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대대적 물갈이로 더민주와 쇄신경쟁 나서나

더불어민주당의 현역 의원 컷오프(공천배제) 태풍이 25일 국민의당에도 몰아쳤다.

더민주와 야당 주도권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국민의당으로선 쇄신 경쟁에서 더민주가 앞서 나가고 있다는 위기감이 형성되면서 대대적인 물갈이 경쟁이 불가피한 게 아니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하지만 정치적 불이익을 감수하고 합류한 현역 의원들을 다시 내친다는 게 옳은 일이냐는 논란과 함께 현역 의원들의 재탈당 우려도 나오고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여기에 더민주의 컷오프에서 탈락한 의원들을 영입하는 이른바 '이삭줍기'를 두고도 당내 '온도차'가 드러나는 등 공천 방정식이 더욱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천정배 대표는 이날 마포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먼저 수권정당으로서의 면모를 잃은 채 총체적 무능과 폐쇄적 패권에 사로잡힌 야당부터 교체해야한다. 기득권에 빠져 자기 생존만 도모하는 낡은 정치인 대신 헌신적이고 용기있는 신진 인물이 대거 국회에 진출해 한국정치를 전면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며 "정권교체·야당교체·인물교체가 지금의 절박한 시대적 과제"라고 밝혔다.

이는 천 대표가 줄곧 강조해온 호남에서의 '뉴DJ' 공천을 통한 공천혁신 주장과 같은 맥락으로, 더민주와의 쇄신 경쟁에 뒤처지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전윤철 공직후보자격심사위원장 겸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날 오후 공천관리위원회 첫 회의를 주재하고 공천 신청자에 대한 자격심사와 공천 시행세칙 마련 등 향후 공천 절차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김한길 상임 선대위원장도 이날부터 당사에서 상근하겠다고 선언, 선거대책위원회의 체제 정비와 조속한 가동을 준비하기로 했다.

당이 본격적으로 공천심사 채비를 갖추면서 현역 의원들도 '물갈이 쓰나미' 가능성에 대한 걱정으로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호남 지역의 한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더민주의 이번 컷오프는 말이 안 되는 짓이고 정략적 조치"라며 "이런 행태를 우리 당이 되풀이하면 안 된다. '물갈이'는 유권자와 국민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역이라고 해서 전략공천을 받겠다고 요구해선 안 되지만 컷오프로 경선 참여 기회를 박탈한다면 망나니짓"이라고도 했다.

일각에서는 호남 '물갈이'가 시작될 경우 현역 의원들이 이에 반발해 탈당할 수 있고, 이 경우 원내교섭단체 구성 목표가 물건너가면서 당의 총선 전략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처럼 현역 '물갈이'에 대한 당내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더민주에서 공천 배제된 의원들의 영입 여부도 풀어야 할 숙제로 떠올랐다.

안철수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송호창 의원이 전화기를 꺼둔 채 전화를 안 받고 있지만 연락하려고 한다"며 "지금 심경에 대해 물어보고 함께 의논하고 싶다"고 말했다.

송 의원의 입당 가능성에 대해서도 "함께 의논해보겠다"며 적극성을 내보였다.

그러나 천 대표는 컷오프 대상자 중 합류가 가능한 의원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별로 생각나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고, 주승용 원내대표도 "대상자로부터 연락온 적도, 연락한 적도 없다"고 말해 온도차가 드러났다.

이상돈 선대위원장은 교통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컷오프 해당자 모두 부족한 분이라는 것은 아니니까 구체적으로 판단할 것이라는 기본 방침만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컷오프 대상자 영입 시 '새정치 후퇴' 역풍과 함께 정체성 논란, 계파 갈등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아울러 더민주 컷오프 대상자를 받아들인 뒤 기존 소속 의원을 '물갈이'할 경우 당내 반발이 폭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