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 겨울 전국에서 사라진 꿀벌이 78억 마리로 추정됩니다. 원인을 살펴봤더니 작년 내내 이어졌던 이상 기온이 꿀벌의 '월동 실패'를 불러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심영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12년째 양봉업을 해온 정태구 씨, 지난 2월, 벌들을 깨우기 위해 벌통을 열었던 순간을 잊을 수 없습니다.
[정태구/양봉 농민 : (벌통을) 열어봤더니 황당한 거죠, 벌이 없으니까. 아, 이거 어떻게 해야 되나. (저희 벌의) 3분의 1만 살아있다고 봐야죠.]
우울한 봄을 맞은 것은 정 씨뿐만이 아닙니다.
[박명준/양봉 농민 : (월동 들어갈 때) 생각한 거에 10% 밖에 안 남은 거예요. 벌 자체가 그냥 없어져버린 거예요.]
지난 겨울을 보내며 전국에서 39만 봉군, 약 78억 마리의 꿀벌이 사라졌다는 것이 정부 추산입니다.
피해 벌통을 정밀 조사해봤더니 정상 벌통과 뚜렷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산란이 없어야 하는 겨울에 여왕벌이 알을 낳으면서 그 애벌레 사체가 나오거나 부화하지 못한 번데기가 무더기로 발견됐습니다.
[오대근 연구원/국립농업과학원 양봉생태과 :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야 (벌이) 나올 수가 있는데요. 겨울철에는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기 적정한 시기가 아닙니다. 그래서 번데기를 만들지 않고요.]
이상 고온에 계절을 착각해 산란했는데 갑자기 추워지면서 제대로 키우지 못하는 현상, 벌들의 '월동 실패'로 추정된다는 것입니다.
[최용수 연구관/국립농업과학원 양봉생태과 : 온도 편차가 심할 때 받는 스트레스가 굉장히 크고, 또 그게 일벌 개체가 받는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들 종족을 계속 유지시켜나가는 후대 양성인 발육 단계에서도 쇼크를 받을 수가 있는 거죠.]
하지만, 응애 방재를 철저히 하고 겨울철 벌통 온도를 10도 이상으로 유지하면서 설탕물을 먹이로 공급했던 벌들은 문제가 없었습니다.
농촌진흥청은 작년 유난히 들쭉날쭉했던 이상 기온이 꿀벌의 대규모 실종을 불러왔다고 보고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