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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작살 꽂힌 고래 발견…은밀한 불법 포획 여전'

[취재파일] '작살 꽂힌 고래 발견…은밀한 불법 포획 여전'
밍크고래는 ‘바다의 로또’로 불립니다. 한 번 잡았다 하면 4,5천만 원은 기본이고 시세가 좋을 때는 1억 원을 호가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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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86년 ‘국제포경위원회’(IWC) 가입 이후 불법 포획이 금지된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바다에 쳐 놓은 그물에 걸려 숨진 채 포획 되는 게 시중에 유통됩니다. 고래를 발견한 어부는 반드시 정부로부터 ‘유통증명서’를 발급 받은 뒤 경매를 할 수 있습니다. 유통증명서는 이 고래가 불법 포획된 것이 아니라는 일종의 증명인 셈이죠, 지난 2월 고래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포획 또는 표류 상태로 발견된 고래 수는 13종 1849마리 입니다. 이 가운데 상품 가치가 거의 없는 상괭이가 전체의 67%인 1233마리고 참돌고래 506마리 순입니다 . 하지만 상품 가치가 높은 밍크고래는 54마리에 불과합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훨씬 못 미치다 보니 밍크고래는 '귀한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또 잡을 확률이 적다 보니 발견한 어민들에게는 ‘횡재수’ 로 통합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밍크고래의 불법 포획이 은밀하게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설이 공공연한 비밀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국제포경위원회는 “한국에서 연간 거래되는 고래 수가 포획된 고래 수의 두 배가 될 것” 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불법 포획 현장을 적발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 작살 4개 꽂힌 밍크 고래 발견…불법 포획으로 죽은 채
[취재파일] '작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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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지난 27일 오전 8시 쯤 울산 주전항 동쪽 23Km 해상에서 조업하던 통발어선 그물에 밍크 고래 한 마리가 걸려 죽어 있는 것을 선장 박 모씨(49)가 발견했습니다. 울산 방어진 수협위판장으로 가져와 조사해 보니 불법 포획 흔적이 발견됐습니다. 이 고래의 몸 길이는 6.3M 둘레 3.6M 무게 2.5~3톤 가량 됩니다.

그런데 이 고래의 등쪽에 작살 6개가 꽂힌 흔적이 발견됐습니다. 이 가운데 4개는 작살이 꽂힌 채 나머지 2개는 작살이 떨어져 나간 채 발견된 겁니다. 해경은 꽂힌 작살 4개 가운데 2개는 뽑았지만 나머지 2개는 워낙 깊이 박혀 뽑질 못했습니다. 이틀 뒤 고래 해체 전문 기술자를 동원해 해부해 보니 작살 하나는 고래의 등뼈를 관통해 내장에 까지 꽂혀 있었습니다. 무려 60Cm 이상을 관통한 겁니다.

한 고래유통업자는 “작살 6개가 모두 등 부위에 집중돼 있고 깊이 박혀 있는 걸로 봐서 빠른 속력을 가진 배로 고래와 속력을 같이 하며 아주 가까이서 겨냥해 투척을 했다”며 전문가 솜씨라고 평가했습니다.
[취재파일] '작살

작살은 길이가 15Cm 정도로 화살촉 모양으로 긴 철제 로프와 연결돼 작살에 꽂힌 고래가 바다 속으로 도망가더라도 멀리 갈 수 없도록 돼 있었습니다. 또 작살 촉의 너비가 4Cm에 달해 한번 박히면 빠지기 어려운 형태로 돼 있습니다. 윤성기 울산 해경 수사과장은 “그동안 작살이 1,2개 꽂혀 불법 포획된 고래는 봤지만 한꺼번에 6개의 작살이 꽂힌 채 죽은 고래는 처음”이라며 아주 잔인한 수법이라고 밝혔습니다.

해경은 고래의 상태가 신선한 걸로 봐서 1,2일 전에 누군가가 고래를 잡은 뒤 몰래가져 가려고 꼬리에 부표를 달아 바다에 띄워 놓았다가 유실되면서 박 씨의 그물에 걸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불법 포획 여전히 성행 증거…전문 포획 유통 조직 암암리 활동 여전
 
하지만 이번 경우처럼 밍크고래가 작살이 꽂힌 채 발견된 사례는 극히 드뭅니다. 지난 해 7월 충남경찰청이 서해안 일대에서 밍크고래 10여 마리를 불법으로 포획해 유통시킨 일당 7명을 구속시킨 사례가 있습니다. 또 지난 4월 부산 영도경찰서가 불법 포획된 밍크고래를 판매한 업자 4명을 입건한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유통과 판매 단계에서 적발했을 뿐입니다.

고래 유통 판매업자들에 따르면 불법 포경을 하는 꾼들이 많다고 말합니다. 한 유통업자는 날씨가 좋으면 바다에 나가 포획에 나선다고 합니다. 보통 10톤 안팎의 FRP 선박에 고성능 엔진을 장착해 있고 이들이 사용하는 도구는 작살인데 고래 가까이 다가가 작살을 던져 잡는 전형적인 수법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이들은 고래를 잡으면 보통의 경우 배에서 바로 해체작업을 해 불법 포획 근거를 없애버린다고 합니다. 그리고 밤이나 새벽에 몰래 입항해 자신들의 보관 창고로 옮긴다고 합니다. 또 이들은 불법 포획한 고래를 거래하는 가게를 확보해 놓고 유통시킨다고 합니다. 결국 인기 많은 고래 고기의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불법 포획하는 업자들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겁니다.
 
● 해경 불법포획업자 추적 나서…기획수사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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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은 현재 불법포획 전력이 있는 선박 10여척에 대한 소재 파악에 나섰습니다. 또 업주들에 대한 조사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동해안과 서해안에서 무대를 옮겨가며 불법포획을 하고 있는 걸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번에 불법 포획된 밍크고래가 발견되면서 상당수 용의 업주와 선박이 잠적한 걸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해경은 이 가운데 특히 작살 사용이나 포획 수법이 유사한 업자 2명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추적하고 있습니다.

또 다음 달 말 ‘울산고래축제’를 앞두고 이러한 불법 포획이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고 단속과 점검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 불법 포획 고래는 누구 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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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포획된 고래는 28일 오전 경매로 한 고래 판매업자에게 4천3백만 원에 낙찰 됐습니다. 포획된 지 이틀이 지나 신선도가 다소 떨어졌음에도 높은 가격에 팔린 겁니다. 방어진 위판장 관계자는 발견된 당일이나 하루 지나 경매가 됐더라면 6천 만원 안팎에서 팔렸을 거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 이 돈의 주인은 누굴까요?

원칙적으로 포획으로 잡은 고래는 발견한 어부가 소유주입니다. 하지만 불법으로 잡힌 고래는 국가 소유로 공매 처분하게 됩니다. 따라서 경매 대금은 국고에 귀속됩니다. 다만 발견한 어민 박 씨에게는 신고보상금이 주어집니다. 하지만 이 보상금은 최고 30만원에 불과해 당일 조업을 제대로 못한 박 씨에게는 오히려 손해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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