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범 수첩, 박 대통령 탄핵 운명 가를 '스모킹 건' 되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빼곡히 적은 업무용 수첩이 헌법재판소에 제출돼 탄핵 위기에 놓인 박 대통령의 운명을 가를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 될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오늘(5일) 헌재 관계자에 따르면 박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심리하는 헌재 전원재판부는 검찰이 최근 제출한 수사자료 가운데 안 전 수석의 업무용 수첩 17권을 핵심 자료로 분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안 전 수석의 수첩 등 검찰 제출 자료는 아직 증거로 채택되기 전이어서 헌재 재판관들은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살피지 못한 상태입니다.

헌재는 목록 분류표만 있는 상태이며 이를 토대로 간단한 내용만 추정하는 정도입니다.

탄핵심판에는 헌재법 규정에 따로 정해진 게 없으며 형사 소송 절차가 준용되기 때문에 아직 증거로 채택하지 않은 자료 등은 예단을 방지하기 위해 자료 분류를 목적으로 작성된 간단한 목록 말고는 구체적인 내용을 미리 검토할 수 없습니다.

헌재의 한 관계자는 "증거로 채택된 것들이 대부분 언론사 기사여서 대통령의 탄핵 사유를 얼마나 입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달리 안 전 수석의 수첩은 총 17권으로 2015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박 대통령의 지시사항 등이 적혀 있습니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수첩은 권당 30쪽(총 15장) 정도로 17권 전체로 하면 총 510쪽에 이릅니다.

안 전 수석은 이 수첩에 자필로 박 대통령을 'VIP'로 표기하면서 지시사항이나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티타임 회의 내용 등을 적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찰은 안 전 수석의 수첩을 지난달 29일 최순실과 안종범, 정호성의 재판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에도 제출했습니다.

수첩이 정식 증거로 채택되면 박 대통령의 탄핵 사유 중 안 전 수석과 관련된 내용의 사실관계를 규명하는 핵심 증거로 활용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