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현 기자 : 셰익스피어 작품 <십이야> 설명을 해 주시면...
임도완 연출가 : <십이야> 작품은 워낙 유명해서 다 알고 계시지만, 남녀 이란성쌍생아가 배가 난파돼서 살아 있는데 서로 죽은 줄 알고, 여자는 어떤 집에 하인으로 들어가요. 마음고생이 심하니까 환기를 시키려고 남장을 해서 들어가는데 그곳의 도령을 사랑하게 되고, 그 도령은 서린 아씨에게 이 남장 여자를 전령으로 보내서 사랑을 고백하게 하는데, 서린 아씨는 남장한 이 친구를 또 사랑하게 되는. 얽히고설켰는데 나중에는 다 풀어지는 얘기죠.
김수현 기자 : 그런 얘기가 예전부터 있었나 봐요.
임도완 연출가 : 네. 셰익스피어 보면 <한여름 밤의 꿈>도 그렇고, 얽히고설키는 것은 늘 그분의 장기인 것 같아요.
김수현 기자 : <십이야>는 왜 제목이 <십이야>일까요?
임도완 연출가 : 그때 코로나처럼 역병이 돌아서 공연을 계속 못 했다고 하더라고요. 역병이 지나고 축제를 열기 위해서 '십이야(夜)'의 공연을 올렸는데 셰익스피어가 일부러 그 축제를 위해서 쓴 작품이에요. 그래서 양반도 풍자하고. 우리나라 봉산탈춤에서 말뚝이가 나와서 양반 풍자하듯이 비슷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양반이고 뭐고 다 즐기고 노는 그런 축제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김수현 기자 : '십이야'가 크리스마스로부터 12번째 밤이라는 뜻이라면서요. 원래 그 시기에 열두 번째 밤이 되면 그날을 축제의 날처럼 즐기고 했었나 봐요?
임도완 연출가 : 원래 그랬나 봐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그런 '십이야'라고 그러니까. 장난으로 그런 얘기도 하죠. 코로나 때 이 작품을 학교에서 제작 실습을 올린 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코로나 때문에 이거를 다 영상으로 송출만 해서 학생들 구호가 '공연 올리겠다는데 왜 시비야.' (웃음) 지금 배우들은 '너는 이번에 개런티가 10이야.' (웃음)
이병희 아나운서 : 재밌는 제목이네요.
김수현 기자 : 저는 굉장히 재미있게 봤거든요. 근데 배리어프리 공연을 국립극단에서 꾸준히 해왔잖아요. <스카펭>도 배리어프리 공연으로 진행했었고 그때도 연출을 맡으셨는데, 일반적인 공연하고는 뭐가 다른 건지?
임도완 연출가 : 배리어프리를 하면 수어 하시는 분들이 대체로 무대 양쪽 옆에 서서 수어만 하시거든요. 그런데 그림자 통역이라고, 연기자랑 같이 따라다니면서 수어를 하는 거예요. 코미디니까 옆에 서 있는 것보다 하인처럼 쫓아다니면서 뭔가를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서 <스카펭> 때부터 그림자로 통역하면서, 어떨 때는 대사도 해야 돼요. 의자 나르는 게 있으면 가져오게 하기도 하고. 어떨 때는 거꾸로 연기자가 수어 하고 이 사람이 대사를 할 때도 있고요.
이왕 하는 김에 무대 위에서 그런 역할을 하면 좋겠다 싶어서 했는데 관객 반응은 굉장히 좋더라고요. '수어 배리어프리 공연이 너무 좋다' 그래서 이번에 배리어프리 공연 끝나고 나서 본격 공연을 하자 무대가 너무 허전한 거예요. 연기자들도 너무 허전하다고. 어떨 때는 서린 아씨를 통역하는 사람이 서 있다가 퇴장하는 신에 나가는데, 그때 같이 쫓아 나가서 부르라고 했어요. '너 어디 가니? 통역해야지.' 그것도 관객이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웃음)
김수현 기자 : 수어 통역하시는 분들이 그림자처럼 쫓아다니면서 통역을 해 주셨던 거죠?
임도완 연출가 : 연기자 출신들도 많고, 너무 잘 따라와 주고 잘해 주시니까 굉장히 열려 있어요. 수어 하는 데 있어서 구분을 두지 않고 어떨 때는 전부 다 같이 연기를 하고.
김수현 기자 : 그러니까 거의 배우로 있네요.
임도완 연출가 : 어떨 땐 심각하게 앉으라고 하면 관객이 웃어요. 세 명이 '심각', 밑에 통역하는 (사람도) '심각' 그것 때문에 관객이 터져요.
김수현 기자 : 시각장애인 분들은 무대 모형 터치 투어라고 해서, 실제 무대를 축소해 놓은 무대 모형을 만져보고 무대가 어떻게 생겼는지 미리 파악을 하는 거죠?
임도완 연출가 : 그 옆에 점자로 된 대본도 있고.
김수현 기자 : 점자가 있어서 오돌토돌하게 느껴지는. 점자가 병행해서 인쇄된 거예요. 점자를 아시는 분들에게 보여드리는 거죠.
이병희 아나운서 : 국립극단은 항상 (배리어프리로) 볼 수 있는 무대가...
