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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세계가 반한 한국 영화그래픽업체들의 실력

[취재파일] 세계가 반한 한국 영화그래픽업체들의 실력
  지난 2일 중국 완다(Wanda)그룹은 국내 시각효과(VFX)업체 '덱스터'에 1000만 달러(우리돈 109억 원 안팎)를 투자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완다 그룹은 중국 최대 극장체인(상영관 1641개 보유)을 갖고 있는 중국 대기업입니다. 지난 2012년엔 미국 2위 극장체인 AMC(상영관 4988개 보유)까지 인수해 세계에서도 최대 규모가 됐죠. 완다는 직접 영화 제작도 합니다. 그런 회사에서 국내 VFX업체에 100억원 이상을 투자한 것은 꽤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덱스터는 영화 '미녀는 괴로워'(2006) '국가대표'(2009) 등을 연출한 김용화 감독이 설립했습니다. 김 감독은 이 회사를 통해 컴퓨터 그래픽(CG)의 고릴라가 출연하는 '미스터 고'(2013)를 제작했습니다. 미스터고는 크게 성공하지 못 했지만, 덱스터는 이 영화를 통해 VFX업체로 상당한 명성을 얻습니다. 현재 직원 수는 200명이 좀 넘고요, 국내는 물론 중국과 할리우드으로부터도 주문을 받고 있습니다.

  덱스터뿐만이 아닙니다. 국내의 다른 VFX업체들도 최근 세계 각국으로부터 수많은 VFX의뢰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중국 영화사들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중국의 경우 특히 각종 '생물체'(creature) 그래픽에 대한 의뢰가 많다고 합니다. 우리 VFX업체들의 작품을 보시죠. ***동영상을 스틸(still)로 잡은 것이라 화질이 아주 선명하지는 않습니다.
[취재파일] 최호원
[취재파일] 최호원
  중국 영화 '지취위호산(智取威虎山/서극 감독)'에 나오는 호랑이입니다. 덱스터의 작품입니다. 지휘위호산은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개봉해 8억 8천만 위안(1550여 억 원)의 수익을 올리며 대박을 터트렸습니다. (한국 역대 최대 흥행작: 명량 1357억 원) 서극 감독은 원래 '라이프 오브 파이'에서 호랑이CG를 담당했던 미국 업체와 접촉을 했는데, 결국 협상이 결렬된 뒤 덱스터를 찾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덱스터의 결과물에 굉장히 만족했다고 하네요.
[취재파일] 최호원
  또 다른 VFX업체인 '디지털 아이디어'와 '매크로 그래프'는 중국 영화 '몽키킹'의 CG 일부를 담당했습니다. 디지털 아이디어는 상상의 동물인 용을 그렸네요. 몽키킹은 10억4 500여만 위안(1840여 억 원)의 매출을 올려 중국 역대 흥행 3위에 오른 작품입니다. 생물체는 실제 동물의 동작 하나하나를 정확히 구현하고, 동작에 따른 근육과 털의 움직임까지 연구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분야입니다. 그래도, 이제 중국에서 '생물체 그래픽'이라고 하면 한국 업체들을 떠올린다고 합니다.
[취재파일] 최호원
[취재파일] 최호원
 한국 VFX업체들이 도전하는 또 다른 분야는 바로 '인물' 입니다. 위 여자는 100% 디지털로 만든 겁니다. 진짜 여배우의 얼굴을 3D로 스캐닝한 뒤 추가로 CG작업을 해 만들었습니다. 건물이나 배경보다 어려운 것이 생물이고, 그보다 더 어려운 것이 바로 인물입니다. 얼굴의 미세한 근육과 피부색을 정확히 표현해야 관객들이 실제로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위 작품을 만든 덱스터 기술진은 "아직 만점 작품은 아니"라며 "제작 과정을 통해 부족한 점을 확인하고, 더 개선할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덱스터는 실제로 기술력을 더욱 높여 최근 할리우드 영화 1편, 중국 영화 1편의 인물 그래픽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취재파일] 최호원
[취재파일] 최호원
   다른 업체들의 실력도 만만치 않습니다. 위에서 보시는 것은 '국제시장'에서 주인공 황정민 씨가 파독광부 선발에 참여했을 때 장면입니다. 스튜디오1064가 황정민 씨의 배에 없던 복근을 새로 만들었습니다. 인물CG에선 피부 질감이 굉장히 중요한데요. 원래 피부색을 정확히 표현하는 것도 필요하고, 모공이나 피부털을 미세하게 표현해내는 것도 중요하죠. 특히 백인 여성의 경우 얼굴의 미세한 털들을 잡아내는 일이 쉽지 않다고 합니다. 여기에 주변 빛에 따라 피부색이 조금씩 바뀌는 것까지 감안해야 합니다. 현재 국내 업체들의 실력은 세계적 수준의 80% 정도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여기서 또 하나. 인물CG 아티스트들이 늘 생각하는 이론이 있는데요, 바로 '언캐니 밸리'(Uncanny Valley/비호감 계곡 곡선)' 이론입니다. 일본의 로봇공학자 모리 마사히로의 이론으로 쉽게 말하면 사람은 인간 형태의 CG나 캐릭터를 보면 처음엔 "신기하다"며 호감을 나타내다가 이후 호감도 그래프가 떨어져 계곡 모양을 보인다는 겁니다. 특히 인간과의 유사성이 80~90% 정도일 경우 가장 최악의 언캐니 밸리를 보인다고 합니다. 즉, 굉장히 닮았는데, 따져보면 티가 팍팍 나는 겁니다. 아예 100% 완벽하거나, 아니면 스타워즈의 C3PO처럼 기계로봇임을 완벽히 드러내는 경우가 오히려 더 큰 호감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어정쩡한 인물CG는 안 쓰는 것만 못 한 것이죠.
[취재파일] 최호원
  휴먼 디지털 기술의 시작은 2008년 할리우드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입니다. 80세의 외모로 태어난 아기가 나이가 들수록 거꾸로 젊어진다는 내용입니다. 즉, 할리우드는 이미 10년 가까이 휴먼 디지털 기술을 연구해오고 있는 셈입니다. 무엇보다 할리우드 스타들의 몸값이 비싼 것이 한 원인일 겁니다. 할리우드 스타 배우들은 동시에 여러 작품을 촬영하고, TV출연 등 외부 활동도 많기 때문에 영화사가 촬영 스케줄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물론 계약상 배우들은 촬영에 성실히 임하겠지만, 촬영 현장에서 문제가 생기거나 날씨가 나쁠 경우 추가로 배우들에게 촬영 스케줄을 내달라고 하기가 쉽지 않죠. 오는 23일 개봉하는 '어벤져스2: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경우도 지난해 한국 촬영 당시 대부분 스턴트맨과 단역배우들만 입국해 촬영을 했죠. 나중에 컴퓨터 그래픽으로 이들의 모습과 서울의 배경을 스타 배우들과 합성하는 겁니다. 실제 배경과 주연 배우 없이도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생각보다 훨씬 빨리 다가오고 있는 겁니다.

  이런 가운데 우리 VFX업체들이 세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니 기분이 좋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날카로운 한국 소비자들의 눈덕분이 아닐까요? 세계에서 가장 매서운 눈을 가진 한국 영화팬들이 어설픈 CG를 용납할리 없겠죠. 팬들과 함께 발전하는 한국 VFX업체들의 건승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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