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쟁이였던 내가 선생님이 될 수 있었던 이유

악취가 진동하는 쓰레기 더미에서 쓰레기를 줍는 것이 유일한 생계 수단인 이곳. 아이들이 축구공보다 마약과 술을 더 접하기 쉬운 이곳.

나는 도둑질로 마약 값을 버는 우리 마을에서 가장 유명한 대도였다.

그날도 한바탕 물건들을 훔치고 마약을 사러 가는 길이었다. 그런데 쓰레기 매립장 앞에서 낯선 한국인 부부가 내게 말을 걸었다. “ 방과후 학교에서 공짜로 축구를 가르쳐드립니다.”

터지지 않고 깨끗한 축구공을 그때 처음 봤다. 시간은 많고 갈 곳은 없었던 나와 친구들은 도둑질 할 게 없을 때면 그곳에 가서 축구를 배웠고,

한국인 선생님은 신이 난 듯 영어와 악기, 컴퓨터를 더 가르쳐줬다.

하루는 몸이 으슬으슬 춥고 떨려서 운동장 한 켠에 쪼그려 앉아있었는데 한국인 선생님이 내게 뜨끈한 스프를 건넸다. “ 몸은 괜찮아? 따뜻할 때 마시고 약 먹자. ”

교실에서 담요를 덮고 스프를 먹는 내내 왠지 모르게 자꾸 눈물이 났다. ‘우리 가족들은 내가 아프든 말든 관심이 없는데….’ 나는 무엇에 홀린 듯 그날부터 마약과 도둑질을 끊었다.

맏형으로서 아이들을 이끌고 열심히 공부하며 새로운 삶을 살다 보니 어느새 나는 성인이 되었고,

내게 한국인 선생님이 놀라운 제안을 했다. “니콜라스, 우리 센터의 축구 선생님이 되어 줄래?”

내가 방황할 때나 힘들 때 항상 나를 믿고 지지해줬던 한국인들. 그 덕에 중학교 졸업장도 흔치 않았던 이 마을에서 나는 대학교까지 진학했다.

지금은 방과후 학교에서 축구를 가르치며 나처럼 약물과 술에 절어있던 아이들을 돕는 체육학 교수를 꿈꾸고 있다. - 국제구호단체 <기아대책> 우경호 씨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1인칭 카드뉴스입니다.-

니콜라스 같은 아이들을 돕기 위해 방과후 학교를 운영한 건 한국인 우경호 씨. “ 아이들에게 배우는 재미와 꿈꾸는 재미가 무엇인지 가르쳐주고 싶었어요.”

그는 1999년, 브라질로 봉사활동을 하러 갔다가 도시 빈민의 황폐한 삶과 절망을 몸소 체험하고 브라질에 살기로 결심했습니다. “화려한 브라질의 한 켠에 전기도 수도도 들어오지 않는 곳이 있었어요. 이 곳의 아이들을 위해 무엇이든 해보기로 했죠.”

학교가 끝나면 갈 곳이 없는 산타마리아 마을의 아이들을 위해 방과후 학교를 만들어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한 겁니다.

그리고 <기아대책>*의 도움을 받아 마을을 정비하고

모범 학생들을 교사로 채용해 마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방과후 학교를 운영한 지 20년. 1,700여 명의 아이들이 거쳐갔고, 30여 명의 아이들이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산타마리아 마을은 ‘쓰레기 마을’이라는 오명도 벗었습니다.

“아직도 학생들과 계속 연락하고 있어요. 직업도 갖고 가정도 꾸린 아이들을 보면 대견해서 눈물이 나요.”

우경호 씨와 국제구호단체 <기아대책>은 지방의 작은 방과후 학교를 넘어 지난 4월 브라질 <기아대책>을 설립했습니다.

“한국의 <기아대책>이 브라질을 도왔듯이, 브라질이 다른 나라를 돕고 꿈을 심어줄 수 있는 선순환의 구조를 만들고 싶어요.” - 우경호 / 기아대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