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여러분은 재택근무를 하고 있나요?
...거리두기에 발맞춰 재택근무, 혹은 재택과 사무실 출근을 혼합한 하이브리드 근무 제도를 운영했죠. 하지만 최근 기업들의 흐름을 보면 재택근무 이전의 업무 스타일, 그러니까 다시 회사로 출근하도록 하는 모습이 보이고 있어요. 디즈니를 포함해 스타벅스, 트위터 등 많은 회사들이 과거 회귀에 동참하고 있죠. 이미 애플과 테슬라, 골드만삭스는 재택근무를 철회했습니다. 구글, 메타, MS는 하이브리드 근무제를 유지 중이고요. 철회한 기업 중 한 곳인 골드만삭스는 사실 이전부터 재택근무에 대해서 꾸준히 부정적인 의견을 밝혀왔어요. 골드만삭스 CEO는 “재택근무는 뉴노멀이 아니다”라면서 재택근무 시스템이 장착되는 데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했죠. 일부 기업들에서 재택근무 철회를 이야기하는 지금 이 시점에, 전 세계 재택근무 현황은 어느 정도일까요? 글로벌 부동산 회사인 JLL 데이터를 살펴보겠습니다. JLL은 전 세계에 걸쳐 부동산을 투자하고 관리하는 서비스회사입니다. JLL이 주요 국가별로 사무실 점유율을 분석해 보니, 미국의 경우엔 판데믹 이전과 비교해 보니 40~60% 수준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었어요. 여전히 미국에선 많은 사람들이 재택근무 중인 겁니다. 반면 유럽과 중동은 70~ 90% 수준의 사무실 점유율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시아는 그보다 더 높은 80~110%까지 수치가 나오고 있죠. 2022년 4분기 기준으로 뉴욕의 사무실 임대 비율은 판데믹 이전 대비 72% 수준이고 파리는 80%, 런던은 81%, 싱가포르는 82%로 조사됐어요. 그렇다면 우리나라 상황은 어떨까요? 가장 공격적으로 재택근무를 선택했던 IT업계에서 변화의 모습이 보이고 있습니다. 당장 넥슨과 넷마블은 재택근무를 철회했고, 카카오도 3월부터 재택근무를 폐지하고 사무실 출근을 기본 근무형태로 결정했죠. 상시재택을 약속했던 야놀자도 4월부터는 사실상 재택근무를 종료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주요 IT 기업들 중 재택근무를 유지하는 데는 네이버 정도뿐이죠.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 상황을 보더라도 회사 입장은 명확해 보입니다. 재택근무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거죠. 사측에선 대면으로 협업해야 일의 능률이 오른다며 재택근무를 축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하는 사람들의 입장은 좀 다릅니다. 노동자 중 유연 근무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노동 환경에 대한 인식의 간극이 생기고 있어요. 재택근무로 노동자의 삶은 얼마나 바뀌었을까? 재택근무는 효과가 없었을까요? 일의 효율이 떨어졌기에 회사는 다시 사무실로의 복귀를 외치는 걸까요? 예전 재택근무 1편 레터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일단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 사무실에 출퇴근하는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출퇴근으로 겪게 되는 스트레스가 해소될 수 있고, 출퇴근 시간에 버려지는 시간을 다른 영역에 쓰게 되면서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으니까 말이죠. 전미경제연구소(NBER)의 보고서를 통해 재택근무로 인해 통근시간이 얼마나 줄어들었는지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Time savings When Working From Home&> 보고서에는 재택근무로 노동자들이 아낀 시간은 얼마나 되는지, 또 그 아낀 시간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데이터가 들어 있어요. 주요 27개국 데이터를 분석했는데, 우리나라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재택근무를 할 경우 평균적으로 하루 절약되는 시간은 72분입니다. 재택근무가 가장 활발했던 2021년과 2022년에는 재택근무를 통해 주당 약 2시간이 절약되었죠. 그렇다면 이렇게 절약한 시간을 어디에 썼냐 하면 40%는 다시 업무에, 11%는 육아나 부양 등 돌봄 활동에 썼습니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각 국가별로 줄어든 출퇴근 시간은 얼마나 되는지를 알 수 있을겁니다. 초록색은 일에 사용한 시간, 빨간색은 여가에 사용한 시간, 노란색은 육아 등 돌봄 활동에 쓴 시간을 나타냅니다. 재택근무로 생긴 여유 시간을 다시 일하는 데 쓴 국가들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아시아권 국가들입니다. 절약한 시간의 절반 이상을 다시 일에 쓴 국가들을 보면 말레이시아(53%), 싱가포르(53%), 대만(53%) 이렇게 세 나라거든요. 