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뉴스>
<앵커>
현실이 아무리 가혹할지라도 꿈을 간직할 때 놀라운 장면이 펼쳐지곤 합니다. 숨어있던
천상의 목소리 영국에 폴포츠가 있었다면, 한국에는 야식배달부 김승일 씨가 있었습니다.
김요한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김인혜/성악가, 서울대 교수 : 정말 이거는 신이 주신 목소리죠. 테너로서 아주 너무 드물고 희귀하고 아름다운 음색에.]
한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해 출연진들의 심금을 울린 34살 김승일 씨.
뛰어난 가창력을 지녔지만, 김 씨의 직업은 야식 배달부입니다.
새벽 5시에 출근해 매일 힘겹게 일하는 김 씨는 지난 10년간 웨이터와 택배를 비롯해 안 해본 일이 거의 없습니다.
[김승일(34) : 잠을 안 자가면서 일을 했는데, 일을 하면 할수록 빚이 생기는 거예요.]
10년 전까지만 해도 김 씨는 성악가를 꿈꾸는 음대생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가 뇌출혈로 쓰러지면서 생계가 어려워지자 꿈을 접어야 했습니다.
[김승일(34) : 세번째 쓰러지시고 포기했어요. 도저히 안 되겠다.]
음대를 중퇴하고 시작한 돈벌이.
어머니가 고인이 된 뒤부터는 다시는 노래를 부르지 않기로 마음 먹었지만, 재능을 계속 감출 수는 없었습니다.
[장정원/야식집 사장 : 소름이 끼칠 정도로 잘하더라고요. 폴포츠처럼, 그런 데 내가 (신청)해 볼까? 인터넷에서 프로그램 찾다가….]
야식 배달집 사장이 방송국에 사연을 전하면서 김 씨의 가창력은 세상에 널리 알려졌습니다.
유명 음대 교수로부터 경쟁자를 만났다는 극찬을 들을 정도로 재능을 인정받은 김 씨는 세계적인 오페라 가수가 되는 꿈을 다시는 접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노래하는 게 제 삶에 맞나봐요. 진짜 마지막으로 주신 기회가 아닐까.]
(영상취재 : 홍종수, 영상편집 : 남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