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단독] 11살 피겨 신동 "발목과 골반이 아파요"

[취재파일][단독] 11살 피겨 신동 "발목과 골반이 아파요"
11살 7개월의 나이로 사상 최연소 종합선수권을 차지하며 ‘제2의 김연아’로 떠오른 ‘피겨 신동’ 유영 선수가 발목과 골반 통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부상 방지와 치료 등 체계적인 건강관리가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유영은 지난 달 종합선수권에서 우승하고도 나이 제한(만 13세) 규정 때문에 국가대표에서 제외됐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대한빙상연맹은 지난 17일 상임이사회를 열어 ‘빙상 영재’의 체계적 육성 차원에서 유영에게 국가대표와 똑같은 지원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바로 다음 날인 18일 오전 저는 피겨 국가대표 선수들이 훈련하고 있는 태릉빙상장에서 유영 선수를 만났습니다. 빙상연맹의 결정으로 빙질이 좋고 넓은 태릉에서 계속 마음껏 훈련을 할 수 있게 된 ‘피겨 천재’는 하늘을 날아갈 듯 기쁜 표정이었습니다.

약 1시간 정도의 훈련이 끝나자 유영은 국가대표 선배 1명과 함께 물리치료를 받는 의무실로 들어갔습니다. 이 자리에서 저는 유영 선수와 단독 인터뷰를 시작했습니다. 몸 상태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던졌는데 이에 대해 11살의 ‘피겨 천재’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기자: 어디가 아파요?   
유영 선수: 발목과 골반이 아파요.

기자: 어느 정도 아파요?
유영 선수: 발목은 힘줄이 늘어나서 아팠고, 골반은 너무 많이 써 가지고 아파요.

기자: 여기서 치료 받으면 괜찮아요?
유영 선수: (망설이다가) 조금.

기자: 고민이 많이 되지요? 연습 많이 하면 계속 아플 것 같은데?
유영 선수: 그래도 연습은 많이 해야 돼요.


유영의 말대로 이날 피겨 국가대표 전담팀 물리치료사는 발목과 골반을 집중적으로 마사지 해줬습니다. 20분 정도 치료를 받은 유영은 훈련을 다시 하기 위해 빙판으로 돌아갔습니다.

유영이 각종 통증에 시달리는 이유는 지난 3년 동안 밤낮없이 혹독한 훈련을 했기 때문입니다. ‘제2의 김연아’가 되기 위해 싱가포르에서 살다 귀국한 유영은 하루 7시간의 강훈련을 펼쳤습니다. 그 결과 지난해에는 무릎이 좋지 않았고 최근에는 발목과 골반 통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럼 유영 선수의 부상은 어느 정도이고 완치될 수 있는 것인지, 앞으로 훈련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듭니다. 이에 대해 스포츠의학 전문가인 은승표 박사는 SBS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힘줄이 늘어났다는 것은 힘줄에 만성 염증이 생겼다는 얘기이다. 딱딱한 신발을 신고 훈련을 하다 착지할 때 발목이 계속 접질리면 이런 통증이 발생한다. 골반이 아프다는 것은 쉽게 말해 고관절의 연골이 마모됐거나 찢어졌다는 뜻이다. 이는 점프를 한 뒤 착지할 때마다 계속 충격을 받아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아프다고 선수가 훈련을 하지 못하면 성적을 낼 수가 없다. 줄타기 하듯 약간 아프면 훈련을 하고, 많이 아프면 훈련의 양을 조절하면서 안고 가야 한다. 유영 선수 나이를 감안하면 지금부터 약 10년간 잘 버텨야 한다. 만약 수술을 하게 되면 회복 기간이 길고 그 이후를 장담할 수가 없다. 선수 본인은 물론 지도자가 철저히 관리하지 않으면 자칫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고난도 점프와 스핀을 수없이 해야 하는 피겨의 특성상 선수는 부상과 통증을 숙명처럼 안고 살아야 합니다. ‘피겨 여왕’ 김연아도 고관절과 발목 부상에 시달렸지만, 이를 잘 관리해 동계올림픽 금메달의 위업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이와 대조적인 경우가 ‘비운의 피겨 천재’였던 재미동포 남나리 선수입니다. 남나리는 14살이던 지난 1999년 전미선수권에서 ‘피겨의 전설’ 미셸 콴에 이어 은메달을 따내며 신데렐라로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이듬해 엉덩이뼈가 부러지는 큰 부상으로 빙판을 떠났다가 2006년 페어 선수로 전향했지만 끝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2008년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유영 선수는 ‘기록 제조기’로 불립니다. 만 10세 7개월에 태극마크를 달아 한국 스포츠 모든 종목을 통틀어 역대 최연소 국가대표가 됐습니다. 최근에는 종합선수권에서 김연아가 갖고 있던 종전 최연소 우승 기록을 경신하며 피겨계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유영이 종합선수권에서 우승한 날 시상식에 참석한 김연아는 “앞으로 부상만 없으면 실력이 더 좋아질 선수이다. 건강을 꼭 조심했으면 좋겠다”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다행히도 유영 선수는 김연아가 소속된 회사와 2018년까지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었습니다. 김연아의 기술은 물론 부상 관리 노하우가 전수될 계기를 마련한 것입니다. 하지만 유영의 건강 문제를 오로지 매니지먼트 회사에만 맡겨놓을 수는 없습니다. 유영 선수의 코치와 대한빙상연맹도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지도자와 연맹, 매니지먼트 회사의 체계적인 관리와 유기적인 협조만이 오랜만에 등장한 ‘피겨 신동’을 진정한 ‘피겨 여왕’으로 만드는 길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