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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후쿠시마 vs 고리…원전사고의 교훈을 생각한다 ①

[취재파일] 후쿠시마 vs 고리…원전사고의 교훈을 생각한다 ①
후쿠시마 원전 전경(위), 레인보우 워리어호 모습(아래)
지난 6일 국제 환경단체인 그린피스 소속 ‘레인보우 워리어 3'호가 부산항에 입항했습니다. 이 배는 지난 2개월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주위의 환경 생태 조사를 벌인 뒤 부산으로 온 겁니다.

이배의 선장 피터 윌콕스(Peter Willcox)는 “세계 최대 규모의 원전 밀집지역인 부산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후쿠시마 지역의 참상을 알리고 사고의 교훈을 부산 시민과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하려고 한다”고 밝혔습니다.
기자간담회 모습
그린피스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2011년 3월 11일 이후 5년 동안 실시했던 방사성 오염조사 보고서 ‘방사능 재오염의 악순환 : 후쿠시마 원전 사고 5년 후의 생태계 영향’을 최근 발표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그린피스와 일본, 프랑스의 방사성 보호 전문가 그룹이 참여했습니다. 지난 한 달 동안 후쿠시마 원전 앞바다 폭 5Km 길이 100Km 이내 해저 대륙붕과 연안 강 하구 지역에 대한 오염 현황 조사를 마치고 오는 6월 쯤 공식 발표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어제(7일) 한국 기자들을 상대로 간담회를 통해 후쿠시마 사고 후 생태계 영향에 대한 설명의 자리를 가졌습니다.

● 日 정부 "생태 영향 없다" vs 그린피스 "지속적 악영향 진행"
제염 작업 모습
후쿠시마 원전 사고 5년. 일본 정부의 공식입장은 생태계 영향은 거의 없으며 지속적인 ‘제염작업’으로 일본 정부의 제염목표치 이내가 대부분이라는 겁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 결과로 동식물에 직접적인 영향이 관찰되지 않는다”며, “동식물과 생태계에 주요한 영향이 있을 것 같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그린피스 수석 원전 전문가인 숀 버니(Shaun Burnie)씨는 “바다와 육지에 걸쳐 생태계에 방사성 오염은 진행되고 있으며, 향후 100~300년간 지속적으로 오염되고 재오염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일본 정부가 민가와 도로로부터 20m 반경안의 방사성 오염을 제거하기 위해 엄청난 규모의 노동력을 투입하여 ‘제염작업을 했지만, 실제 효과는 매우 미미한 수준”이라며, “일본 정부와 IAEA가 은폐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린피스가 밝힌 자료에 의하면 후쿠시마 원전 1,2,3호기에서 방출된 핵연료는 250톤 규모로 지금도 그대로 방치돼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매일 3백 톤의 바닷물을 끌여 들여 원전 3곳을 식히고 있고, 지난 5년간 78만 톤의 방사선 오염수가 발생해 임시 저장탱크에 저장돼 있습니다.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여러 가지 처리 방안이 있다며, 태평양으로 흘려보내는 것을 확실하게 밝히고 있다고 숀 버니 씨는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5년이 지나도 후쿠시마는 물론 후쿠시마 현 인근 지역도 오염이 진행 중 이라는 겁니다.
제염 작업 모습
원전 사고 직후 방사성 낙진의 20%는 일본 육상으로 떨어졌습니다. 일본 정부는 30~50Km 떨어진 산림지역에서 제염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 제염작업을 통해 오염 기준치를 시간당 0.23 마이크로 시볼트 이하로 낮추겠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목푭니다.

하지만 그린피스는 제염작업은 매우 제한적인 일부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을 뿐이고 효과도 매우 미미한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한 일례로 일본 이타테 지역의 경우 측정지점 1만여 곳 가운데 96% 이상에서 방사성 물질이 일본 정부의 목표치 보다 높게 측정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 제염작업 통해 9백만 톤 핵폐기물 발생…처리 방안이 없다
쌓아놓은 폐기물 모습
그린피스는 이 제염작업의 결과로 900만 톤의 핵 페기물이 발생했는데 그 처리도 큰 문제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이 폐기물은 후쿠시마 현 11만 여 곳에 분산 저장돼 있는데, 이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나라는 현재로서는 없다는 겁니다. 더구나 9백만 톤은 사고 후 4년 동안 발생한 양인데 앞으로 수년에서 10년 이상 지속적으로 폐기물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사고 후 다양한 방사성 핵종이 발생했는데 세슘 137의 경우 반감기간이 30년 이고, 30년 이후에는 50%가 사라집니다. 그런데 반감기를 10번 거쳐야 자연 상태의 방사능 수치로 돌아온다고 합니다. 따라서 300년이 지나야 정상 상태로 돌아 올 수 있다는 결론입니다.
 
