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 회사 네 곳 안에서 일해 온, 7천명이 넘는 월급쟁이들에게 관심을 보인 곳은 적었습니다. 그제 저녁엔 삼성 직원으로 퇴근했는데, 출근해보니 한화 직원이 돼버린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란게 어디 그런가요. 삼성과 한화는 이름만 다른게 아니라, 회사 성격도 극과 극으로 다른걸로 유명합니다. 삼성이 꼼꼼하고 세밀하다면, 한화는 선이 굵고 우직하다고 할까요. 심지어 최근까지 회사 사훈이 김승연 회장이 직접 지었다는 '신용과 의리' 였을 정도니까요. 여름과 겨울, 온탕과 냉탕 같은 차입니다.
시너지를 내려면 이런 생판 다른 조직문화를 어떻게 하나로 합칠 것인가에 대한 어마어마한 고민이 있어야 할 겁니다. 이 부분은 한화가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그런데 삼성이 풀어야 했던 숙제도 있습니다. 제가 통화했던 직원들은 오랫동안 삼성맨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일해왔다면서, 하나 같이 "상실감을 느낀다"란 말을 입에 올렸습니다.
회사 별로는 사장들이 설명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위로는 없었습니다. 한 회사에서는 사장이 사내방송 마이크를 잡고 이렇게 말했답니다. "지금부터 우리는 한화맨이 됐으니까 한화맨 답게 살아갑시다"라고 말이죠. 사장은 마음을 정리했을지 몰라도, 직원들은 시쳇말로 '멘붕'을 겪었을 겁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정말 애쓰셨고, 지금은 사정이 이렇게 돼서 떠나보내지만 아쉬운 마음 뿐입니다. 아무쪼록 더 좋은 앞날이 펼쳐지길 기원합니다."
이 정도 메일 한 통, 책임 있는 사람이 보내는 것이 그렇게 어려웠을까요. 아예 처음부터 그럴 생각을 못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룹 내 다른 계열사 직원들은 또 이 상황을 어떤 눈으로 보고 있을까요?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감성경영을 해야 한다, 삼성 내부에서 요새 부쩍 강조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현실은 직원들 마음도 다독이지 못합니다.
하나 더, 다른 회사는 그럼 삼성하고 다를까요? 여러 회사 사람들과 이번 빅딜 이야기를 했는데, 대부분 결론은 비슷했습니다. 우리 회사도 그렇지 않을까 라는 거죠. 이번 빅딜은 그런 점에서, 한국의 경영 문화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듭니다.
더 힘 실린 '이재용 체제'…삼성 승계구도 윤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