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수발든 남편 시신, 아내는 차마 볼 수 없었다

"3년 동안 지극정성으로 수발을 들었는데 막상 죽었다고 생각하니 차마 시신을 볼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지난 27일 오전 광주 광산구의 한 허름한 단독주택에서 5개월 만에 숨진 채 발견된 김 모(68)씨의 부인 임 모(68)씨는 그동안 시신을 방치한 사연을 털어놨습니다.

이곳에서 남편과 수년 동안 살아온 임 씨는 사망 시점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12월 어느날 저녁 장례식장 청소일을 마친 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 현관에 들어섰습니다.

임 씨는 안방에서 이불을 덮고 누워있는 남편의 이름을 불렀지만 대답도 없었고 미동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날 아침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남편을 두고 출근한 임 씨는 그 순간 남편이 숨졌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남편은 3년 전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거동조차 불편했습니다.

삶의 의지를 잃고 매일 술을 마시며 살다보니 몸은 갈수록 쇠약해져만 갔습니다.

임 씨는 그런 남편을 매일 정성으로 돌봤습니다.

청소일로 버는 수입은 월 100만 원가량.

이 돈은 대부분 남편의 술값과 약값으로 쓰였습니다.

임 씨 또한 유방암을 앓고 있었지만 남편을 돌보느라 치료할 여유조차 없었습니다.

교도소를 들락거리던 자식들은 수년간 연락조차 끊긴 상태였습니다.

남편의 시신을 마주한 임 씨는 그 길로 곧바로 인근에 살고있는 친구 서 모(64·여)씨에게 달려갔습니다.

"집에 들어가기 무서웠다"는 임 씨는 5개월간 서씨의 집과 다른 이웃집을 전전하며 살았습니다.

그러나 남편을 매일 지극정성으로 돌본 임 씨가 오랫동안 떨어져 있는 것에 의심을 품은 서 씨가 경찰에 신고, 5개월 만에 김 씨가 숨진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김 씨의 시신 일부는 이미 백골화가 진행된 상태였습니다.

사건을 조사한 광주 광산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오랫동안 수발을 든 남편이 갑자기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되자 무기력감에 빠져 모든 일을 체념한 것 같다"며 "시신을 방치한 도의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으나 남편을 오랫동안 정성으로 돌봐온 임 씨에게 사망에 이르게 한 책임을 지우기는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