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자마자 바늘에 찔리는 기분 아세요?
15살 시언이는 일어나자마자
스스로 손에 바늘을 찌릅니다.
엄마가 만들어 준 밥을 먹고 나서도 마찬가지.
매일 손끝을 찌르니 굳은살이 생겨 피 한 방울 나지 않을 때면 손바닥 옆면을 찔렀습니다.
시언이는 11살 때부터 ‘소아 당뇨’를 앓았습니다.
주로 어릴 때 발병해 소아 당뇨라고 불리는 1형 당뇨는 단 걸 많이 먹어 걸리는 병이 절대 아닙니다. 이유 없이 몸이 인슐린을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걸리는 불치병입니다.
소아 당뇨 환자들은 평생 인슐린으로 혈당을 조절해야 합니다. 하루 최소 4번 손끝을 찔러 혈당이 높으면 인슐린 주사를 놓고, 낮으면 주스를 마십니다.
“아무리 자주 채혈해도 요동치는 혈당을 정확히 알 수 없어요. 의사 선생님이 ‘혈당관리 못 하면 실명할 수 있다’고 말씀하실 땐…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죠.” - 윤시언 양 어머니
“엄마, 이제 좀 살 것 같아.” 그런데 1달 전 엄마가 해외 직구로 한 기기를 사준 뒤부터 시언이의 삶은 180도 달라졌습니다.
체내에 설치된 센서가 혈당을 인식해 버튼 하나만 누르면 혈당수치가 뜨는 이 작은 기계, 연속혈당측정기입니다. 이젠 더 이상 바늘로 찌를 필요도 없고,
혈당이 치솟으면 곧바로 경보를 해줘 제때 인슐린을 주입할 수 있습니다.
혈당에 대한 불안감이 줄자 성격도 밝아졌습니다. 하지만…
시언이에게 사람다운 삶을 선물한 연속혈당측정기는 가격이 너무 비쌉니다. 기곗값, 혈당 센서 등 소모품 유지비까지 연간 500만 원 이상 듭니다.
“없는 살림에도 딸은 어떻게든 살려야 하니까… 우리나라보다 저렴한 해외 사이트만 보고 있어요.” - 윤시언 양 어머니
사실 이 기기는 호주에선 누구나 쉽고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소아 당뇨를 앓는 14살 홀리를 만나봤습니다.
수시로 연속혈당측정기를 확인하고 인슐린을 주입한 뒤 운동장으로 달려나갑니다.
“친구들도 저 소아 당뇨인 거 다 알고 배려해줘서 괜찮아요. 운동을 엄청 좋아해서 주말엔 스케이트보드를 타요.” - 홀리 소아 당뇨를 숨기는 우리나라 아이들과 달리 늘 당당하고 활기찹니다.
“보험이 되고 나서부터는 기계 유지비가 하루에 1달러(약 800원)밖에 안 돼요.” - 홀리 어머니 호주에선 소아 당뇨 환자들이 의료비 걱정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입니다. 지난해 11월 정부는 연속혈당측정기를 건강보험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선진국처럼 학교에 투약공간을 마련하고 소아 당뇨 인식개선 교육도 실시할 계획입니다.
국내 소아 당뇨 미성년 환자는 모두 5천여 명. 우리나라에선 불행한 병으로 받아들여지곤 하지만 해외에선 관리만 하면 생활에 문제가 없는 병입니다.
영국 테레사 메이 총리, 미국 수영선수 게리 홀 주니어 등 소아 당뇨를 앓는 유명인사가 적지 않습니다.
우리 시언이도 호주 홀리만큼 사회의 배려를 받으며 행복할 권리가 있지 않을까요?