● 산림생태계의 오염…방사능 오염 저장고 역할, 주변 생태계에 지속적 영향 줘
현장에서 오염 측정 모습
후쿠시마 현의 70%는 산림지역입니다. 그 면적은 76만 ha로 부산시 면적의 10배나 됩니다. 그런데 이 산림의 상당 부분이 방사능 오염이 됐다고 그린피스는 밝혔습니다. 사고 발생 5년이 지난 현재 오염 수준은 줄어들었지만 앞으로 더 이상 오염이 줄지 않고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즉 사고 5년 후 토양을 통해 흡수되어 육상 식물의 조직 내에 방사성 세슘은 누적되고 이후 낙엽 등의 형태로 쌓이고 있다고 했습니다.

후쿠시마 오염지역의 적송 떡갈나무 향나무 나무껍질 겉재목 속재목에서 방사성 오염이 측정됐고, 전나무에서는 새로운 가지가 나오지 않는 돌연변이가 관측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습니다. 총 4곳의 지역을 비교한 결과 방사성 오염이 가장 높았던 곳에서 조사된 전나무의 90%에서 돌연변이가 관측됐고, 오염이 가장 낮았던 곳에서는 10% 미만으로 관측됐다고 합니다. 

오염된 낙엽이 떨어진 뒤 썩지 않아 쌓이면서 산불의 발생 빈도나 규모가 더 많아지고 커질 우려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숀 버니 수석전문가는 “오염된 산림 전체가 수백 년간 방사능 재오염의 근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 조류 개체수 감소, 강과 하천도 오염 진행 중
강에서 오염 측정 모습
그린피스는 산림의 오염이 그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야생 동식물과 강하천 오염도 진행시키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후쿠시마 남방부전나비와 진딧물에서 돌연변이가 관측됐고, 방사성 준위가 높은 지역의 지렁이에서 DNA 손상이 발견됐습니다.

또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진행된 연구에서 원전 인근 50Km 반경 57종의 조류에서 방사성 오염이 높을수록 개체수가 줄어든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연구된 조류의 90%는 생식력에 영향을 미칠만한 방사성 오염에 만성적으로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더구나 자연생태계의 순환구조상 산림생태계에 저장돼 있던 방사성 오염물질이 빗물에 씻겨 인근 하천이나 강으로 흘러 들어가 바닥 침전물에서 방사성 오염물질이 축적되고 있다고 합니다. 즉 장기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산림생태계로부터 수생생태계로 지속적인 방사성 물질 유출이 발생하고 있다는 겁니다.

후쿠시마 인근 지역에는 크고 작은 강들이 태평양으로 흐르고 있고, 사고 이후 적어도 백 년 동안 후쿠시마 현의 주요 강들로부터 태평양으로 유입될 방사성 물질의 양은 후쿠시마 원전으로부터 방출되는 양과 비슷할 정도로 막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 후쿠시마 원전의 비극은 진행형…교훈 되새겨야
쌓여있는 폐기물 모습
원전 사고 이후 일본 주민 16만여 명이 대피했습니다. 이 가운데 5년이 지난 지금도 약 10만여 명의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현재 원전사고는 수습되고 있고 정상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말합니다. 제염작업이 끝나면 내년에 고향으로 돌려보낼 방침입니다.

피터 윌콕스 선장은 “오염은 현재 진행형”이라면서 일본 주민의 귀향 추진은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숀 버니 수석전문가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독일 정부는 원전 에너지 정책의 근본적 변화를 위한 전향적 조치를 취했지만 일본과 한국의 보수 정권은 그 교훈을 전혀 배우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또 하나의 사고를 통해서만 교훈을 배우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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