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에 그려져 있는 이 고양이의 정체
프랑스 파리의 한 골목. 늦은 밤 한 남자가 주변을 두리번거립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 벽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그가 그린 것은 환하게 웃고 있는 고양이.
이 고양이는 보스니아 사라예보의 폐가에도 포르투갈 리스본의 쓰러져가는 담장에도
심지어 서울에도 등장합니다. 고양이가 무슨 표식이라도 되는 걸까요?
이 고양이를 그린 사람은 프랑스의 그래피티 아티스트, 토마 뷔유. 그는 어둡고 침울한 도시에 따뜻한 숨결을 불어넣고 싶었답니다.
1997년부터 고양이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채 어둡고 스산한 곳에 가서 활짝 웃는 고양이 ‘무슈 샤(M.chat)’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평화를 전하려는 그의 작품 생활은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그래피티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싸늘했고 공공시설 훼손을 이유로 체포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뷔유는 끊임없이 도시에 고양이를 새겼습니다. 예민해진 시위 장소에, 절망이 가득한 빈민촌에 긍정의 기운을 퍼뜨리려 노력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고양이들이 불쑥불쑥 나타나자 사람들이 점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평화를 함께 전파하려는 추종자도 생겼습니다.
2014년, 프랑스 파리의 한 지하철 공사 현장. 뷔유는 보수 작업 중인 지하도 벽에 어김없이 고양이를 그렸고, “몇 달 째 공사하고 있는 지하철을 이용하며 불편을 겪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웃음을 주고 싶다.” - 토마 뷔유 (2014.09.05 당시 메트로뉴스와의 인터뷰)
파리교통당국은 1,800 유로(한화로 230만 원)을 배상하라며 그를 고발했지만…
그의 선처를 바라는 청원 서명에 1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여했고 정치인들까지 나서서 그를 옹호했습니다. “ 파리는 예술의 도시다. 왜 예술을 장소와 형식에 국한하려 하는지 모르겠다. 그는 도시 예술의 대표적 상징이다.” - 세르쥬 그루아르 (당시 오를레앙 시장)
마침내 파리의 3대 미술관 중 하나인 퐁피두 센터 광장 바닥에 공식적으로 그래피티를 그릴 기회도 얻었습니다.
그래피티 아트를 합법적인 예술로 각인시킨 순간이었습니다.
평화와 정의를 위해서라면 안 가는 곳이 없는 고양이와 토마 뷔유. 이번 여정은 한국입니다.
내일(3월 14일) 16시, 홍대 청춘마루에서 토마 뷔유가 거대한 캔버스에 단숨에 고양이를 그리는 퍼포먼스를 진행합니다.
그의 손끝에서 탄생한 고양이 무슈 샤는 5월까지 전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