김수현 기자 : 자주 하더라고요. 국립극단에서는 배리어프리 공연 회차를 많이 넣는 편이에요. 국공립 극단이라서 선도적으로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임도완 연출가 : 일반 극단에서는 못하죠.
김수현 기자 : 그렇죠. 비용과 준비 기간도 훨씬 더 길어서.
이병희 아나운서 : 저도 들어보면서 봤는데,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것도 다 설명을 해 주시니까 재미있게 들었어요. QR 코드 찍어서.
임도완 연출가 : 밑에서 그거 할 때는 한 분이 앉아서 그 말씀을 하세요. 시각장애인 분들도 들어야 되니까.

김수현 기자 : 처음에 비상구 등을 안내하는 방송이 나오는데, 어느 쪽에 어떤 문이 있고 이런 거를 다 박수로 '이쪽에 있다' 느낄 수 있도록 안내해 주시더라고요.
임도완 연출가 : 몇 년 전 <스카펭> 할 때는 시각장애인 분이 안내견을 데리고 와서 같이 앉아서 본 적 있어요. 정말 얌전하게 있더라고요.
김수현 기자 :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은데 되게 좋으셨을 것 같아요. 여러 가지 한글 자막 해설, 한국 수어 통역, 무대 모형 터치 투어, 음성 해설, 이동 지원 - 이동이 어려우신 분들은 안내해서 모시고 들어가는 서비스가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간 날에는 그런 분은 안 계셨는데. 이 접근성 회차가 6월 1일부터 15일까지 하고 그 뒤부터는 일반 공연인데, 제가 갔을 때도 열린 객석이라고 들었거든요.
이병희 아나운서 : 열린 객석은 어떤 거예요?
김수현 기자 : 제가 들어갔더니 열린 객석을 설명하는 영상이 상영되더라고요.
열린 객석 뭐냐고? 들어봐. 연극 관람 익숙지 않아 걱정하는 관객, 마음 내려놔. 딱딱한 관람, 경직된 관람, 부담스러운 관객도 걱정 내려놔. 불안함 줄이려 객석 등 밝혀두고, 공연 이해 도우려 안내 자료 사전 제공, 관객 쉼터 관심 갖자.
김수현 기자 : 그리고 인터미션이 없더라고요. 2시간 좀 넘는데 인터미션이 없지만 마음이 편했어요. 중간에 여차하면 잠깐 나가서 화장실을 다녀오면 되니까.
임도완 연출가 : 쉬고 싶으면 휴게실에 가서 쉬어도 됩니다.
김수현 기자 : 물론 재밌어서 2시간 내내 앉아 있긴 했는데, 일단 열린 객석이라고 하니까 마음이 편해졌어요.
이병희 아나운서 : 그런 부담 때문에 오히려 못 즐길 수도 있잖아요. 별일 없을 건데 괜히 못 나간다 생각하니까.
김수현 기자 : 모든 걸 다 이렇게 할 수는 없겠지만 '이런 시도를 조금씩 하는 건 참 좋은 것 같다' 생각했어요.
임도완 연출가 : 십몇 년 전 학생들보다도 지금 학생들이 훨씬 그런 걸 못 견뎌하는 학생들이 많아요. 공황 증세가 있는 학생들도 꽤 있고, 수업에서 숨이 가빠져서 양호실을 가고. '그전에는 그런 학생이 많이 없었는데 요즘에는 왜 이렇게 많이 늘었을까' 생각도 들고요.
김수현 기자 : 다들 스트레스가 많아서...
임도완 연출가 : 맞아요. 그럴 수 있어요.
이병희 아나운서 : 연출하시는 입장에서는 더 신경 써야 될 게 많아질 거잖아요.
김수현 기자 : 그러니까요. 베리어프리 공연도 그렇고, 열린 객석도 그에 맞춰서 연출을 해야 될 부분이 많아질 것 같아요.
임도완 연출가 : 관객에 대한 배려나, 어차피 열린 객석이니까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코미디 코드를 어떻게 잘 전달할 것이냐에 대해 고민을 하는 것 같아요. 일단 훤히 보이니까 굳이 눈을 안 맞출 필요가 없잖아요. 광대 같은 인물들은 극 바깥으로 나가서 할 수 있으니까 적극적으로 하라고 요구하고, 알아서 해요. 어떨 때는 너무 과해서 문제죠. (웃음)
김수현 기자 : 그때그때 애드리브로 관객들과 소통하는 장면들이...
임도완 연출가 : 그것 때문에 약간 길어지기도 하죠, 시간이. 관객들이 좋아하시면 상관없죠. 근데 되도록 산뜻하게 끝났으면 좋겠다 싶어서 2시간 4분 정도로 딱 끊었어요.
김수현 기자 : 옆에 연주하시는 분 있잖아요. 그분도 너무 웃겼어요.
임도완 연출가 : 원래 음악 하시는 분인데 연극 음악 많이 했고요. 채석진 감독인데 성격 너무 좋고, 연기 요구하면 알아서 하고, 어떨 때는 '여기서 이러면 좋지 않겠느냐' 적극적으로 의견 주시고. 너무 좋아요 그런 거.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