50%를 넘지 않더라도 상위권 국가들을 보면 인도, 중국 등 대부분이 아시아 국가들입니다. 싱가포르는 조사된 27개 나라 중에 가장 많은 시간을 일하는 데 재투자했는데, 절약한 94분의 통근 시간 중에 49.8분을 다시 일하는 데 사용했어요. 유럽 국가들은 절약한 출퇴근 시간을 일 대신 레저, 여가활동에 많이 투자했습니다. 독일은 절약한 시간의 46%를 여가활동에 투자해 조사국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여가활동에 썼어요. 뒤이어 오는 국가들도 다 유럽국가들입니다. 오스트리아(45%), 스페인(41%), 스웨덴(40%) 등… 일본은 조사된 아시아 국가들 중 유일하게 업무(32%)보다 레저(39%)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한 국가로 나왔어요. 우리나라가 재택으로 절약하는 출퇴근 시간은 86분, 그중 가장 많은 시간을 일에 재투자했습니다. 레저에 쓰는 비율이 39%로 아시아에선 일본 다음으로 높았지만 업무에 재투자하는 비율은 그보다 큰 40%입니다. 우리나라의 수치 중에서 눈길이 가는 건 보육 및 부양에 투자하는 시간입니다. 우리나라는 싱가포르와 함께 보육 및 육아에 쓰는 시간이 6%로 최하위를 기록했거든요. 출산율 최하위를 달리는 우리나라와 싱가포르의 상황이 요 데이터에서도 보이는 거죠. 재택근무의 뜻밖의 소득 '출산' 경기가 침체되거나 전염병과 같은 공중 보건의 위기가 닥치면 보통 합계출산율은 감소해 왔습니다. 먹고살기 힘든 상황에서 자손 번식의 욕구는 우선순위가 아니게 되니까요. 코로나19는 경우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갖고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 코로나 대유행으로 인해 상당한 베이비 버스트, 그러니까 출산율 급락 사태가 올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어요. 실제 코로나19 초기에는 급격한 감소세가 보였죠. 코로나가 어느 정도 잠잠해진 지금, 이제 와서 데이터를 다시 보니? 미국의 경우 출산율이 올랐다는 사실! NBER에서 2021년 미국 출산율을 살펴보니 코로나19 이전보다 6.2%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어요. 미국 언론에서는 이를 두고 미니 베이비붐이라는 표현을 할 정도입니다. 이 수치는 2007년 이후 처음 나타난 출산율 반등입니다. 한 번 아래 그래프를 봐 볼까요? 위의 그래프는 2015년부터 2022년까지 미국의 합계출산율을 나타낸 겁니다. 초록색 선은 미국 전체의 합계출산율을 나타낸 거고, 점선은 캘리포니아 지역의 합계출산율이죠. 보면 알겠지만 코로나19 발병 초기에는 출산율이 급격하게 감소한 모습을 알 수 있어요. 하지만 2021년부터는 출산율이 반등하기 시작합니다. 일반적으로 출산율은 경기 침체 상황에는 증가하지 않는다는 게 정설이었던 만큼 미국의 미니 베이비붐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상황과 재택근무의 영향으로 이러한 결과가 나온 거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빠르게 가정을 이루려는 미국 내 경향과 재택근무의 혜택을 받으면서 출산율이 늘어났다는 거죠. 미국에서 대규모 실업수당을 지원해 준 것도 출산율 상승에 영향을 주었다는 얘기도 있고요. 재택근무가 출산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논문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미국 인구정보가정조사(DIFS)에서도 미국 여성 3,000명을 설문조사한 데이터를 분석해 봤는데 역시 재택근무가 출산율을 높이는 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한 명 이상의 자녀를 둔 고령 여성의 출산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왔죠. 출퇴근에 소요된 시간을 자녀가 있는 재택근무자들은 육아와 보육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고, 그게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겁니다. 즉 재택근무가 일과 가정의 양립을 도와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거죠. 특히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상대적으로 부유하거나 교육 수준이 높은 여성의 경우 그 혜택을 크게 봤어요. 사회적 격차를 낳는 재택근무? 재택근무는 여러모로 긍정적인 영향을 가질 수 있지만 문제는 모든 사람들이 재택을 할 수 없다는 거겠죠. 판데믹 상황에 가장 큰 피해를 본 그룹 중 하나는 아마 자녀가 있지만 재택근무를 할 수 없는 여성 노동자일 겁니다. 또 애초에 원격 업무가 불가능한 간호사나 건설직 노동자 등에겐 재택근무는 별나라 이야기에 가깝죠....
SBS 뉴스
|
안혜민 기자
|
2023.03.16 |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