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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단독]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마약류 먹었다

[취재파일] [단독]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마약류 먹었다
 어제(13일) SBS <8뉴스>의 단독 보도대로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A 선수가 도핑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여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그가 복용한 약물이 국내 법률에 따라 ‘마약류’로 지정된 것으로 확인돼 더욱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 [단독] 아이스하키 선수, 금지약물 양성 반응…'충격'

한국도핑위원회는 2015년 11월 전국 종합아이스하키선수권 기간에 무작위로 도핑 검사를 실시했는데 이때 A 선수의 샘플에서 펜터민(Phentermine)이라는 물질이 검출됐습니다. 펜터민 성분이 들어간 약물은 관련법에 따라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돼 있고, ‘향정신성의약품’은 마약류에 포함돼 있습니다.

펜터민의 효능은 2가지입니다. 첫째 중추 신경을 자극해 식욕을 억제합니다. 이 때문에 체중을 줄이는 ‘비만 치료제’로 쓰이고 있습니다. 또 다른 효능은 ‘흥분제’(Stimulant)로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운동선수들이 복용할 경우 집중력을 높이고 순간적인 파워를 내는 데 효과가 있어 주로 프로복싱 선수들이 많이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금지약물 리스트에 펜터민을 올린 것도 이 때문입니다.

펜터민은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 구입할 수 있는 전문 의약품으로 통상 복용 기간은 4주입니다. 대표적인 부작용으로는 호흡 곤란, 우울감, 불면증, 두통 등이 꼽히고 있습니다. 만약 과다 복용하거나 장기 복용할 경우 신체에 치명적인 손상을 줍니다. 지난 2009년에는 다이어트를 위해 펜터민을 과다 복용한 30대 주부 1명이 사망해 큰 충격을 던졌습니다. 그럼 이렇게 위험한 약물을 A 선수는 왜 먹었을까요? 
          
대한아이스하키협회 고위 관계자는 SBS와의 통화에서 “A 선수의 해명에 따르면 도핑 검사가 있기 6개월 전에 의사의 처방을 받아 먹었다고 한다. 체중이 불어 살을 빼려고 먹은 것이다. 경기력을 향상시키겠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한다. 아이스하키는 육상, 수영 같은 기록경기가 아니기 때문에 금지약물을 복용할 이유가 거의 없다. 아이스하키에서 도핑 파문이 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우리도 무척 당황스럽다”고 말했습니다.

만약 대한아이스하키협회 고위 관계자가 A 선수의 해명을 정확히 옮겼다면 더 큰 문제가 됩니다. 이 해명에 따르면 A 선수가 펜터민이 포함된 약물을 처방받은 시점은 2015년 5월이 됩니다. 만약 5월이나 6월에 약을 먹었을 경우 11월에 실시된 도핑 검사에서 펜터민이 검출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게 도핑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펜터민을 복용했을 때 이르면 1주일, 아무리 늦어도 1개월 이내에 체내에서 빠져나가기 때문에 양성 반응이 나올 리가 없다는 것입니다.

예상되는 정황은 결국 2가지입니다. 펜터민을 처방받은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장기 복용했거나 아니면 5월에 처방을 받은 뒤 약을 먹지 않고 갖고 있다가 11월 종합선수권이 열리기 직전에 복용한 것입니다. 만약 후자의 경우가 맞는다면 이는 명백히 경기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복용했다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운동선수가 경기력 향상을 목적으로 펜터민을 복용했을 경우에는 4년 동안 선수 자격이 정지됩니다. 만약 A 선수의 말대로 순수하게 체중 감량 의도로 사용했다면 자격 정지 기간이 2년으로 줄어듭니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는 조만간 청문회를 개최해 A 선수의 소명을 듣고 징계 기간을 결정할 계획인데 어찌 됐든 A 선수의 몸에서 금지약물이 검출된 만큼 징계를 피하기는 어려워 오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이 사실상 좌절될 전망입니다.

A 선수는 경험이 없는 신출내기가 아닙니다.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주전으로 오랫동안 활약했고 현재 국내 유명 실업팀에 소속돼 있는 산전수전 다 겪은 노장입니다. 그리고 약을 처방받은 시점은 수영 박태환의 도핑 스캔들이 한국 스포츠를 강타한 지 3개월 뒤였습니다. 만약 A 선수의 해명처럼 정말 살을 빼기 위해 펜터민을 복용했다면 도핑의 위험에 대해 너무 무지했거나 경각심이 아예 없었다는 얘기밖에 안 됩니다.

새해 초부터 도핑 파문이 또 터지면서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앞둔 다른 종목 선수들도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국가대표 선수들을 총 관리하는 대한체육회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박명규 태릉선수촌 운영본부장은 “리우 올림픽의 해이니만큼 우리 선수들이 도핑 문제로 불이익을 당하지 않게 교육을 강화하고 각별히 주의를 주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대한체육회는 리우 올림픽이 열리는 오는 8월 초까지 최소한 3차례 이상의 도핑 방지 교육을 집중 실시해 유사 사태의 재발을 막는다는 계획입니다. 교육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도핑을 근본적으로 막는 지름길은 선수 개개인의 경각심과 의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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