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서울의 인구는 1천만인데 119 구급차는 140대뿐입니다. 하루에만 평균 800명 넘는 응급 환자를 이송하는 겁니다. 말 그대로 시간과의 싸움을 벌이는 이 구급차를 자기 자가용처럼 생각하는 얌체족들이 있습니다.
최우철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119 구급대가 출동합니다.
꽉 막힌 도로를 뚫고 가까스로 환자를 구합니다.
[119 구급대원 : 구급차에 타서 응급처치 좀 해 드릴게요.]
5분, 생사를 가를 수 있어서 '골든 타임'이라 부릅니다.
부리나케 달려간 또 다른 구급현장.
자전거를 타다 손목을 다친 여성을 응급처치하고 병원으로 이송하려는데.
한바탕 실랑이가 벌어집니다.
자전거도 구급차에 함께 실어 달라는 겁니다.
[응급 이송환자 : 집에 못 가니까요. 병원 좀 데려다 주고, 이 자전거를 병원에 갖다 놓으면 (친구한테) 집에 갖다 놓으라고 하려고.]
[자전거 사고면 다들 가지고 가려고 그러거든요. (잠가놨다가) 나중에 가져가시는 방향으로 하셔야 하는데 그렇게는 (싫다고) 불편해하시니까…]
사고 위험 때문에 규정상 금지돼 있지만, 할 수 없이 자전거도 싣습니다.
병원에 도착해서는 실어온 자전거를 내려서 거치대에 잠가주고 와야 합니다.
지병이 도질 때마다 119부터 부르고 보는 일부 만성 환자도 있습니다.
지난달 말 경기도 성남의 한 대형 병원 응급실.
119 구급차로 이곳까지 이송된 남성 환자가 갑자기 병원 진료를 거부합니다.
자신이 옛날에 수술받았던 강원도 원주에 있는 병원까지 가자고 떼를 쓰는 겁니다.
[(본인이 진료를 거부하시니까….) 수술을 거기서 했기 때문에 (그래요)]
평소 다니던 병원에 단순 진료를 받을 때에도 119를 부르는 얌체 환자도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신동진/119구급대원 : 응급실로 가실 거냐고 (물으면) 아니다, 일반 외래로 갈 거라고 얘기를 해요. 그러면 물어보죠. 몇 시 예약이냐고…. (그러면 상대방이) 몇 시 예약이다.]
응급 환자가 아니면 이송을 거부할 수 있도록 2년 전에 법을 고쳤지만, 지금껏 소방당국이 이송을 거부한 사례는 1건도 없습니다.
응급 환자인지 판단을 내리는 것부터 악성 민원 등 이송 거부에 뒤따르는 모든 책임을 구급대원이 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진재영/119구급대원 : 민원이 가장 무섭다고 봐야죠. 나중에 큰 문제가 생겼을 때 우리한테 돌아오는 책임이 엄청 크기 때문에 또 그게 무서워서 그래 병원에 가자….]
얌체 신고나 급하지 않은 환자에 어쩔 수 없이 매달리는 사이, 정작 경각을 다투는 응급 환자가 목숨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영상취재 : 설치환·정상보, 영상편집 : 김종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