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바쁜 엄마라 나쁜 엄마 입니다
‘어디가 불편하신가요? 음… 한번 볼까요?’
초음파 검사를 통해 환자의 건강상태를 체크하는 저는 ‘임상 초음파사’입니다.
몸이 예전같지 않아 방문하신 어르신, 통증이 심해 찾아온 아이들. 몸이 아픈 환자들을 돕는 이 일이 저에겐 큰 의미이자 보람이지만,
정작 내 아이는 신경 쓰지도, 제대로 돌보지도 못했습니다.
서른 일곱 살에 찾아온 예쁜 딸. 하지만 병원에서 바쁘게 시간을 보내는 저와 학업과 강사를 병행하는 남편이 육아를 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서로 육아휴직과 휴가를 최대한 써가며 아이를 돌보았지만, 큰일이 날 뻔한 적도 있었습니다.
부모님들은 농사때문에 바쁘시고 녹록지 않은 형편에 베이비시터를 구할 수도 없는 상황. 남편과 저는 일을 포기해야 하나 고민했습니다.
그런 저의 걱정을 듣고 직장 동료가 서울시 아이돌봄서비스를 소개해줬습니다.
사실 저희 어머니와 연배가 비슷하신 돌보미 선생님을 보고 반신반의하기도 했습니다. 작은 소리에도 예민해 쉬지 않고 우는 딸을 잘 봐주실 수 있을까도 걱정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기우였습니다. 식사, 놀이, 목욕. 종일 긴 시간 동안 따뜻하게 소통해주셨고, 딸도 돌보미 선생님을 ‘할머니’라고 부르며 잘 따랐습니다.
특히 딸에게 꿈을 키워주셨습니다. 소리에 예민한 아이가 버거웠던 저와는 달리 돌보미 선생님은 오히려 감수성이 풍부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매일이 전쟁이었던 저희 부부의 삶도 변했습니다. 직장에서 항상 가시방석이던 제 하루는 선생님 덕분에 안정을 찾았고, 남편 또한 무사히 대학원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젠 가족이나 다름없는 돌보미 선생님. 일과 육아 사이서 하루하루 고되게 살고 있는 모든 부모가 저처럼 ‘믿고 맡길 수 있는 가족’과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