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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이러다간 '제2의 박태환' 나온다

[취재파일] 이러다간 '제2의 박태환' 나온다
수영스타 박태환 선수의 도핑 적발로 큰 파문이 일자 대한체육회가 반도핑 관련 프로그램을 긴급 준비했습니다. 2월 23일부터 25일까지 사흘 동안 국가대표 선수 및 지도자, 경기 단체 사무국장, 도핑 관련 실무자 등을 대상으로 도핑 방지 교육을 실시하는 것입니다.

이번 교육은 2015년 개정된 ‘세계도핑방지규약’의 주요사항 및 반도핑 관련 업무절차, 도핑사례 등을 전달해 국가대표 선수와 지도자에게는 도핑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경기단체 임직원에게는 해당 절차와 규정을 잘 숙지해 선수들에게 불이익이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어제(23일) 서울 올림픽 파크텔에서는 그 첫 일정으로 올림픽 및 아시안게임 45개 종목 가맹 경기단체 사무국장과 도핑 실무 담당자 90여 명을 대상으로 도핑 방지 행정업무 전반에 대한 교육이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실망 그 자체였습니다. 일단 참석률이 크게 저조했습니다. 총 45명의 경기 단체 사무국장 가운데 24명만이 출석부에 서명했고 도핑 담당 실무자는 45명 가운데 70% 정도만 교육에 참가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도핑과 관련이 깊은 가맹 경기 단체 사무국장들이 약속이나 한 듯 모두 나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박태환 사태에 휘말린 대한수영연맹 사무국장과 지난해 ‘이용대 파문’을 일으켰던 대한배드민턴협회 사무국장은 전부 불참했습니다. 그동안 여러 차례 도핑 적발로 물의를 일으켰던 대한육상경기연맹은 사무국장과 도핑 실무자가 모두 결석했습니다.
[취재파일] 권종오
[취재파일] 권종오

각 경기단체 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사무국장이 절반 가까이나 오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같은 날 대한체육회 정기 대의원총회가 열렸기 때문입니다. 대의원총회에는 경기 단체의 회장 또는 부회장이 참석합니다. 도핑 방지 교육은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열렸고 대의원총회는 오전 11시에 개최됐습니다.

통상 사무국장은 대의원총회 시작 30분 전이 되면 임원 영접을 위해 정문에서 대기하기 마련입니다. 이날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10시 33분이 되자 거의 대부분의 사무국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교육장을 빠져 나갔습니다. 교육 시간이 2시간인 점을 고려하면 이들은 4분 1의 밖에 수강하지 않은 셈입니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이날 교육을 위해 정성껏 프로그램을 준비한 한국 도핑방지위원회(KADA) 박병진 사무총장 등  KADA 직원들은 맥이 빠진 표정이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출석률이 크게 저조해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강의 도중 사무국장들이 무례하게도(?) 대거 퇴장했기 때문입니다. 박 총장은 대한체육회가 왜 하필 이런 날 교육을 잡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취재파일] 권종오
오늘(24일) 저녁 7시에는  태릉선수촌에서 선수 및 지도자 320명을 대상으로, 내일(25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는 같은 시간에 선수 및 지도자 100명을 대상으로 도핑사례. 도핑의 피해. 주의사항 등에 대해 교육을 실시합니다. 시간은 모두 30분입니다. 저녁 7시는 오전과 오후 두 차례의 고된 훈련이 끝난 뒤입니다. 피곤한데다 저녁 식사를 먹은 직후로 교육에 대한 집중도가 낮을 수밖에 없는 시간입니다. 게다가 교육 시간이 고작 30분입니다. 30분 만에 효과적인 반도핑 교육이 이뤄질지는 미지수입니다.

지금까지 대한체육회가 실시하는 반도핑 교육이 언론에 공개된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이번이 사실상 처음입니다. 체육계 일각에서는 “대한체육회가 박태환 사태를 의식해 생색내기 행정을 하는 것 같다”고 평가절하하고 있습니다.

설사 생색내기라고 해도 그럴듯하게 하게 해야 합니다. 박태환을 비롯해 거의 대부분의 한국 선수들이 도핑 사실이 적발된 뒤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그게 금지약물인지 정말 모르고 먹었다”는 것입니다. 도핑 방지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이렇게 약하고 대한체육회가 실효성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제2의 박태환’ ‘제3의 박태환’은 언제든지 나올 수 있습니다. 대한체육회와 체육인 모두가 대오각성해야 할 시점입니다.

▶ [취재파일] 전국체전에 발목 잡힌 박태환 최악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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