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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왕 잃은 태국인들 걸어서 걸어서 병원으로…"아버지"

국왕 잃은 태국인들 걸어서 걸어서 병원으로…"아버지"
"오늘 태국은 아버지를 잃었다. 너무 슬퍼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70년간 재위한 푸미폰 아둔야뎃(88) 국왕의 서거 소식이 전해진 13일(현지시간) 태국 수도 방콕.

그동안 푸미폰 국왕이 신병치료를 해온 방콕 시내 시리라즈 병원에는 늦은 시간임에도 국왕을 추모하려고 몰려든 시민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국왕을 상징하는 노란색 셔츠 차림의 사람들과 하얀 교복을 입은 학생들도 줄지어 병원 앞에 모였다.

가슴에는 국왕의 생전 사진을 품고 손에는 삼색 태국 국기를 든 1천여 명의 시민들은 병원 5번 출구를 막아선 경찰관들이 야속한 듯, 국왕이 영면해 있을 병원 건물만 말없이 응시했다.

국왕 서거 소식을 듣자마자 부인과 함께 병원으로 달려왔다는 월라씻(49)씨는 "모든 태국 국민이 오늘 아버지를 잃었다. 너무 슬퍼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며 울먹였다.

3대 7명의 가족과 함께 병원을 찾은 라팔락(47, 여)씨도 "그분은 우리에게 아버지였다. 더 오래 우리 곁에 머물기를 바랐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날 저녁 국왕의 시신이 안치된 병원까지 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당국이 병원 인근 도로의 차량 진입을 차단하면서 사람들은 몇 ㎞를 꼬박 걸어야만 병원 근처로 갈 수 있었다.

또 당국이 야간에 외부인들의 병원 진입을 막으면서 먼 길을 걸어온 시민들은 병원 출입문을 막아선 경찰관과 군인들에게 막혀 도로 한복판에서 안타깝고 참담한 마음만 달래야 했다.

시리라즈 병원을 경비하던 한 경찰관은 프레스카드를 내미는 기자에게 "지금은 병원과 정부 관계자 외에 누구도 들여보낼 수 없다"며 "내일 오후 3시에는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왕실 측은 14일 오후 국왕의 시신을 병원에서 왕궁사원(에메랄드 사원)으로 옮기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쁘라윳 찬-차 태국 총리는 앞으로 1년간을 애도 기간으로 정하겠다고 발표했다.

국왕의 서거 소식에 이날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방콕 시내 번화가에서도 다소간의 변화가 감지됐다.

외국인 관광객들과 현지인들로 흥청거리는 수쿰윗 지역 거리는 여전히 밤문화를 즐기려는 관광객들로 붐볐지만, 시끄러운 음악 소리가 사라지면서 한층 차분해진 모습이었다.

한 외국인 관광객은 "관광객들이 많은 이곳은 국왕 서거에 따른 애도 분위기를 느끼기 어렵지만, 록카페에서 당분간 시끄러운 음악을 틀지 않기로 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사진=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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