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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업들이 자금난을 겪으면서 어음 부도율이 1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5월 전국 어음 부도율(전자 결제분 제외)은 0.4%로 집계됐다.
지난 2월 0.04%에서 불과 석 달 만에 10배로 치솟았습니다.
이는 지난 2015년 3월 0.41% 이후 10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어음 부도란 약속어음이나 환어음 등 어음을 발행한 사업자가 만기일에 어음 금액을 지급하지 못해 결제 실패가 발생한 것을 말합니다.
지급 능력 상실로 어음 부도를 반복한 사업자는 어음 거래 정지 처분을 받게 되고, 심하면 파산을 맞게 됩니다.
기술적 부도를 제외하더라도 어음 부도율 상승세는 뚜렷했습니다.
정상적으로 차환되는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이 실제와 다르게 부도로 처리되면서 어음 부도율에 영향을 미치는데, 이를 고려해도 여전히 부도율이 높았다는 뜻입니다.
지난 5월 P-CBO 기술적 부도 제외 어음 부도율은 0.24%로, 전월(0.06%)의 4배로 뛰었습니다.
2023년 4월(0.26%) 이후 2년여 만에 최고치였습니다.
5월 어음 부도 장수는 1천 장으로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으나, 부도 금액은 총 7천880억 원으로, 역시 2023년 5월(7천929억 원)이후 2년 만에 가장 컸습니다.
내수 부진과 수출 둔화로 일선 기업들이 겪는 자금난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대출 연체율에서도 확인됩니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지난 6월 말 대기업 대출 연체율은 평균 0.11%로, 작년 동월(0.02%)보다 크게 상승했습니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도 평균 0.44%에서 0.55%로 올랐습니다.
그나마 지난 5월 말 대기업 연체율이 0.19%, 중소기업 연체율이 0.71%로 각각 치솟았다가 부실채권 매·상각 영향으로 수치가 다소 개선된 상태입니다.
쓰러지는 기업들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1~5월 전국 법원이 접수한 법인 파산 사건은 총 922건으로, 작년 동기(810건)보다 13.8% 증가했습니다.
올해 들어 2월까지는 281건으로, 작년 동기(288건)보다 더 적었으나, 이후 3월(172건), 4월(265건), 5월(204건) 파산 신청이 급증했습니다.
한은이 지난해 10월과 11월, 올해 2월과 5월 네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총 1.00%포인트(p) 인하했지만, 고금리 장기화로 벼랑 끝에 내몰린 지난해 상반기보다 분위기가 더 나빠진 셈입니다.
한은은 지난달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경제 심리 회복 지연, 건설경기 침체 등으로 내수 부진이 길어진 가운데 국제 통상환경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환율 변동성도 확대됨에 따라 국내 기업의 부실 위험 증대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국내 기업 실적이 전반적으로 부진해질 경우 기업의 채무 상환능력이 저하돼 신용 리스크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