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수 노래 들어도 돈은 다른 가수한테 갈 수 있다고?

코로나19 때문에 제대로 나가보지도 못했는데 벚꽃은 다 져버리고…맘이 싱숭생숭해 봄에 어울리는 노래를 찾아 듣던 나.

우연히 알게 된 한 밴드의 사랑 노래에 꽂혀버렸다. 몇 번을 들어도 질리지가 않는다. 한번 들으면 내 ‘최애’한테 얼마 가는 걸까?

노래가 너무 좋아서, 가수를 응원하며 앨범이나 노래를 열심히 들어본 경험, 다들 있으시죠?

그런데 이렇게 해도 내 스트리밍 이용료가 내가 듣지 않은 곡의 가수에게도 간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국내외 대부분의 음악 스트리밍 업체들이 ‘비례 배분’ 방식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한 달에 만 원을 내는 이용자가 한 달 내내 A라는 가수의 노래만 백 번 듣는다고 해도

이 이용료 만 원은 온전히 가수 A에게 가는 것이 아니라 차트 순위가 높은 가수들에게 순차적으로 나눠집니다.

즉, 개인이 어떤 음악을 얼마나 들었나보다 전체적으로 어떤 음원이 가장 많이 재생되었는가를 기준으로 돈이 정산되는 겁니다.

이 방식은 계산은 편리하지만 이용자가 듣지 않는 음원에 구독료가 지불될 수 있기 때문에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습니다.

“당연히 팬들은 좋아하는 가수에게 돈이 간다고 생각할 텐데 자본주의 논리에서도 이 방식은 좀 이상하죠.” - 정민재 / 대중음악 평론가

상위권에만 오르면 홍보는 물론이고 음원 스트리밍 수익도 더 많이 가져갈 수 있어 사재기를 유인하기도 한다는 일부 의견도 있습니다.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 3월, 국내의 한 업체가 ‘이용자 중심’ 정산 방식을 국내 최초로 도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방식을 적용하면 이용자의 스트리밍 요금이 실제로 들은 음악의 아티스트에게만 전달됩니다.

“자체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소수 이용자만이 반복 재생하는 곡은 정산 금액이 감소하고, 튼튼한 매니아층이 있거나 전 세대에 걸쳐 사랑받는 아티스트일수록 정산 금액이 증가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 이태훈 / 네이버 바이브 뮤직 비즈니스 리더

하지만 해당 방식은 업계 내에서도 다양한 찬반 의견이 나오고 있어 다른 업체, 저작권 협회, 음반 유통사 등 관련 기관들과의 협의가 필요합니다.

“사실 디지털 음원 수익 분배에 문제가 많다는 건 10년도 더 된 얘기예요. 이번에는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논의가 진행돼서 아티스트에게 공정하게 수익이 보장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죠.” - 정민재 / 대중음악 평론가

“제대로 수익이 배분된다면 음악에 재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고 듣는 분들의 응원과 피드백이 보다 직접적으로 전달돼 더 다양하고 좋은 음악이 만들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 오다온 / 싱어송 라이터

‘내가 낸 돈이 내가 듣는 음악에 갔으면 좋겠다’ 는 생각. 소비자의 당연한 바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