SBS 취재 결과, 최순실 씨는 우리 정부가 개발도상국 등에 지원하기로 한 공적 개발원조(ODA :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예산 2조 7천억 원 가운데 미얀마 지원분을 노린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미얀마에 한류 붐을 일으키겠다며 지난해 8월, 760억 원을 투입하는 'K타운 프로젝트'를 추진했습니다. 미얀마가 토지를 제공하면 컨벤션 센터를 무상 원조로 지어주고, 한류 기업을 입점시키는 사업이었습니다.

특검 수사 결과, 최 씨는 당시 미얀마에서 사업을 벌이던 인 모 씨의 회사를 K타운 프로젝트의 대행사로 선정하기로 한 뒤, 지분의 상당량을 넘겨받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인 모 씨의 회사를 통해 원조금을 빼먹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든 겁니다. 특검은 미얀마 이권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최 씨가 미얀마 대사를 교체하려 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알선수재 혐의 최순실
이후 K타운 프로젝트는 무산됐지만, 특검은 최 씨가 인 모 씨의 회사 지분을 넘겨받은 만큼 '알선수재 혐의'가 성립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 대통령은 정말 아무것도 몰랐나?

최순실 씨가 미얀마 원조사업에서 이권을 챙기는데, 청와대의 개입은 없었던 걸까요?

SBS 취재 결과, 미얀마 원조사업과 관련해 최 씨의 측근까지 동반해 청와대에서 여러 차례 회의가 열렸다는 진술을 특검이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검은 이 회의에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만기 청와대 산업통상자원 비서관 등이 참석했다는 진술도 확보했습니다.

미얀마 원조사업 대행사로 선정된 대가로 최 씨에게 지분을 넘긴 인 모 씨를 청와대가 지원한 정황도 포착된 상황입니다.

특검은 이 모든 과정에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유 대사의 직전 직장인 삼성이 유 대사의 임명 과정에 관련됐을 가능성도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유 대사의 전임이었던 이백순 전 미얀마 대사도 'K타운 사업'을 반대하다가 인사 조치된 것으로 특검은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 전 대사는 SBS와의 전화통화에서 "K타운 사업을 추진하라는 청와대의 압력이 있었다"는 취지로 말한 바 있습니다.
[SBS 법조팀 정성엽 기자]
“결국 대사의 임명권자는 대통령입니다.
 
외교부가 브리핑했는데, 유 대사 같은 경우 특임 공관장으로서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했거든요.
 
쉽게 말하면, 자신들은 (서류에) 사인만 했지, 임명 배경을 잘 모른다는 겁니다.
 
이게 정상인지는 의문입니다만 아무튼 대통령이 외교부에도 제대로 임명 배경을 설명해주지 않고 유 대사를 임명한 이유가 뭔지, 또 최순실 씨가 이런 과정을 통해서 ODA 자금에까지 손을 대려고 했다는 사실을 대통령이 알고 있었는지, 이런 쪽에 초점을 맞춰 수사가 진행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취재: 정성엽, 박상진, 이한석, 전병남 / 기획·구성: 김도균, 장아람 / 디자인: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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