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대란에 생명이 묶인 사람들
KT아현 지사의 불이 났던 지난주 주말, 강한새 씨는 다른 수십만 명의 사람들처럼 세상과 단절됐습니다.
그런데 강 씨는 눈과 귀, 다리가 불편하다는 점이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달랐습니다.
“활동 보조인, 가족, 119, 112 전부 연락이 안 됐고 아예 차단된 상태였어요. 정적과 어둠 속에 누워있는 거밖에 할 수가 없더라고요. - 강한새/ 시각 1급 중복 중증 장애인 강 씨는 하필 이날 열이 38도까지 올라 생명의 위협을 느꼈지만 할 수 있는 일은 딱히 없었습니다.
장애인응급알림e라는 긴급 전화 시스템이 있지만, 유선전화인 데다 스피커폰이 안 된다는 점 때문에 응급 상황에는 유용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통신이 끊긴 날 두려움에 떨었던 건 강 씨뿐만이 아닙니다. “많이 두려웠죠. 휠체어 장애인분들이나 시각 장애인분들은 장애인 콜택시 많이 이용하는데, 이동할 수가 없는 상태가 되어버려서… ” - 이용석 /지체장애인 2급
같은 날, 119에 제때 연락하지 못해 심장 통증을 호소하다 사망한 70대 여성도 있었습니다. 유족들은 통신 대란으로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통신 대란이 있었던 그날은, 장애나 지병이 있는 사람에겐 잠시의 불편함이나 답답함을 뛰어넘는 생명의 위협이 있었던 날이었습니다.
“일반인들에게는 잠깐의 연락 두절이지만 이들에게는 생사 두절이 되는 거예요. 통신 두절일 때 위기 대처 매뉴얼이 없어요.” - 김안나 / 대구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런 일이 또 발생한다면 이들은 계속 마음만 졸이며 방 안에 고립되어 있어야 하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