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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이드 포토] '김일성·김정일 배지' 뗀 김정은…홀로서기 예고?



북한의 김정은 제1비서가 최근 '김일성·김정일 배지'를 가슴에 달지 않고 공개석상에 등장하는 모습이 몇 차례 관찰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김정은 제비서는 그동안 항상 왼쪽 가슴에 배지를 달고 있었습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를 분석한 결과 김정은 제1비서는 이번 달 들어 11차례 공개 행사 중 6차례 김일성·김정은 배지 없이 등장했습니다.

김정은이 최고지도자에 오른 이후 지난달까지 항상 배지를 달고 나타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지난 18일 제1차 인민군 정찰일꾼대회 기념사진 촬영과 같은 날 고사포병 사격경기 참관 행사에 등장한 김 제비서의 검은색 긴소매 인민복에는 배지가 없었습니다.

김정은은 반소매 흰 셔츠를 입었던 지난 13일 고사포병 군관학교 시찰, 9일 한국전쟁 사적지 완공 현장 시찰, 6일 평양생물기술연구원 시찰 때도 마찬가지로 배지를 달지 않았습니다.

빨간색 바탕에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얼굴이 새겨진 이 배지는 김일성·김정일 부자 우상화의 핵심으로, 북한에서 최고지도자와 고위 간부는 물론 일반 주민까지 일상적으로 달고 다닙니다.

'백두혈통'을 강조하며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후광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모습을 보여 온 김정은 제1비서가 상징적 의미의 이 배지를 떼기 시작한 배경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번이 아니라 여러 차례 배지를 달지 않은 점으로 볼 때 의도적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입니다.

만약 김정은이 일부러 배지를 떼기 시작했다면, 집권 4년차를 맞아 '김일성·김정일 시대'가 지나고 본격적으로 '김정은 시대'가 열렸음을 공고히 하려는 의도일 수 있습니다.

그동안 '유훈 통치'를 강조하며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권위에 기대 체제를 안착시키려 했으나 이제는 최고지도자로서 자신 있게 자기의 권위를 더 내세우겠다는 의도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이미 지난 2013년 중국 주재 북한 대사관 정문 옆 선전판 사진을 교체하면서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사진을 없애고 김정은 제1비서의 사진으로 채워 '김정은 시대' 개막을 강조하는 움직임을 보인 적이 있습니다.

서구 문물에 익숙한 김정은이 배지를 통한 우상화 방식이 '낡았다.'라고 생각해 변화를 꾀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있습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김정은은 취약한 자신의 리더십을 선대 수령에게 기대서 버텨나가는 측면이 있어 '홀로 서기'를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노동신문 등을 보면 여전히 김일성과 김정일, '유훈'을 많이 언급하는 것으로 봐서 정통성 확보를 위한 김정은의 의존이 크게 줄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만약 배지를 달았다 떼었다 하는 게 의도적이라면 '제 발로 서는' 시점에 대해 고민하며 사전 예고를 하는 것일 수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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