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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여소야대인데…" 왜 달라지는 게 없을까

[취재파일] "여소야대인데…" 왜 달라지는 게 없을까
최악이란 평가를 받았던 19대 국회였지만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는 20대 국회 상황을 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19대 국회는 여당인 새누리당이 과반인 여대야소(與大野小), 20대 국회는 야3당이 과반인 여소야대(與小野大)로 국회 운영의 주도권이 정반대로 뒤바뀐 상황인데도 결과는 똑같습니다. 뭔가 변화를 기대했던 유권자라면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 ‘날치기 방지’ 국회법 85조
 
국회는 쟁점 사항이 생길 때마다 반복되는 국회 폭력사태를 종식시키겠다며 지난 2012년 5월 이른바 ‘몸싸움 방지법’을 통과시켰습니다. 국회선진화법으로 불리는 국회법 개정안입니다. 가장 큰 특징은 몸싸움의 단골 원인으로 지적돼 온 국회의장의 직권 상정 권한을 대폭 축소한 겁니다. 바로 국회법 85조입니다.
국가 비상 사태가 아니면 사실상 직권 상정을 할 수 없도록 한 게 특징입니다. 이른바 다수당의 날치기를 막고 여야 합의를 종용하기 위한 조항입니다. 식물국회 논란이 일 때마다 거론되는 조항이지만 날치기를 원천 봉쇄하는 데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 ‘안건조정위원회’ 국회법 57조의2

상임위 단계에서의 안전판도 마련됐습니다. 여야 사이에 의견이 첨예하게 맞서는 안건은 안건조정위원회를 구성해 논의하도록 한 겁니다. 상임위에서도 다수당이 날치기하는 걸 막기 위해 상임위 재적위원의 1/3 이상이 요구하면 90일 동안 해당 안건을 묶어 둘 수 있게 했습니다. 물론 입법 당시 취지는 여야 중진 등이 조정위원으로 나서 쟁점 안건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합의처리 하도록 하자는 것이었지만 지금까지 여야 어디에서도 이렇게 긍정적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습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여야가 맞붙을 때면 으레 안건조정위원회 조항이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됐습니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문제로 연일 파행을 빚은 국회 교육문화위원회 국정감사의 경우 여야는 최순실 씨나 최은택 감독 등의 증인 채택 문제를 놓고 운영의 묘를 살리기 보다 강 대 강 대치로 일관했고 결국 증인 채택 안건 거의 전부가 안건조정위원회로 넘어갔습니다.
 
● 유명무실 ‘안건 신속 처리’ 국회법 85조의2
 
국회법 개정 당시에도 이른바 식물국회에 대한 우려가 없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도입한 게 안건 신속 처리 제도입니다. 국회법 85조의2는 신속히 처리해야 할 안건이 있을 경우 재적위원 3/5의 찬성으로 해당 안건을 신속처리대상안건으로 지정할 수 있게 했습니다. 신속처리대상안건으로 지정되면 상임위 심사는 180일 이내에, 법사위 체계자구심사는 90일 이내에 마치도록 규정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 제도를 통해 본회의에 올라간 안건은 단 한 건도 없습니다. 여소야대 국면이라고 하지만 여도 야도 재적의 3/5을 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양당제 성격이 강한 우리나라에서 여나 야 어느 한쪽이 원내 3/5을 차지하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비록 안건지정동의를 무기명 투표로 결정하게 했지만 현실성이 떨어지기는 마찬가지입니다.
 
● 이상적 제도…참담한 현실
 
국회선진화법은 찬성 127표, 반대 48표, 기권 17표로 18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당시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법안을 주도했던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에게 정치권의 우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습니다. 황 대표는 언제까지 의원들끼리 몸싸움을 벌이는 이런 상황을 계속 끌고 갈 것이냐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불과 6개월 전 본회의장에서 최루탄까지 터졌던 당시 상황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대목이었습니다.
 
황 대표는 처음에는 혼란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런 진통의 과정을 거치면서 차차 자리를 잡아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 국회 문화도 선진화될 거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황 대표의 말은 아직도 요원하기만 합니다.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선진적 제도라 해도 현실과 맞지 그만입니다. 똑같은 민주주의 제도라도 운용하는 나라에 따라 결과는 전혀 다릅니다. ‘모 아니면 도’ 식의 정치 문화 속에서 황 대표가 말했던 그런 날이 언제쯤 올 수 있을지 다시 한 번 자문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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