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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환호 속에 딸 살해범 집에 불 놓은 엄마

[월드리포트] 환호 속에 딸 살해범 집에 불 놓은 엄마
미국 플로리다 주 오렌지 파크에 사는 7살 소머 톰슨은 2009년 10월, 방과후에 실종됐습니다. 실종 신고를 낸 엄마 다이에나는 딸 아이의 행방이 갈수록 묘연해지자 가슴이 타 들어가는 고통을 느꼈습니다. 제발 어딘가에 살아만 있어줬으면 좋겠다는 기도를 했지만, 야속하게도 딸 소머는 실종 이틀 뒤, 집에서 80킬로미터 떨어진 쓰레기 매립지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습니다. 수사 결과, 7살 어린 소녀는 누군가로부터 잔혹하게 성폭행을 당한 뒤 목이 졸려 살해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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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끈질긴 수사 끝에 범인이 잡혔습니다. 29살 제러드 하렐이었습니다. 2012년 2월 하렐은 납치와 성폭행, 그리고 살인 혐의 등이 인정돼 종신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피해 소녀의 엄마 다이에나는 하렐의 검거에서부터 재판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봐야 했습니다. 3년여에 걸쳐 억장이 무너지는 아픔을 겪어야 했습니다. 쓰린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고통이 심장을 파고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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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또다시 3년이 지난 2015년 2월 11일, 오렌지 파크에서 아주 특별한 행사가 열렸습니다. News4Jax.com이라는 지역 언론에 보도된 이 행사는 다이에나가 딸 아이의 성폭행범인 제러드 하렐이 살았던 집에 불을 놓은 것이었습니다.  이 지역 소방관과 주민들이 함께 모여 다이에나가 불을 놓는 순간 박수와 환호를 보냈습니다. 아무리 딸을 살해한 범인이라도 그 집을 불태우는 엄마의 모습에 왜 환호하는 것일까요? 지난 3년의 과정을 모르면 이해하기 힘든 장면입니다.
 
7살 소녀 소머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하렐은 범행 당시 이 집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소머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곳도 바로 이 집입니다. 그런데 그 집은 하렐이 소유주가 아닌 엄마가 소유한 집이었습니다. 하지만 범행 후 오래 지나지 않아 엄마가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서 이 집은 은행에 가압류됐습니다. 그런 집을 ‘소머 톰슨 재단’이 사들였습니다. ‘소머 톰슨 재단’은 다이에나가 딸 아이가 죽은 뒤 딸을 기리기 위해 딸의 이름을 따서 만든 비영리 자선 단체입니다. 딸 아이 살해범이 살던 집이 경매로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다이에나가 사들인 겁니다. 다이에나는 딸 아이가 살해된 그 집을 소방서에 기증했습니다. 보다 공익적인 일에 쓰였으면 바램에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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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서는 이 집에 불을 지른 뒤 소방관들에게 수색과 구조 기술을 가르치는 교육장으로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이 집을 기증한 다이에나에게 집에 처음 불을 붙이는 역할을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집 안에 건초더미를 쌓아놓은 뒤 그 건초더미에 불붙은 막대를 던져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오렌지 파크 소방서장 실콕스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저희는 그녀가 그 집에 불을 붙여주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그것이 그녀가 입었을 상처를 조금이나마 위로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다이에나가 그 집에 불을 놓은 것이 딸을 잔혹하게 살해한 하렐에 대한 복수가 되지는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어쩌면 딸 아이가 성 폭행당하고 살해당한 곳을 불태움으로써 과거에 대한 슬픈 기억을 잊게 하는 정화수 같은 역할은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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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에나는 이 집을 소방 훈련에 사용하고 난 뒤 빈 집터만 남게 된 이후에는 그 위에 놀이터나 공원 등 모든 사람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공익적 장소로 재건하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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