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강 군의 기대와는 달리 문은 다시 열리지 않았습니다. 버스는 그 상태로 출발해버렸고, 강 군은 버스에 발이 끼인 채 50m 가까이 끌려갔습니다. 뒷문으로 내렸던 승객이 강 군을 발견하고 다급하게 차를 두드리며 뒤따랐습니다. 운전기사가 뒤늦게 이상한 낌새를 알아채고 버스를 세웠지만 이미 강 군이 크게 다친 뒤였습니다. 왼쪽 무릎이 땅에 닿은 채 버스에 매달려 끌려다닌 강 군은 전치 8주의 부상을 당했습니다. (▶ 타려는 순간 출발하는 버스, 50m 끌려간 중학생)
이쯤 되면 궁금한 점이 생깁니다. 문은 왜 다시 열리지 않고 그대로 닫혀 버린 걸까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규칙 별표4 <운송사업자 및 운수종사자의 준수사항>에 따르면, '하차 문이 있는 노선버스(시외직행, 시외고속 및 시외우등고속은 제외)는 문이 닫힘으로써 승객에게 상해를 줄 수 있는 경우 문의 동작이 멈추거나 열리도록 하는 압력감지기 또는 전자감응장치를 설치해야' 합니다. 쉽게 말하자면 출입문에 센서를 달아야 한다는 건데요.
버스 출입문 센서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습니다. 내리는 문이 계단식으로 된 일반 버스의 경우 발판 위에 승객이나 물체가 있으면 문이 아예 닫히지 않습니다. 만원 버스에서 사람들의 등쌀에 밀린 누군가 계단으로 내려가 발판을 밟고 서면 '삐-'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는 모습 본 적 있으실 겁니다. 나머지 하나는 출입문 자체에 가해지는 압력을 감지하는 센서입니다. 문 사이에 무언가 끼는 걸 방지하는 겁니다. 문이 닫히는 부분에 검은 고무로 만들어진 진공튜브가 붙어 있는데 여기에 압력이 가해지면 자동으로 문이 열리게 됩니다.
다시 궁금해집니다. 이런 규정이 있는데도 강 군은 왜 버스에 끼인 걸까요?
답은 앞서 언급한 규정에 숨어 있습니다. 센서를 설치해야 한다는 규정이 '하차 문'(뒷문)에만 해당되고 '승차 문'(앞문)에는 적용되지 않는 겁니다. 법에서 따로 정해놓지 않았으니 버스를 만들 때 굳이 돈 들여 앞문까지 센서를 달 필요가 없겠죠. 승객들이 타는 앞문은 운전기사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센서가 없어도 된다는 입법자들의 판단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마을버스도, 시내버스도, 뒷문에는 센서가 있지만 앞문에는 센서가 없습니다.
앞문을 살피는 건 운전자의 의무이기 때문에 이번 사고의 책임은 100% 운전기사에게 있습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승객의 추락을 방지할 의무'를 다하지 못한 혐의로 버스기사를 불구속 입건했고 조만간 기소의견으로 송치할 예정입니다.
법적 책임은 이렇듯 운전기사에게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사고가 난 다음의 이야기입니다. 일단은 강 군이 겪은 것처럼 아찔하고 끔찍한 사고가 다신 일어나지 않도록 방지하는 게 최우선이겠죠. 그래서 이 취재파일의 메시지는 단 하나입니다.
여러분 생각과 달리 버스 앞문에는 센서가 없습니다. 절대, 닫히는 문 사이로 무리하게 몸을 던지거나 가방 밀어 넣지 마세요. 아무리 급해도 자칫하면 크게 다칠 수 있습니다.
▶ 다리 끼인 채 버스 출발…센서 없는 앞문이 문제
▶ 타려는 순간 출발하는 버스, 50m 끌려간 중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