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냐, 중독이냐
주식 투자가 잘못된 게 아니라는 건 모두가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중독이 됐을 때가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어느 순간부터 투자가 아닌 중독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문체부 산하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소속 상담사, 그리고 과거 주식 중독을 경험한 자들에게 물었습니다.
주식중독이 곧 도박중독
그래서 주식중독자인지 따져볼 때 도박중독 지표를 그대로 사용합니다. 지표는 DSM이라 불리는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매뉴얼'을 참고합니다. 미국정신의학협회에서 발행한 것입니다. 도박중독 지표는 총 9가지로 나눠져 있습니다.
도박중독 9가지 지표
9개 지표 가운데 (1년 관찰 기준) 4~5개가 해당하면 경도 도박 중독입니다. 6~7개이면 중등도 도박 중독이고, 8~9개이면 심한 상태의 도박 중독입니다. 따라서 9개 지표 가운데 4~5개가 주식 투자자들에게 나타난다면, 주식 중독 초기 증세를 의심해야봐야 합니다.
주식중독자, ③⑥⑧⑨ 지표 뚜렷
다음으로 ⑥추격 도박입니다. 잃은 돈을 만회하려고 재투자 하는 경우입니다. 내가 산 주식 값이 떨어졌을 때 다시 오를 것을 기대해 더 사는 '물타기'도 한 유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주식 중독자들은 1차적으로 한 번 큰 돈을 잃고 이를 복구하려다 더 큰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⑧부정적 결과란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경우입니다. 도박에 빠져서 본업에 집중하지 못할 때 해당합니다. 일보다 주식이 우선되는 주객전도되는 상황입니다. 또 주식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인간관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⑨'경제적 도움을 받음'이란 주식으로 발생한 손해를 혼자서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가족이나 지인에게 돈을 빌린다거나,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는다면 이미 중독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비합리적 신념, 주식중독 인정 오래 걸려
주식 중독 인정에 시간이 걸리는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다른 불법 도박은 다 그렇다고 볼 순 없지만, 실력보다 운에 의지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짧게 끝나는 게임 한 번에 큰돈을 베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만큼 운이 따라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주식 중독자는 본인의 투자 실패를 실력 부족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주식 중독자들은 본인이 공부를 덜 해서, 분석을 잘못해서 돈을 잃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공부를 더 하고 분석을 다시 해보면 돈을 벌 수 있다고 착각에 빠지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비합리적 신념에 빠져 이성적인 행동을 못하고, 통제력을 상실합니다.
주식중독, 초기 상담 기간도 더 길어
상담사들은 이런 경우 라포를 형성한 다음 왜 중독인지를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인다고 합니다. 그만큼 초기 상담 횟수도 늘어나고 시간도 더 소요됩니다. 초기 상담이 길어지면 중독으로부터 회복되는 시간도 비례해 늘어나기 마련입니다.
도박문제예방치유원, 1336
이곳에서 전문 진단을 받은 다음 진행되는 상담 비용도 일정기간 무료입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중독 문제로 찾는 사람도 늘었다고 합니다. 주식 중독문제로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을 찾은 사람은 지난해 기준 5년 전보다 6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일단 중독인지 의심되면 가족이나 지인에게 알리고 정확한 진단을 받아볼 것을 권유합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진단을 받는다고 해서 손해를 볼 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