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 자신 없다" 농담하던 바둑천재…"AI, 가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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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아닌 인공지능과 대국을 한다는, 바둑을 둔다는 게 진짜 어떤 마음이었을까가 궁금해요. ▶ 이세돌 9단: 굉장히 좋은 질문이신데요. 사실 굉장히 당황스럽죠. 처음에는 아무래도 물론 진짜 사람이 손으로 돌을 두기는 하지만 그런 호흡이 느껴지지는 않지 않습니까? ▷ 주영진/앵커: 그렇죠. ▶ 이세돌 9단: 뭔가 상대방과 대면하면서 상대방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뭐 이런 것들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가 있는데 그런 것이 전혀 없기 때문에 아무래도 좀 당황스럽습니다. 그래서 1국, 2국, 3국까지도 사실은 어떻게 보면 허무한 패배였거든요, 뭔가 해 보지 못하고. 그러니까 결론적으로는 준비가 좀 덜 되어 있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 주영진/앵커: 그때도 대국 끝나고 나면 늘 하는 것처럼 복기라는 것을 다 하셨습니까? ▶ 이세돌 9단: 물론 했습니다. ▷ 주영진/앵커: 그 복기를 하면서는 어떤 생각이 드셨어요? ▶ 이세돌 9단: 사실 저는 1국 끝나고 나서는 사태의 심각성을 잘 못 느꼈어요. ▷ 주영진/앵커: 사태의 심각성을 잘 못 느꼈다? ▶ 이세돌 9단: 왜냐하면 제가 초반에 실수도 있었고 중반전에 또 큰 실수가 있었기 때문에 이래서 내가 좀 밀린 거지 제대로 두면 또 해볼 만할 거야. 이런 뭐랄까, 자신감이라고 해야 하나 어떻게 보면 자만감일 수도 있고. 그런 게 좀 있었는데 이제 2국이 끝난 다음에는 확실히 느꼈죠. 아, 이게 이기는 게 쉬운 것 같지는 않다, 확실히. 그런 걸 느꼈습니다, 2국 끝나고 나서. ▷ 주영진/앵커: 조금 전에 이세돌 9단이 말씀하셨는데 지금 인공지능이 더 강해졌다라고 아까 말씀하셨어요. ▶ 이세돌 9단: 훨씬 강해졌습니다. ▷ 주영진/앵커: 그러면 이제는, 이제는 인류가, 인간이 인공지능과 바둑을 둬서 이기는 건 불가능해진 겁니까, 어떻습니까? ▶ 이세돌 9단: 아직도 분명히 조그마한 버그는 있을 거예요. 있겠지만 그걸 찾아낸다는 것은 확률적으로 봤을 때는 로또 정도에 거의 비견되지 않을까. ▷ 주영진/앵커: 실시간으로 대국하는 사이에 인공지능에 뭔가 오류가 생길, 그거 아니면. ▶ 이세돌 9단: 그 확률이 아마 로또 정도일 것 같습니다. ▷ 주영진/앵커: 로또 당첨 확률. 어렵다는 얘기네요. ▶ 이세돌 9단: 거의 뭐 호선바둑으로는. ▷ 주영진/앵커: 로또를 매주 1장씩 사도 계속해서 당첨이 안 되는 분들이 얼마나 많으십니까? 그 정도의 확률밖에는 안 된다. ▶ 이세돌 9단: 지금은 그러니까 호선바둑으로 두는 걸로는 아마 좀 기대하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 주영진/앵커: 그 뒤로 많은 분들이 커제 9단도 그렇고 똑같은 시도를 해봤잖아요, 도전을. ▶ 이세돌 9단: 커제 9단 당시만 해도 분명히 허점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굉장히 많이 있었는데요. 그 이후로 또 한 번 더 업그레이드가 됐어요. 그 알파고 같은 경우에. 그래서 이미 커제 9단과 뒀을 때 이거는 너무 원사이드 게임이라는 얘기가 있었는데 그 이후로 한 번 더 발전했기 때문에 이것은 뭐, 이제는 안 되는 거죠. ▷ 주영진/앵커: 커제 9단은 워낙 잘 알죠? ▶ 이세돌 9단: 네. ▷ 주영진/앵커: 워낙 바둑도 많이 같이 두시고 경쟁자이면서 동시에 후배가 됩니까, 어떻습니까? ▶ 이세돌 9단: 꽤 후배죠. 저한테는 꽤 후배인데 한 15년 정도 차이나는 후배인데요. 사실 그런 특히 한국, 저를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좀 커제 9단이 너무 좀 어떻게 보면 건방지다. 선배에 대한 예의가 없다. ▷ 주영진/앵커: 커제 9단이? ▶ 이세돌 9단: 그런 얘기를 많이 하시는데 사실 그렇지 않아요. 아무래도 좀 젊고 어리기 때문에 화를 조금 가다듬지 못하는 부분이 조금 있기는 있는데요. 아무래도 어린 친구이다 보니까. 그런데 전체적으로 굉장히 선배에 대한 예의도 깍듯하고 또 어떻게 보면 굉장히 귀엽습니다. ▷ 주영진/앵커: 커제 9단이 치고 올라오는 나이고 이세돌 9단이 오히려 정점에 있을 때 커제 9단과 대국을 했습니까? 그때 커제 9단은 신인이고 그런 겁니까? ▶ 이세돌 9단: 뭐 이미 신인은 조금 지난 상태이기는 했습니다마는 2015년도 그때 사실 제가 여러 번 졌죠, 결국은. 