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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만진료 포기하는 산부인과…저출산 때문?

<앵커>

오늘(10일)은 임산부의 날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산부인과 병원은 2004년 1천300곳 정도였지만 10년 새 절반 정도로 줄었습니다. 연간 배출되는 산부인과 전문의도 보시는 것처럼 절반 수준인 90명뿐입니다.

이런 현상이 꼭 저출산 때문은 아니라는데 조동찬 의학전문기자가 여러 가지 이유를 살펴봤습니다.

<기자>

임신부의 숨소리가 가빠지면서 의료진의 손길도 분주해집니다.

예비아빠는 큰 숨을 몰아쉬고 아내의 손을 어루만집니다.

아기가 세상을 향해 처음으로 소리를 냅니다.

엄마를 알아 챈 아기는 울음소리가 작아지고, 그 사이 아빠는 탯줄을 자릅니다.

[송유헌/서울 서대문구 : 열 시간 정도 걸렸는데, 정말 고생 많았고 사랑한다고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

한현주 씨는 이런 감동적인 분만 과정에 반해 산부인과 전문의가 됐습니다.

[한현주/산부인과 전문의 : 피도 많이 나오고 산모들이 좀 소리 지르면서 굉장히 고통스러워 하지만 아기가 나오는 순간에 모든 게 해소되는…일종의 오케스트라 지휘자 같다는.]

그렇게 10년 동안 해왔던 분만진료를 올해부터는 중단했습니다.

그래프를 보시면 출산율 감소 속도보다 분만 병원이 사라지는 속도가 훨씬 빠릅니다.

병원 감소의 원인이 단지 출산율 감소 때문만은 아니라는 거죠.

또, 분만 수가에 대한 불만을 수용해서 인구가 적은 취약지역의 경우 분만 병원의 분만 수가를 두 배나 올려줬는데, 폐업 병원의 수는 줄지 않았습니다.

낮은 수가 때문만도 아니라는 건데요.

산부인과 의사들이 말하는 분만진료 포기의 가장 큰 이유는 분만 중 예기치 못한 사고에 대해서 지원체계가 없다는 데 있습니다.

[사고가 터졌다, 그러면 수가의 몇 십배를 물어줘야하는 상황이 발생하거든요.]

예를 들어 신생아에게 뇌성마비가 생겼을 때 우리나라에서는 재판과정에서 의사의 과실이 없다고 결론 나더라도, 수억대 보상금의 30%를 병원이 부담해야 한다는 법이 제정됐습니다.

반면, 일본에서는 이때 3억 원을 정부가 지원합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제왕절개를 하거나 자연분만을 할 때에도 산모의 출혈이 많아지면 응급수혈이 필요한데, 규모가 작은 분만병원의 경우 혈액확보가 어렵다는 겁니다.

[박노준/대한산부인과 개원의협의회 회장 : 지방 소도시에는 피를 타오기 위해서 한 시간 이상의 거리에 아마 여러 가지 검사도 해봐야 하고, 적합한지 아닌지 시간이 몇 시간 이상 걸리다보면, 산모의 생명까지.]

그래서 주변 큰 병원의 혈액을 빌려 쓸 수 있어야 하지만 현재 제도적 장치가 없습니다.

문 닫는 분만병원만 탓할 게 아니라, 병원 운영상의 걸림돌을 없애주는 일이 시급합니다.

(영상취재 : 황인석·양두원, 영상편집 : 김경연, VJ : 신소영·김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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