제가 2015년도 말에 세계대회 결승대회 때 제가 2:3으로 패했습니다. 그것이 사실상 커제 9단과 제대로 붙은 그런 대국에서 제가 패하면서 커제 9단이 올라서지 않았나. ▷ 주영진/앵커: 커제 9단은 그 대국을 계기로 해서 상승세를 탔고. ▶ 이세돌 9단: 그렇죠. ▷ 주영진/앵커: 제가 지금 이세돌 9단 모셔서 아무래도 알파고와 대국을 했던 얘기를 가장 많이 나눴는데 그 당시 화면을 좀 잠깐 보고 나서 이야기를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 주영진/앵커: 많은 분들이 어, 이세돌 9단이 저랬어? 5전 전승을 자신했었어? 1국 딱 몇 개의 돌을 놓는 순간 이미 느낌이 왔습니까? ▶ 이세돌 9단: 사실 좀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지금 보니까 또 굉장히 부끄럽네요. 사실 전야제 때 이미 좀 알고 있었습니다. ▷ 주영진/앵커: 전야제 때요? 어떻게 알았어요, 전야제 때. ▶ 이세돌 9단: CEO분이, 구글 CEO분이 얘기, 그렇게 나가서 말씀을 하시는데 이미 이겨있다고 이미 확신을 하고 계시더라고요. 저는 이미 져있더라고요. 그래서 함부로 그런 얘기를 하지 않지 않습니까? 보통 CEO가 직접 나가서 그렇게 뭐 좋은 승부가 될 것 같아요 이런 식으로 보통 얘기를 하지 이렇게 이겨 있는 그런 건 함부로 하지 않거든요. 그런데 어, 이거는 위험하겠구나. 아, 이게 지금 뭐 그냥 한번 해보는 것이 아니라 이미 다 검증되어 있고 이미 승리를 확신하고 있구나라는 느낌을 이미 받았습니다. 그래서 저거 아마 얘기했던 것은 그분이 나가서 말씀하시기 전에 아마 얘기한 것이 아닌가. ▷ 주영진/앵커: 그런데 저는 바둑을 잘 모릅니다마는 그 스토리 같은 것을 참 좋아해요. 가령 조치훈 9단이 목숨을 걸고 나는 바둑을 둔다. 그런 스토리들은 아마 많은 분들이 좋아하실 텐데 인공지능과의 대국이라고 하면 사람과 사람이 두는 것이 아니라 그게 좀 많이 다를 것 같다. 특히 바둑이라고 하는 게 어떤 면에서는 모든 승부가 그렇듯이 예술의 경지에까지 오를 수 있다. 이런 건데 인공지능이 두는 바둑은 그런 것들이 부족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데. ▶ 이세돌 9단: 그게 참 어렵습니다. 저는 바둑을 예전에 예와 도. 이렇게 얘기하지만 저는 도는 잘 모르겠고요. 예술로 배웠는데 그러면 예술이라고 하는 게 뭔가 좀 창의적인, 창의성 이런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인공지능 바둑을 보면 정말 인간들이 생각하지 못한 그런 정말 창의적인 수들을, 수법들을 두거든요. 그런 점에서 이게 바둑의 예술성이라는 게 무엇인가. 결국은 그냥 수읽기. 좀 그런 것들이 아닌가. ▷ 주영진/앵커: 기계적으로. 확률. ▶ 이세돌 9단: 네, 사실 참 그런 게 좀 프로기사로서는 조금 가슴 아프더라고요. ▷ 주영진/앵커: 이세돌 9단 정도 되는 분들도 바둑을 두다 보면 이세돌 9단이 오류를 범할 수도 있고 또 상대가 오류를 범할 수도 있고 그것이 대국 안에서는 그 오류를 극복해 나가고 또 상대의 오류를 유인해내고. 이런 과정들이 반복이 되는데 인공지능은. ▶ 이세돌 9단: 전혀 그런 것이 없죠. ▷ 주영진/앵커: 전혀 그런 게 없구나. ▶ 이세돌 9단: 그렇죠. 흔들림도 없고요. 참 그런 점이 제가 한 20대 중반부터 40살 정도까지는 프로기사 생활을 하고 좀 다른 길을 찾아보겠다. 그런 식의 얘기를 굉장히 많이 했었는데요. 인공지능의 출연이 어떻게 보면 3, 4년 은퇴를 앞당기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이 듭니다. ▷ 주영진/앵커: 사실 지금 이세돌 9단이 먼저 이야기를 꺼내셨는데 은퇴 얘기에 많은 팬들이 놀라셨을 것 같아요. 그리고 현재 우리 기사들의 모임 있죠? 그 모임 단체와 또 이세돌 9단의 생각이 많이 다른 것도 같은데 그게 혹시 은퇴 결심의 한 요인이었을까요? 알파고도 은퇴의 요인, 기사회와의 관계. 어떤 게? ▶ 이세돌 9단: 분명히 있죠, 분명히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을 말씀드리는 건 큰 의미는 없는 것 같고요. 그러려면 2009년도로 넘어가서 또 이 말씀을 드려야 하기 때문에 조금 어렵고요. 그런 부분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있는데 그런 건 좀 여기서 말씀드리기 어렵고요. 그 비율로 따지자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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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03 |
생활 · 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